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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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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7일(月) 야영. 도로변(쿨가디 94km전)
서던크로스 → 옐로우다인 → 야영(쿨가디 95km전)
아침식사 햄야채볶음 식빵 우유
06:55서던크로스에서출발 14℃ 맑음 북동풍약
07:45휴식 20℃ 맑음 북동풍중약
08:40휴식 우유 24.5℃ 맑음 북동풍중
09:45-10:20옐로우다인(Yellowdine)간식 햄버거 우유 32℃ 맑음 동풍중 간식비 $14.60
11:13 휴식 귤 32℃ 맑음 바람없음
12:20휴식 31℃ 맑음 동풍약
13:18-13:45점심식사 도로옆 쿨가디130km전방 햄 계란후라이 바나나 귤 식빵
14:35휴식 32℃ 맑음 동풍약
15:35 휴식 30℃ 맑음 동풍약
06:25휴식 커피 30℃ 맑음 동풍약
07:10쉼터 터에서 야영 쿨가디95km전방
남위:31°12.7′ 동경:120°16.8′
저녁식사 햄야채볶음 된장국 밥 짱아치 야채
최고속도23.3
평균속도12.6
운행시간7.33.26
주행거리95.68
누적거리3195.0
사막 한가운데로 하이웨이를 만들면 사막은 둘로 쪼개어지고 나누어진다. 생태계도 나누어지고 동물들도 이산가족이 생긴다. 우리나라 남과 북이 휴전선 만들어 놓고 서로 나뉘어져서 이산가족을 그리워 하듯이 캥거루, 애뮤, 독사, 도마뱀, 전갈, 지네, 달팽이.. 걸어다니는 짐승들은 건너편에 있는 친구와 가족, 애인을 찾으러 갈 것이다. 만나 보고 싶어서.
운이 좋아 길을 건너면 다행이지만 자동차 불빛에 당황하여 멈칫하다가 모두 차에 받치고 그래서 죽는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차를 타고 가는 경우에는 작은 짐승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자전거 속도에서는 느린 도마뱀, 갈색 독사, 지네, 전갈, 달팽이, 개미 떼, 풀쐐기들의 이동까지 모두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도로변에 나뒹구는 수없이 많은 짐승들의 주검을 목격한다.
국립공원 부라빈(Boorabbin) 한가운데로 94번 하이웨이가 지나가고, 그 쪼갠 길로 나누어진 생태계의 애환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이어질 것이다.
오르고 내리는 길을 달려 95km왔다. 이틀동안 구름 한점 없더니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어서 급기야 기온이 급상승 37℃를 넘어선다. 14시에서 15시경에는 갈증과 체열로 기진맥진 했다. 바람은 뜨거운 북풍, 땅바닥은 모래, 키 큰 식물이 점점 사라지고 사막식물로 바뀌어진다.
그러나 사막에서는 꽃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밉고, 예쁘고, 크고 작고, 굵고 가늘고 간에 종족번식을 위한 꽃들의 생태경쟁은 다툼의 극치인 듯하다. 5cm자란 풀꽃의 색깔이 노란 원색이라면 옆에 있는 30cm짜리 나무 풀은 자주색, 그 옆에 보라색, 그 옆에 눈처럼 흰색, 그 옆에 빨강, 분홍 그런 원색의 꽃 경쟁이 끝없이 국립공원에 수를 놓는다. 아마 나비나 벌을 불러 오기 위한 다툼인가 보다.
국립공원 한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다. 도로에서 20m 남쪽에 도로건설공사 때 기층골재용 자갈을 저장하고 실어 내던 공터가 잘 닦여 있어서 그 곳에 텐트를 쳤다. 저녁식사를 하는데 무슨 발자국소리가 나길래 돌아보니 애뮤 한 쌍이 우리를 구경하다가 부리나케 숨어 버린다.
지평선 서쪽에 붉게 물든 황혼 뒤쪽으로.
오늘은 더위로 음료수를 많이 마셨다. 둘이서 마신 량이 샘물4ℓ, 우유 2ℓ, 커피 1ℓ, 보리차 3ℓ, 쥬스 2ℓ, 그 외에도 아침에 스프 2컵, 저녁에 된장국 1.5ℓ, 커피 2컵. 매일 한 사람이 10ℓ만큼 물을 마셔야 한다. 눌라보 사막구간에서는 물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 조심하라는 당부가 끝이 없다.
퍼스를 떠나고부터는 매일 90-100km씩 주행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비가 오거나 맞바람이 세거나, 더위가 심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운행에 지장이 있겠지만 말이다.
어려운 걸 꼭 꼽아 보라면 이렇다.
첫째, 신체부분이 어려운 곳으로는 안장 닿는 사타구니의 통증과 구부린 자세로 오래 있자니 손과 팔이 저리고 아픈 것이다. 지금은 적응이 되고 비교적 괜찮아졌다.
둘째, 식수와 음식사정. 많이 마시고 먹기 때문에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하지만 보관문제와 중량 때문에 양을 줄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바람, 날씨, 추위와 더위같은 기상관계이다. 그리고 엄청난 일교차를 몸으로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
넷째,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의 위험.
다섯째, 야영할 때 조심해야 하는 일. 동식물에 관한 것. 갈색독사, 전갈, 독 거미 그 밖에 짐승들의 근접, 야영지 선정에 따른 바람막이 찾기. 야간에 발생하는 로드트레인의 소음.그리고 언제 물에 잠길지 모르는 불안감.
여섯째, 자전거와 트레일러의 고장 또는 펑크.
일곱째,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호주인을 만났을 때의 처신의 어려움.
여덟째, 건강관리, 물을 갈아 마셔야 하고, 음식도 버터와 치즈, 베이컨, 스테이크 등으로 바뀌다 보니 배앓이 걱정, 건조한 공기로 인한 기관지 계통의 이상. 태양에 오래 노출된 피부의 관리
아홉째, 기온이 높아지면 따라붙는 파리와 모기. 파리 떼의 극성스러운 추격. 흡혈파리 등애의 공격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
열째,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사랑하고, 보고 사람을 참아야 하는 애타는 마음이다.
1996년 10월 8일(火) 쿨가디. 카라반파크 카라반
야영 → 불라불링 → 쿨가디
05:15 13℃ 맑음 북서풍약 아침식사 햄 식빵 스프 커피
06:20캠프지에서 출발
07:15휴식 22℃ 맑음 북풍중약
08:15휴식 비스켓 치즈 27℃ 맑음 북풍중약
09:15휴식 29℃ 맑음 북풍중
10:15-10:45식사 도로옆 쿨가디55km전방 식빵 햄 계란후라이 오렌지쥬스 31℃ 맑음 북풍중
11:35휴식 37℃ 맑음 북풍중
12:08휴식 40℃ 맑음 북풍중
13:00-14:20불라불링(Bullabulling)식사 햄버거 콜라 커피우유 39℃ 맑음 북풍강 식사비 물1.5ℓ 레몬에이드1.5ℓ $25.30 15:05휴식 레몬에이드 39℃ 맑음 북풍중
15:55휴식
17:00쿨가디(Coolgardie)에 도착 물품 구입 사과6개 요구르트6개 식빵1개 양배추 바나나4개 셀러리 양파1kg 파 물1.5ℓ 우유2ℓ 오렌지쥬스2ℓ 호박2개 $30.75 저녁식사 된장국 밥 햄야채볶음 반찬 야채
쿨가디 카라반 파크 남위:30°57.1′ 동경:121°09.6′
카라반 숙박비 $25.00
최고속도26.9
평균속도12.9
운행시간7.31.04
주행거리97.24
누적거리3292.2
100년이 넘은 마을 쿨가디에 도착 하였다.
도처에 금 덩어리가 파묻혀 있다는 골드필드이다. 소위 골드러시(Goldrush)가 100년 전에 쿨가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이 칼구리(Kalgoorlie), 칼구리는 지금도 금광이 성업 중이며 웨스턴오스트랄리아 주의 골드필드라고 한다.
황토흙 어디에 금이 묻혀 있단 말인가?
더러는 덩어리 채 줏는 횡재도 한다고 하는데, 골드러시의 전설은 이야기만 남은 체 마을은 썰렁하게 비어있다.
아침 다섯시 기상. 기온 10℃. 지금까지 아침기온으로는 가장 높다.
06시 15분 출발. 우려했던 데로 기온이 급상승. 12시 30분에는 40℃를 가르킨다.
야영을 하느라 빠듯하게 준비했던 식수는 오전에 바닥이 났었고, 수통에 조금 남은 물이 아까워서 입에 넣고 목을 축이느라 삼키지 못한 체 머금고 있기를 여러 번 했다. 갈증과 탈수로 인한 체력감퇴 현상까지 나타났다. 쉬는 시간에는 아예 방수포를 깔고 잠시나마 벌렁 드러누워 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65km를 왔다.
16시, 그 때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불라불링(Bullabulling) 로드하우스. 타는 속을 끄느라 혼자서 콜라 600ml, 커피우유 600ml, 물 500ml를 벌컹 벌컹 마시고 한 시간을 쉬고 나니 정신이 든다. 어제 아침에 햄버거를 사 먹은 옐로우다인에서 무려 137km만에 로드하우스를 만난 것이다. 또 물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어제 아침 기온이 0℃,그저께 밤에는 추워서 잠을 설쳤기 때문에,하루 사이에 기온이 이렇게 급상승하리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다. 뜨겁고 건조한 북풍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복장을 겨울 체계에서 여름 체계로 바꾸었다.신발도 샌들로 바꿔 신고 인디아 산 하얀 긴팔 면 셔츠를 상의로 입고, 바지도 파일에서 스판으로 바꾸고 장갑도 특별히 준비한 하얀색 특수원단으로 된 여름용으로 바꾸었다. 체온을 조절해야 하는 데에 모든 신경을 써야겠다.
쉴 때에도 아주 편안히 쉬고 12시에서 14시 사이에는 운행을 중단하든지, 5km마다 쉬어서 가든지 해야겠다.
창민이 대장이 코피가 터졌다. 수분 증발을 막느라 코로만 숨을 쉬었더니, 코 안이 건조해지고 느낌이 이상했었더라고 한다. 나도 체온이 높아진 때문에 입술언저리와 콧구멍 쪽 인중에 열꽃이 생겨서 물집이 생기고 헐었다. 사막기후가 시작되는 예비신호로 봐야겠다.
물! 물! 물! 탈수현상을 예방하자!
나머지 1,400km.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북동쪽,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를 걸쳐서, 거기에 죽음의 계곡이 있다.
이름하여 데스밸리(Death Valley). 정말 지옥처럼 뜨거운 곳이다. 중심부에 있는 해저 230m의 마른 소금 호수에는 지금도 모든 동물과 식물이 생존할 수 없다. 지난 세기에는 이 곳에서도 황금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났고, 그래서 데스밸리에 골드러시가 있었다.
너도 나도 서부로 서부로 달려와서 횡재를 넘 봤던 그런 곳이다. 모하비사막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에서는 그렇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더위와 갈증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
15년 전에 L.A에 있는 친구들과 나는 그 곳에 간 적이 있다. 그것도 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에 말이다. 자동차의 에어컨 성능도 한계를 넘어 결국 유리창을 모두 열었었다. 에어컨을 계속 켜고 주행할 경우에는 엔진이 과열되어 부글부글 끓는다. 그 뜨거운 바람, 히터 수백 대를 한꺼번에 틀어 놓은 것 같은 열기와 언덕길마다 준비되어있던 자동차 라디에이터용 비상 물탱크가 기억 난다.
무좀을 고쳐 보겠다고 맨발로 모래 판에 들어 섰다가 발이 뜨거워서 펄쩍 펄쩍 뛰던 친구는 결국 화상을 입었으며, 냉장통에서 연신 음료수를 꺼내 먹으며 운전해야 했던 끔찍한 추억이었다.
오늘도 40℃가 넘는 히터 바람이 불어 왔었다. 그리고 먹을 물이 없었다. 식수, 물이 바닥이 난 후 40km를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캘리포니아 죽음의 계곡과 웨스턴오스트랄리아 쿨가디의 고통스러운 이미지가 겹쳐진다. 더위 그리고 골드러시, 언제나 희생이 따르는 개척. 호주횡단 자전거길 개척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