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5만회 페달링
에디터 : 박규동

1996년 9월 4일(水)  워렌(Warren) 맥쿼리 카라반파크 캐빈
                   콤바라 → 워렌

아침식사 토스트,커피,씨리얼
07:05콤바라에서 출발
08:15-08:37휴식
09:40휴식 파워바
10:37휴식 쥬스,날계란
11:45-13:10점심식사 도로옆 워렌40km전 스테이크,계란후라이,식빵 맑음 남풍
14:00-14:20휴식
15:10휴식
16:30워렌(Warren)도착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짱아치,야채
맥쿼리 카라반파크 남위:31°41.7′동경:147°50.4′ 캐빈 숙박비 $40.00

최고속도21.6
평균속도13.8
운행시간6.31.19
주행거리90.15
누적거리984.4

스완스보로우씨 내외와 열일곱살 막내아들 크리스토퍼의 환송을 받으며 일곱 시에 콤바라를 떠났다. 부인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커서 창민이 대장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 자전거의 설명을 듣고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동차로 가기도 힘든 길을 이렇게 가냘픈 모습의 자전거로 사람이 페달을 밟아 간다니 믿기지 않은 모양이다. 스완스보로우씨 댁을 떠나 올 때에는, 집에서 키운 닭들이 낳은 것이라고 하며 부인이 옥색 계란 한 꾸러미를 싸 주었다. 고마운 마음씨에 우리는 갚을 것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출발 후 5km쯤 달려와서는 아침 햇살을 쬐며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데, 남편 스완스보로우씨가 차를 몰고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또 스테이크 고기를 한 덩어리 주고 간다. 부디 몸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쿠남블 사람들 인심이야!

"쿠남블에 방문하고 쇼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는 쿠남블 사람들

카라반파크 입구

카라반파크의 캐빈을 빌려 들었다. 40불에 이불은 없고 부엌시설과 샤워시설이 모두 되어 있다. 주차장 한 가운데에 화장실과 동전 세탁기가 있어 세탁도 하였다. 저녁에는 밥을 한 솥 지어 배불리 먹었다.

카라반파크는 캠프용 카라반을 끌고 오는 자동차 여행자들이 캠프하는 유료 주차장겸 캠프장이다. 그 외에도 카라반을 여러 대 상설 주차시키고 손님에게 빌려 주기도 하고, 캐빈이라는 이동가옥같은 작은집을 임대해 주기도 하는 곳이다. 캐빈은 좁게 쓰면 너댓 명은 사용할 수 있겠다.




태풍권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86km를 비교적 수월하게 왔다. 늘 꽃 길을 달려 왔지만 오늘따라 샛길의 호젓하고 아늑한 꽃길 풍경은 자전거 여행의 참 맛을 가슴에 새겨 준다.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이 지천이었다. 장미나 백합이나 그런 게 아니고 그냥 풀꽃들이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햇빛도 따뜻했다. 추위도 누그러 들었고 바람도 잦아들어서 꽃구경하며 캥거루 떼, 소떼, 말 무리, 양떼, 새무리 사이를 달려왔다. 도로 양편에는 초원과 방풍림이 나란히 펼쳐져 있었으며, 도로의 낮은 데에는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강우량이 많아 보였다.

1994년에 구입한 나의 자전거 예티(Yeti)는 앞뒤에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이 있고, 트랜스미션은 24단 시마노 XTR이다. 앞 기어가 3개 뒷 기어가 8개다. 96년 신형 V 브레이크를 새로 장착했다. 또 속도 및 거리를 계산해주는 컴퓨터 주행계기를 이번 원정을 위해 새로 달았다.
오늘로 총주행거리가 1,000km를 넘어섰다. 앞 타이어는 2.1인치 짜리 클라인(Klein)이고 뒤는 약간 큰 타이어로 2.35짜리 역시 클라인이다. 이 타이어는 캐블러를 내구재로 쓰고 있기 때문에 가볍고 탄력이 좋다. 프레임은 유명한 이스톤사의 고강도 알미늄이다.



남쪽으로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 지금부터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약 4,000km를 더 가야 하고 1,200km의 클래식 루트인 눌라보 사막 평원을 통과해야 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가 200Km를 넘는 곳이 허다하다고 한다. 자동차는 서너 시간이면 지날 수 있는 거리지만, 자전거 속도로는 삼사 일씩 걸리는 거리이다. 때문에 이런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넉넉잡아 약 일주일분 식량과 식수를 갖고 다녀야 한다. 그 무게가 어려움이다.


9월 5일(木)     닌갠(Nyngan) 카라반파크 캐빈 #3
              워렌→닌갠

07:45 7℃ 맑음
아침식사 스테이크,끓인밥,계란후라이,짱아치
8:20 워렌에서 출발
09:15휴식
10:15-10:40 네버타이어(Nevertire)에 도착 간식 로드하우스 햄버거,콜라 식사비$10.80
11:30-11:50휴식 자전거의 체인과 페달에 기름칠(피니쉬라인 크로스컨트리,Finish Line Cross Country)
12:30휴식
13:20-13:35박규동 트레일러 오른쪽 튜브 펑크 및 수리
13:40-14:35점심식사 쉼터 스테이크,식빵,계란후라이,된장국,양파
14:50-15:00박규동 트레일러 오른쪽 튜브 펑크 및 수리
15:50휴식 오렌지쥬스
16:45휴식
17:00닌갠(Nyngan)도착
물품구입 구입품 튜브(20인치,thorne resistant)2개 $19.00 스테이크2.5kg $24.25 오렌지쥬스 2ℓ $2.79 식빵 $2.00 파 $1.29 셀러리 $0.95 상치 $0.69 호박 $1.52 사과8개 $2.75 콜라4개 $1.68
카라반파크 남위:31°33.9′동경:147°12.6′
캐빈 숙박비$35.00
트레일러의 튜브를 모두 새 튜브(thorne resistance)로 바꿈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짱아치,야채

최고속도19.3
평균속도14.1
운행시간6.08.01
주행거리86.80
누적거리1071.2

트레일러 펑크가 두번 났었다. 그러나 네버타이어(Nevertire) 삼거리에서 간식으로 대형 햄버거를 먹었더니 속이 든든하여 80km를 수월하게 왔다.
워렌에서 네버타이어까지는 20km. 제니 스완스보로우 여사가 결코 피곤하지 않을 거라고 농담을 했던 것처럼, 별 어려움 없이 네버타이어에 도착. 간식을 하고 북서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신나게 달렸다. 그런데 별안간 내 트레일러에 펑크가 났다. 새 튜브로 갈아 끼운 바퀴가 한 시간 후에 또 다시 펑크.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원인분석을 해 보았더니 철제 림 연결부분의 안쪽에 용접한 자리가 뒷처리가 되지 않고 날카롭게 튀어나온 상태를 방치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테이프를 접착시켜 감쌌다.
닌갠에서 헤비듀티용 튜브를 구입해서 트레일러 전체 바퀴를 헤비듀티의 튜브로 교체하고 모든 바퀴의 림 연결 부분에 테이핑 작업을 했다. 닌갠의 자동차 수리점에서 자전거 튜브를 구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닌갠 마을 입구

카라반파크를 이용하여 보니 참 편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단 침낭만 갖추면 된다. 오늘은 35불에 빌렸다. 히터, 조리시설, 샤워장 등 모두 갖추어져 있다.

창민이가 앞에 달려가고 내가 뒤에서 따라간다.
창민이는, 항상 대장으로서 운행계획에 맞추어 거리를 계산하고, 쉴 곳을 정하고, 기상과 도로 상황에 따라 코스 변경도 창민이가 선택한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안장에 올라 앉아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창민이는 속도와 자세가 변함이 없다.
페달 회전계를 달아서 60rpm으로 주행하는게 좋다고 하면서 꾸준히 내달린다. 60rpm이면 1초에 한 바퀴씩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회전속도이다. 또 크랭크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왼발과 오른발이 각각 한번씩 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한 시간에 페달을 밟는 횟수는 (60rpm×60분)×2번=7200회이며 하루에 약 7시간을 평균 주행하면, 하루에 약 5만번(7200×7=50400번) 페달을 밟아야 하는 셈이다.
주행 중에는 1시간 또는 10km마다 휴식시간을 갖는다. 식사시간도 창민이가 정한다. 창민이는 지도와 콤파스, GPS, 고도계, 온도계 등을 갖고 다니며 당일 운행구역의 바람, 오름과 내림길, 도착지점 및 야영시간을 조정해 나간다. 요리는 주로 내가 한다. 산에서 익힌 야영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밥짓고, 고기 굽고, 찌개 끓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설거지는 창민이가 해 치운다.


어느 방향이나 아득한 지평선이다.

어느 방향이나 아득한 지평선이다. 눈높이 아래에서 해가 뜨고 어깨 아래로 해가 저문다. 지평선이 원을 그리며 바라보이는 호주 내륙의 아웃백, 그 속에 살고 있는 호주인들의 가슴은 애초에 시원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거칠 것 없는 황야, 그런 곳에서 그들은 태어났고 자라며 어른이 되는 것이다. 호주생활 한 달도 안 되는 내 가슴이 이렇게 후련할진데 호주인들의 가슴은 얼마나 크게 열려 있을까, 언제나 호주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가슴부터 크게 열자!

닌갠은 제법 갖추어진 도시이다. 교통요지이며 메리노 양모의 대량 생산지, 뉴사우스웨일즈 주 서북쪽 마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산이 그렇게 많은 걸 상상이나 할까? 얼음, 눈, 폭포 이런 것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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