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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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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土) 세두나 카라반파크 캐빈 #3 세두나에서 휴식
07:50 15℃ 맑음
10:30-12:15 약 15일 분량의 식량을 구입
컵 스프 8봉(4개입) $12.64 계란 60개 $13.35 버터 500g 3개 $5.37 치즈 7개(15개입) $12.81 비스켓(Bush)7개(10개입) $10.85 양파 2kg $2.58 꿀(375g) 6개 $15.96 레몬 코디알 4개 $8.52 쌀 2kg 3개 $8.64 우유 2ℓ $2.67 냅킨 300장 $4.14 오렌지 쥬스 2ℓ $3.32 스테이크용 고기 3.5kg $33.34 햄(진공포장) $7.20 3개 $5.33 7개 $2.13 $2.16 $11.70 $10.66 $3.69 $3.89 $3.58 $4.53 $2.94 2개 당근1kg $1.39 참치5캔 $11.20 말린살구2봉 $9.10 땅콩2봉 $7.24 귤890g $1.76 감자1.378kg $1.36 물10ℓ$6.50 식빵3개 $5.40
에어반도 서북단. 마의 구간 눌라보의 동쪽 시발지점 세두나.
세두나의 아침은 맑고 밝게 시작되었다. 마치 마음과 뼈가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늦잠을 잤다.
오늘은 하루 쉬기로 하였다. 눌라보 구간을 위한 준비와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눌라보 1,200km에서 필요한 식량을 구입하고 자전거와 꼬리차를 손질하였다.
사막과 바람만으로 이뤄진 눌라보 대평원!
왜 이렇게 흥분과 기대가 앞서는지 모르겠다.
나는 당뇨성 체질이다.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과로하거나 걱정이 생기면 혈당에 이상이 생기고 곧잘 무력해 진다. 징후가 보인 것이 4-5년이 되었다. 당뇨성 체질에 관한 공부를 한참 했다. 책도 보고 의사들과 의논도 해 보았다. 해답은 스스로 조절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가고 있는 이 횡단일정도 때로는 무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 걸 넘어 서 보려는 노력이 더욱 집요해진다.
지난 6월 말 경에 보르네오 섬의 마운트 키나발루에 다녀 올 때는 몸 컨디션이 참 좋았다. 그리고 8월초 백두산 MTB 등정, 중순에 뉴질랜드 스키투어 그리고 곧장 호주대륙횡단으로 이어 온 것이니 피로가 쌓이고 있다.
중국에서 음식이 좋지 않아 얻은 장염 때문에 뉴질랜드에서도 고통스러웠고, 그 후유증이 호주에까지 왔었으나 브리즈번에서의 5일간 휴식으로 말끔히 회복되었다. 계획대로라면 1주일에 한 번쯤 휴식을 갖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운행이 지연되고 있어서 꼭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쉬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오늘까지 4일을 쉰 셈이다. 날씨가 나빠서 이틀, 브로큰힐과 이곳 세두나에서는 구간 준비를 위해 하루씩 휴식.
그 휴식시간을 적절히 이용하여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푼다.
몸은 엔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마음은 피로를 느낄 만한 게 없다. 파트너가 좋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다. 창민이 대장이 나이에 비해 차분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엔진-몸 관리가 제일 어려운 몫이다. 좋은 공기, 좋은 물, 좋은 연료를 먹고 마셔야 하고, 적당한 윤활유 역할의 비타민, 미네랄 등 보조 음식도 잘 섞어 먹어야 한다. 그러나 식단이 단순해서 합리적인 영양보충에 어려움이 많다. 탈수증이 생길까 걱정이며 이에 대한 준비는 단단히 해야 한다. 물과 음료수를 충분히 갖고 다니는 것이다.
요즈음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05시 30분에 잠에서 깬다. 대부분 새들이 깨워준다. 동이 트는 시간이다. 저녁에 만들어 놓은 뜨거운 커피나 설록차를 보온병에서 따루어 한 컵 씩 마신다. 텐트를 열고 나서서 심호흡을 하고 기지게를 펴면, 동쪽 지평선에서 해돋이가 된다. 희망의 찬란한 아침이다.
06시에 아침식사 준비. 토스트 8개를 굽는다. 스테이크 2장, 계란후라이 2개. 이상 아침식사용, 점심도시락을 만든다. 아침식사와 같은 양이다.
06시 40분이면 아침식사가 끝나고 짐을 챙긴다. 마지막으로 텐트를 걷어 꼬리차에 실는다.
07시에서 07시 30분 사이에 캠프지에서 출발한다. 첫 운행은 한시간정도 쉬지 않고 간다. 대체로 13km 내외. 쉴 때마다 물을 마시거나 간식을 한다. 두 번째 운행부터는 10km단위로 쉰다. 쉬는 시간은 10분 내외. 창민이 대장이 앞서가며 조정한다. 고갯길이나 맞바람을 맞을 때는 40-50분 마다 쉰다.
11시에서 12사이에 점심도시락을 먹는다. 처음에는 점심도 중간 중간 현장에서 요리를 해 먹었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할 뿐 아니라 더위로 인한 뜨거움 때문에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기로 하였다. 쉬는 시간의 간식으로는 쥬스 한잔이나 커피 한 컵, 파워바 또는 비스켓 하나에 작은 치즈 한 장을 먹는다. 도시에서 시작되는 날에는 간혹 바나나와 요구르트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
16시부터 야영할 장소를 찾기 시작해서 늦어도 17시 이전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간다.
17시 30분, 저녁식사 준비. 저녁은 밥을 먹는다. 쌀밥, 된장국, 짱아치, 그리고 스테이크 2장. 된장국에는 양파, 양배추를 약간 넣는다. 도시에서는 호박도 넣어 먹는다. 무게 때문에 야채를 충분히 갖고 다니지 못한다.
18시 30분에 저녁식사. 텐트 앞에 방수천을 깔고 사방이 지평선인 둥구런 지구 그 가운데 앉아 저무는 저녁 노을을 감상하며 만찬을 즐긴다.. 곧 어두워진다.
19시에 취침준비를 하고 텐트에 들어간다. 일기를 쓰고 운행기록을 정리한다.
19시 30분에 취침. 깊고 긴 잠을 잔다. 아니 잠이 그렇게 쏟아진다. 몸에서 잠을 요청하는 것이다. 운행거리는 하루 평균 80km 내외. 몸이 엔진이라서 편히 쉬게 해야 한다. 저녁이나 밤에 시간이 남아서 편지를 쓰고, 책도 읽고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밀려드는 잠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곧장 잠이 든다.
밤엔 기온이 낮아진다. 5℃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추위도 느낀다. 그러나 텐트 안이 제일 따뜻하다. 창민이 대장과 내가 갖고 있는 체온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야영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부자간의 열정이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9월 29일(日) 세두나 카라반파크 캐빈 #3 세두나 → 세두나 30km후 → 세두나
08:20세두나에서 출발
09:15휴식 15℃ 구름 서풍강
10:03휴식 치즈 커피 15℃ 비 서풍강
11:00휴식 15℃ 비 서풍강
12:00-12:20점심 도로옆 세두나28km후방 식빵,스테이크,커피
13:00-13:20휴식 후 세두나로 돌아감 15℃ 비서풍강(약 40노트)
15:30 세두나 도착 카라반파크 캐빈 숙박비 $30.00
주행거리62.52
누적거리2677.0
강력한 서풍과 빗줄기를 뚫고 오기와 열정을 앞세워 세두나를 출발하였다.
그러나 14시까지 30킬로미터 밖에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계속 비가 내렸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맞은 비 전부 보다 더 많은 비를 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무척 추웠다.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비를 맞으며 의논한 결과 무조건 세두나로 돌아 가기로 하였다. 날씨가 너무 나쁘고 모든 것이 비에 젖어 버렸다. 15일 분량의 식량과 옷가지, 카메라, 스토브.....
이렇게 비를 맞으며 마을도 없는 지역 1,200km를 통과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눌라보의 벽이 이렇게 높다니!
세두나로 돌아와서 카라반 파크에 다시 숙소를 정하고 나서 여행자 센타를 방문하였다. 다그치는 마음으로 지리와 기상정보를 자세하게 구해 보았다. 관계자들의 말로는 최소한 6일 간은 날씨가 나쁠 것이라고 했다. 지리적으로 싸이클론의 상습 통과 지역인 것 같다.
창민이 대장과 의논 끝에 운행 계획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눌라보를 거처 퍼스로 가는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서 날씨가 나쁜 기간을 이용하여 퍼스까지 차 편으로 간 다음, 퍼스에서 세두나까지 제 2구간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역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최종으로 눌라보를 통과하는 것으로 운행계획을 바꾼 것이다.
날씨가 나쁠 것이라는 6일간을 더 기다릴 수가 없고, 예약해 둔 비행기 표의 날짜 지정도 마음에 거슬리고 또 퍼스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여 온다면 눌라보 구간이 최종 목적지가 되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데 창민이 대장과 합의 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맞바람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다면 말이다!!
28킬로미터 지점에서 세두나로 되돌아 왔다.
내일 퍼스로 떠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표를 예매하고 와서 푹 쉬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개운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