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캠핑 여행과 비둘기낭폭포
에디터 : 쇠말패

"아! 이런게 진짜 아침이야! 지금까지 아침은 아침이 아니었어!"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님의 감탄이 우리 모두를 깨어나게 했다. 호수와 숲 사이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아침이 이렇게 착한 느낌이란 말인가!
야영에서 맞는 아침은 늘 특별하다. 숲에서 잠을 깨면 마치 나도 숲의 한 모퉁이가 된 듯 일체감을 갖는다. 그것도 눈 위에서 깨어나는 아침이 아닌가!
호수는 얼어 있었다. 걸어서 호수를 건널 수도 있고 눈으로 시선만 건널 수도 있다. 우리를 에워싼 숲은 눈으로 덮혀 있었다. 산정호수 북쪽, 상류에 잡은 우리의 잠자리는 아침을 만끽하기에 조금도 빈 데가 없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전거캠핑을 떠났다.
쇠말패의 캠핑은 자전거 트레일러를 이용하는 특별한 여행이다. 침낭과 텐트와 냄비, 스토브를 싣고 먹거리를 담아 가는 트레일러는 주황색 깃발이 늘 펄럭인다. 그 펄럭임에 영혼을 맡기고 떠나는 나들이는 자전거 여행가들만이 갖는 가난한 사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맥도날드점


20일, 토요일 아침 10시 반에 무림리에서 모였다.
출발은 11시 쯤이었다. 축석령을 넘고 송우리를 지나 대진대 앞에 있는 맥도날드 점에서 쉬었다. 아쉬운 마음에 빅맥 세트를 하나 씩 먹었다. 전 날 밤에 도착하여 하룻 밤을 무림리에서 묵은 노마드님, 그리고 아침에 모인 인천에서 올라온 트리스탄과 인디고님, 구리에서 온 산장지기님과 마찌님, 양주에서 온 바람처럼님과 정선아리랑, 목동에서 온 오이쨈님, 무림리에서 자작나무와 바람개비님 그리고 흰늑대와 불근늑대 하여 모두 12명이 여행에 참가한 것이다. 화기가 애애하여 시새이게 했다.

낮 1시가 넘어 38선 휴게소에서 떡라면을 끓여 먹고 운천을 지나 산정호수길로 접어 들었다. 하늘은 청명하였고 바람조차 없었다. 산정호수 댐 아래쪽 주차장에서 댐 상류로 오르는 샛길을 오르는데 군데 군데 눈이 쌓여 있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오르막을 오르며 미끄러운 눈길을 살피느라 긴장과 유쾌함이 페달을 따라 반복을 했다. 어느덧 호수에 닿았다. 호수는 얼어 있었고 얼음 위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호수를 왼편으로 바라보며 상류로 향했다. 점 찍어 둔 야영지까지도 오르막이었다. 오솔길에서 눈더미를 만나 질퍽거리거나 뽀드득대는 눈길을 번갈아 가며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재미는 애드레날린의 흥분으로 넘쳤다.

38선 휴게소에서 점심


산정호수 뚝길에서

호수는 얼어 있었고 얼음 위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호수 북단에 자리잡은 야영지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었다.
산장지기님과 바람개비님이 준비해 온 삽겹살구이가 식전요리로 나왔다. 노마드님과 정선아리랑님이 모닥불을 피웠다. 그러던 차에 감기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꼭 야영에만 참가하겠다고 김부장이 차를 몰고 왔다. 푸짐한 식전요리 덕에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산장지기님이 제조한 신선주를 나누어 마셨다.

이런 아침을 맞으려고 야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야영에서 맞는 아침은 캠핑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상큼한 새벽공기, 재잘대는 새소리,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살아있음에 넘치는 기쁨, 텐트 아래 깔린 눈으로부터 느껴지는 한기, 친구들의 휘파람소리, 커피를 끓이는 모닥불의 온기, 오가며 밟히는 눈 위의 발자욱 소리......

아침이다.

이런 아침을 맞으려고 야영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비둘기낭폭포를 탐방하는 날이다.
9시 반에 야영지를 떠나 운천을 거쳐 가파른 고개 둘을 넘고 대회산리에 있는 비둘기낭폭포에 닿았다.
비둘기낭폭포는 한탄강의 지류에 있는 자그마한 폭포다. 한탄강이 용암의 흐름을 따라 생성된 강이라서 보기에 따라 기암괴석이 훌륭하다. 비둘기 날개처럼 펼쳐진 동굴 가장자리로 폭포가 쏟아지는 특이한 형상이라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소문이 난 곳이다. 트리스탄이 비둘기낭폭포를 꼭 찾아보자는 의견을 냈다. 계획된 한탄강 댐이 완공되면 이 폭포도 물에 잠긴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얼음이 깔린 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동굴을 둘러 보았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 퍼뜩 떠 올랐다. 아내와 사진을 찍었다.
비둘기낭마을 농촌체험관 앞에서 떡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고 남쪽으로 중산리고개를 넘었다.

비둘기낭폭포로 가는 길

비둘기낭폭포는 한탄강 댐이 완공되면 수몰될 가능성이 커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비포장도로로 이뤄진 중산리고개는 눈까지 쌓여 있었다.
하루에 차량이 한 두 대 다닐까 말까 하는 한가한 도로이다. 오르막이 북향으로 나 있어 눈이 얼어있는 고갯길의 상단부는 자전거의 바퀴를 헛돌게 했다. 정상부 약 500m만 포장이 되어 있었다.
알프스를 넘는 전차군단처럼 우리의 Burley 트레일러 전사들은 힘차게 고개를 넘었다. 내리막 2km는 눈이 녹아서 진창이었다. 간혹 진창 아래에는 녹지 않은 얼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진창이 튀면서 트레일러와 사람까지 흙범벅이 되었고, 미끄러운 느낌은 살아나서 근육을 긴장으로 춤추게 했다.
포장도로를 만나 오가리-양문-43번국도를 타고 포천을 통과했다.

아내 불근늑대가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오래만에 자전거를 탔을 뿐 아니라 점심도 부실하였던 것 같다.
주력부대는 달리고 아내와 나는 뒤로 처졌다. 대신 트리스탄이 무림리에 가서 차를 가져오기로 하였다. 무림리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였다. 노마드님의 소개로 하트최영희님이 찾아와서 함께 어울렸다. 서울의대산악부 출신의 여자의사다. 자전거에 빠져보겠다는 의지가 건강해 보였다.
무림리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노마드님은 하룻밤을 더 묵기로 했다.

1박 2일, 비둘기낭폭포! 이 흥분은 한 달짜리가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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