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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쇠말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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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4일 水
관음사 야영장-절물-사려니숲길-교래-제주, 친절민박 46km
길!
나는 길이 좋다!
나에게는 길이 기쁨이다. 기쁨이며 자유다. 자유이며 꿈이다. 꿈이며 사랑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 길을 가는 것이다.
길에는 언어와 소통이 있다. 냄새가 풍기고 사람을 만난다. 소리가 들리고 나무가 자란다. 새가 날고 꽃이 핀다. 시간이 흐르고 바람이 분다. 해학이 춤추고 낭만이 나부낀다.
자전거여행자일 때 나의 길은 신앙이다.
길이 성지이고, 길이 경전이다. 길이 공부이고, 길이 해탈이다.
금강경이나 고린도전서을 한 번 외우는 것보다 한계령을 자전거로 한 번 넘는 게 나한테는 더 큰 공부다. 한 바퀴, 한 바퀴 자전거 바퀴를 굴리면서 손바닥만한 안장에 앉아 길을 읽는 것이 나는 더 좋다. 길을 외우는 것이 고통을 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탈이란 고통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경지인 것이다.
나에게 길은 기도이다.
건강한 것과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기도이다. 태어나 가족을 만난 것에 기뻐하는 기도이다. 치사하게 살지 않고 거만하게 살지 않기를 간구하는 기도이다. 화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를 원하고 원하는 기도이다. 만민의 치유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기도이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516도로까지 5km를 내리막한 다음 우회전하여 절물을 향해 오르막 길을 올랐다.
오이쨈님이 절물에 좋은 숲길이 있다고 하였다. 516도로 1131번을 7km 오르막하면 삼거리에서 죄회전하는 비자림로 1112번 도로를 만난다. 좌회전하면 바로 길 좌우로 높게 솟은 삼나무길이다. 세콰이아를 계획조림하여 이만큼 키우자면 적어도 몇 십 년은 걸렸을 것이다. 오이쨈님이 오자고 고집을 부릴만 하였다.
삼나무길을 지나 동쪽으로 1km 쯤 가자니 오른쪽으로 갑자기 예정에 없던 "사려니숲길"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입구로 들어갔다. 관리실에는 안내원인 듯한 중년의 여인이 있었다. 숲길이라는데 자전거로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라고 했다. 친절하게 안내서도 주었다. 1118번도로와 만나는 꼭지점까지 약 10km라고 하였다. 숯길 10km를 자전거로 갈 수 있다니 졸지에 대박을 맞은 것이다.
사려니숲길과 오이쨈님 |
사려니숲길!
이름마저 평화롭다. 누가 지어준 이름일까? 이따 관리소에서 물어봐야지.
시속 5km도 빠른 것같아 브레이크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며 걸음걸이 속도인 시속 3km로 자전거를 걸었다. 걸으며 숲을 느끼는 것이다. 고단했던 여독이 저절로 풀렸다. 잎사귀가 떨어진 나무들이 팔을 벌려 사람을 반긴다.
3km가 내리막이고 다시 2km가 얕은 오르막이었다. 왼쪽에 물찻오름이 보이면서 ㅓ자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1118번 남조로까지 비스듬한 내리막이 5km이다.
길은 걷기에 좋게 황토가 깔려있었고 좌우로 삼나무, 세콰이아가 3km가량 우거져 있다. 이 삼나무는 1930년대에 심었다고 한다. 자라기 좋아하는 키다리 나무 메타세콰이아이다. 숲 사이로 나무 마루를 깔아 만든 길도 있었다. 2009년 8월 14일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한승수국무총리가 함께 이 숲길을 걸었단다.
올레, 둘레같은 길이 생산 되면서 몇 년 사이에 길에 대한 수요가 급하게 늘어 났다.
사려니숲길도 이 즈음에 생산 됀 길인가 싶다. 참 좋다! 길을 타는 보통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참 잘 됀 일이다. 걸으면 건강에 좋다. 걸어서 얻는 건강은 몸과 마음 양쪽에 다 좋다. 숲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같다. 자전거를 탄 우리 두 사람을 멋지다고 칭찬하는 노부부를 만났다. 부부가 숲길을 걷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고 일러주었다.
이번 제주도여행에서 받은 좋은 기분은 제주도가 많이 친절해졌다는 것이다. 그 친절의 긍정적인 마음이 모여 이 사려니숲길을 만들었으리라 여겨진다. 이 숲길을 설계하고 만들어 준 제주도사람들에게 감사를 해야겠다.
교래에서 고픈 배를 닭도리탕으로 채우고 나니 만사가 그만이다.
1118번도로를 타다가 97번도로를 만나 좌회전 한 다음 내리막으로 제주까지 닿았다. 제주항 부두길을 지나 가다가 내 제안으로 "친절민박"에 들었다. 재작년에 아내와 전국일주를 했을 때에 묵었던 곳이다.
내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날아갈 것이다. 엿새 동안 씻지않은 몸에서 길냄새가 풀 풀 날 것이다. 1인당 1만 원에 방 하나를 둘이서 잡아 들었지만 공동화장실에 만들어 놓은 샤워기에서 내뿜는 뜨거운 물은 10만 원짜리 방만큼 잘 나왔다. 샤워를 마치고 근처 어물전에서 방어회를 사다가 저녁겸 소주를 한잔씩 나누었다.
연예인만큼 흥이 많은 오이쨈님이다. 무뚝뚝한 나를 만나 둘이서 여행을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2010년 11월 25일 木
제주-비행기-김포-구로동(자전거)-무림리(차량)
12시 55분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을 이용하였다.
자전거와 트레일러는 포장대행을 해 주는 수화물보관소에 맡겨 포장을 했다. 포장비는 자전거 1대 당 1만5천원이다. 트레일러는 포장재 뽁뽁이로 감아 쌌다.
체크인을 하고 화물을 맡겼지만 제주항공에서는 추가 운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저가 항공이라 까다로울 거라는 고정관념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제주도가 좋아졌다. 제주 축구팀도 늦게 시작한 것에 비해 올해는 시즌 2등인을 한 것인데 그게 그냥 된 게 아닌 것이다. 제주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말 바라던 바다.
김포공항에서 오이쨈님 집이 있는 구로동까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트레일러를 끌었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내 차에 자전거와 짐을 싣고 무림리로 돌아 왔다.
연평도포격 사건으로 아내가 더 그리웠었다. 밤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