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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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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9일(水) 야영. 도로변(노즈맨 73km전)
쿨가디 → 윗지물타 → 야영
05:00 10℃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햄야채볶음,된장국,식빵
06:10쿨가디에서 출발
07:10휴식 15℃ 맑음 바람없음
08:10휴식 19℃ 맑음 바람없음
09:00휴식 비스켓 치즈 31℃ 맑음 북풍약
09:50휴식 요구르트 27℃ 맑음 남풍약
10:47-11:20식사 도로옆 윗지물타23km전 식빵 햄 야채볶음 귤 바나나 오렌지쥬스 32℃ 맑음 바람없음
12:13휴식 오렌지쥬스 27℃ 맑음 서풍약
13:35 -14:25윗지물타(Widgiemooltha) 점심식사 스테이크버거 오렌지쥬스 커피우유 식사비 $18.60
15:00휴식 30℃ 구름 서풍약
15:40휴식 오렌지쥬스 29℃ 구름 북서풍중약
16:30휴식 28℃ 구름 서풍약
16:50쉼터 터에서 야영 남위:31°40.8′동경:121°39.9′
저녁식사 된장국 밥 햄야채볶음 야채 짱아치
최고속도40.4
평균속도13.4
운행시간7.39.54
주행거리103.40
누적거리3395.6
06시 05분 카라반파크 출발.
기온이 낮은 아침에 많이 움직이기로 하여 부지런히 달려온 덕에 윗지물타(Widgiemooltha)에 14시에 닿았다. 오로지 로드하우스 집 한 채만이 덜렁 있었다. 날마다 도중에 로드하우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햄버거나 스테이크 버거를 하나씩 먹고 시원한 콜라도 실컷 마실 수 있었으면 말이다.
윗지물타에서 햄버거를 사 먹고 다시 남으로 남으로 달려 왔다.
11월 8일 비행기 예약을 해두고 있으니까 꼭 한달이 남았다. 내일 노즈맨 도착. 노즈맨은 눌라보의 서쪽 끝 도시이다. 노즈맨에서 동쪽 세두나까지는 1,210km. 전체로 1,300km 남았다. 오늘은 남서풍이 섞여 불고 기온은 최고 32℃에 머물러 비교적 쉽게 왔다. 태양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뚫고, 또 셔츠를 통과하여 피부까지 따갑게 와 닿는다.
파리 떼가 극성스러워 모기장을 얼굴에 쓰고 운행하였다. 이 모기장은 퍼스의 아웃도어 장비점에서 혹시나 싶어서 구입한 것인데, 꼭 우리나라의 양파자루 같은 것이다. 모기장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그 위에 헬멧을 쓰면 파리가 얼굴에서 구멍을 찾아다니며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꽤 좋은 것 같다.
낮에 있었던 일.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폭스바겐 밴이 되돌아 왔다. 차에는 안색이 좋은 할아버지가 한 분 타고 계셨는데 "뭔가 어려운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쉬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곤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러 왔는데, 그럼 좋은 여행 되시길 바라오."하며 커다란 귤 하나를 주고 갔다. 호주를 이끌어 온 정신. 개척자로서의 긍지가 그 분에게서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배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1996년 10월 10일(木) 노즈맨. 노즈맨&에어 모텔
야영 → 노즈맨
05:30 7℃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 햄,계란후라이,식빵,오렌지쥬스,스프
06:05야영지에서 출발
07:05 휴식 17.5℃ 구름 남서풍약
08:10휴식 17.5℃ 구름 남서풍약
09:15휴식 바나나 18℃ 구름 남서풍약
10:13휴식 사과 21℃ 구름 남서풍중
10:55-11:20식사 도로옆 노즈맨13km전 식빵 햄 계란후라이 사과 16℃ 비 남서풍강
12:30노즈맨(Norseman)도착
노즈맨 에어 모텔 남위:32°11.2′동경:121°46.8′ 숙박비 $69.00
약 15일간의 식량을 구입 소금 $1.72 우유2ℓ $2.35 코디알 레몬2개 $4.10 코디알 오렌지2개 $4.10 계란48개 $10.88 요구르트6개 $5.17 레몬쥬스2ℓ $3.40 바나나2kg $5.98 쌀2kg 2개 $5.68 오렌지쥬스2ℓ $5.02 식빵4개 $8.60 양배추 $0.69 셀러리 $0.99 통조림햄5개 $13.40 버터375g $2.04 버터500g $2.34 냅킨200장 $2.62 양파2kg $2.69 닭1마리 $2.89 고기 $5.91 마늘피클 $4.98 파 $1.39 감자 $1.98 배추 $0.99 사과 $0.99 물1.5ℓ 2개 $4.00 합계 $103.20
저녁식사 닭백숙,밥,짱아치,야채
최고속도39.9
평균속도13.0
운행시간5.17.26
주행거리69.38
누적거리3465.0
남쪽에는 춥다.
남서풍이 불었고, 12시가 조금 넘어서는 약간의 비도 맞았다.
13시 노즈맨에 도착. 마지막 목표인 눌라보만 남겨 놓고 있다.
등에 화상을 약간 입은 것 같다. 햇볕이 셔츠를 뚫고 들어와 피부를 태웠나 보다. 피로 했는지 모텔에 들자마자 잠이 쏟아져 두어 시간 잠을 잤다.
눌라보 구간 통과를 위한 새로운 식량구입. 식수는 10ℓ짜리 대형이 없어서 2ℓ짜리를 여러개 샀다.
여기서 발래도니아 로드하우스까지는 193km, 서울에서 대전 거리 만큼되지만 도중에 인적이 전혀 없다. 이틀만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 운행할 수 있다면 가능 하겠다.
눌라보 대평원.
왜 사람이 살지 않을까?
왜 탁상처럼 넓다란 대지가 만들어졌을까?
외계에서 찾아오는 대형 비행물체가 착륙하기 위해서일까?
나무들끼리는 서로 살지 말자고 약속했는가?
왜 나무가 없는가?
황혼은 왜 오렌지 색인가?
푸른 색이나 연두색이면 안 되는가?
황혼에는 왜 고향에 가고 싶은가?
고향의 색깔이 오렌지 색깔인가?
다른 별 생명체가 오렌지 물감을 칠했을까?
눌라보에 오면 모든 것이 의문이 되고 모든 상상이 해답이 된다.
노즈맨,
황금밭(Goldfiedld) 마을, 이 부근 땅들은 모두 황금이 뿌려져 있는 밭이란다.
누가 뿌린 금인지. 뿌려진 씨앗 금은 세월 따라 자라면서 주먹덩이 금이 되었는지. 지구가 만들어질 때 신이 선물로 이 불모지에 뿌려 놓은 건지 모르겠다. 관광지 겸 눌라보 서쪽 입구이며, 황금의 문(Gold Gate)이라는 노즈맨은 물가가 관광지의 바가지 수준이다.
카라반파크에는 임대가 되지 않고 비어있는 카라밴이 없고 모텔은 방 하나에 70불을 받는다. 비싸지만 어쩌랴! 한 곳을 더 찾아 물어 보았더니 69불을 달라 하기에, 에어하이웨이가 가깝기도 한 노즈맨&에어모텔에 묵기로 하였다.
마을 동쪽에는 금을 캐면서 함께 파 올린 흙과 돌무더기가 또 다른 산이 되어 노즈맨을 지키며 성처럼 버티고 서 있다.
우체국에 들려 그 간에 써 놓았던 엽서를 붙이고 나서 식품을 사기위해 타운센터를 찾아갔다. 들어서자마자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은 잠시 묻어 두고 이것 저것 질문을 해 온다.
어디서 어디로 가느냐? 펑크가 몇 번 났느냐? 어제 보다 오늘은 덥지 않았느냐? 하루에 몇 킬로미터나 가느냐? 맞바람은 어떠냐?
그리고는 "행운을!"하면서 헤어져 가 버린다. 또 창민이 대장은 친절하게 하나 하나 설명해준다.
가끔 트럭이 우리를 추월하면서 겁을 주기도 한다. 바싹 옆을 스쳐 가면서 폭풍같은 바람을 일으키는데, 길이가 36m나 되는 르드트레인일 경우에는 굉음과 공포가 한참이나 이어진다. 철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에서 철로 만든 트럭을 몰고 가는 철 없는 운전사가 가끔(아주 가끔 이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흔들어 주며, 우리가 행여 충격을 받을까 봐 차선을 바꾸어 멀리 비켜 가며 격려를 보낸다.
어쩜 그들이 우리의 생명보험같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상시에 구조요청을 할 길은 오직 그들 뿐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트럭 기사들의 무사고 운전을 기원한다!!
1996년 10월 11일(금) 야영. 도로변(발래도니아 98km전)
노즈맨 → 야영(발래도니아 98km전)
05:00 3℃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 스테이크 식빵 스프 우유
06:40노즈맨에서 출발
07:55휴식 11.5℃ 맑음 남서풍약
8:50휴식 비스켓 치즈 15℃ 맑음 남서풍중약
09:55휴식 요구르트 26℃ 맑음 남풍중약
10:45-11:10식사 도로 옆 노즈맨 40km후 식빵 계란후라이 우유 햄야채볶음 25℃ 맑음 남동풍중약
12:00휴식 28℃ 맑음 남동풍중약
13:00휴식 바나나 커피 28.5℃ 맑음 남동풍약
14:10휴식 비스켓 치즈 26℃ 맑음 동풍중약
15:05-15:23식사 트럭주차장 발래도니아 113km전 식빵 계란후라이 햄야채볶음 25℃ 맑음 동풍중약
16:13휴식 파워바 20℃ 맑음 동풍약
17:00쉼터 터에서 야영 발래도니아 98km전 남위:32°03.7′ 동경:122°42.7′
저녁식사 배추국 밥 햄야채볶음 짱아치 야채
최고속도40.2
평균속도11.2
운행시간8.17.25
주행거리96.53
누적거리3561.6
짐이 무거워 졌다.
눌라보를 공격하기 위해 늘어난 식량, 물, 연료 등을 싣고 노즈맨을 떠나 96km를 왔다. 단단한 각오로 눌라보에 들어선 것이다. 남서풍을 약간 받으며 언덕을 몇 개 넘었다. 짐 때문에 언덕 오르기가 약간 힘겨웠다. 그러나 그 동안 훈련이 많이 된 때문인지 매일 90km에서 100km를 주행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상조건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눌라보 횡단 일정도 계획을 13일로 압축시켜보았다. 어쨌든 23일에 세두나 도착예정이다.
지금 가고 있는 이 지역은 아직도 키 큰 나무 숲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황금이 수 없이 묻혀 있다는 골드필드 구역이다. 곳곳에 시추공을 박아서 광맥탐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메마른 호수도 몇 군데 지나왔다. 물은 말라 버리고 찌꺼기 소금이 뿌옇게 호수 바닥의 황토를 절이고 있을 뿐이다.
3년 전 허영호씨와 뉴질랜드의 마운트 쿡을 등반하러 간 적이 있었다. 마운트 쿡을 눈 앞에 바라보면서도 날씨가 나빠서 마운트쿡 빌리지에서 며칠을 머물게 되었다. 그 때 잠시 MTB를 빌려 타고 태즈먼 빙하를 두루 돌아 다녔다. 눈과 빙하, 빙하가 흘러내린 퇴적 돌무더기들. 우리는 비를 흠뻑 맞아 가며 그 빙하 트레일을 산악자전거로 즐겨 달렸었다.
오늘은 갑자기 빙하와 만년설이 가슴에 보고 싶었다. 눈이 내리는 눌라보는 영원히 없을 것인가? 눌라보 지평선 가득히 눈이 내린다면 어떨까? 닥터 지바고가 연인 라라를 떠나 보내는 설원 풍경이 펼쳐지고, 그 길로 우리가 방울을 울리며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고 가는 것이다. 이 길이 눈길이었으면 좋겠다.
몇 해 전에, 겨울에 설악산 비선대까지 눈길을 MTB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뽀드득 뽀드득하며 자전거 바퀴에 밟히던 눈길의 바닥 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는데...
내일은 발래도니아에 도착하고, 모래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 146km를 달린다. 이틀 걸려 직선도로가 끝나면 카이구나(Caiguna)에 닿는다. 곧은 길 90마일, 그 길이 눈길이었으면 좋겠다.
눌라보 대평원에 직선으로 펼쳐진 도로 146km, 그 길이 눈에 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평선 가득히! 사막 가득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