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자전거로 가는 태릉
에디터 : 쇠말패


자전거는 인간이라는 소재로부터 사람이 되게끔 도와 준다.
소재에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하고 엄숙한 과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전거타기는 명쾌한 경험으로 어리석음을 덜어 준다. 자전거는 엔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그 여행을 통해 사람으로 성숙하는 데 필요한 천진(天眞)을 깨닫게 한다. 여행도구 중에서 공간과 시간을 유리보다 더 투명하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자전거의 도량이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자전거를 타면 사람을 만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겨울에 자전거를 타면 더 춥다. 여름에 자전거를 타면 더 덥고 목마르다. 더 추울 수 밖에 없다는 겨울의 진실이 나를 사람되게 하고, 여름의 목마름이 나에게 물 한 모금의 소박함을 가르친다. 더 춥고, 더 덥고, 더 투명한 관계가 사람이 되는 순리이다.


조선왕릉전시관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정자각을 통해 바라본 태릉


태릉은 조선 11대 왕 중종의 두 번째 계비 문정왕후(文定王后) 윤씨(1501~1565)의 능묘이다.
왕비의 단독 무덤으로는 놀랄만치 웅장하다. 당시 왕후 윤씨를 비롯한 세력이 얼마나 컷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태릉은 명당자리여서인지 주변에 육군사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삼육대학교가 둘러있고,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이 있다. 그리고, 작년 6월에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됨에 따라 작년 12월 24일 "조선왕릉전시관"이 태릉 안에 개관 되어있다. 또, 정기 넘치는 불암산이 북쪽에 있다.
겨울 자전거여행을 하기에 딱이다. 둘러볼 곳도 많고, 하여 새로 개관한 조선왕릉전시관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나선 것이다.

육군사관학교와 삼육대학교에 자전거를 출입금지 시켜 불암사 경내를 걸었다.


우리의 명품 안내인 첼로님의 기획이다.
무림리에서 불근늑대, 미나리아재비 그리고 흰늑대, 인천에서 트리스탄, 목동에서 오이쨈님, 제기동에서 오장군, 도봉동에서 첼로님이.... 살곶이다리에서 만나서 태릉으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중랑천의 자전거 길은 구청마다 제설하는 규범이 달라서인지 1m 넓이로 말끔하게 치워진 곳도 있고 눈이 다져진 다음에 눈을 치워서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냐 하면서 눈을 치워준 여러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전 한 때는 남아있던 추위로 손끝이 시렸다.
조선왕릉전시관에 들렸다가 모처럼 태릉을 보고나서 북부지원 앞에서 두부전골로 점심을 먹었다. 늦게 찾아온 파스텔님을 태릉에서 만나 일행은 모두 여덟.
점심을 먹고 육군사관학교와 삼육대학교를 찾았으나 입구에서 자전거를 출입금지 시키는 바람에 대신 불암사를 올랐다. 산 중턱까지 오르느라 겨울땀을 흘렸다. 불암사 경내를 걸었다.
불암사에서 내려오다가 길가에서 파는 바구니 딸기를 간식했다. 빙 둘러 서서 나그네 마냥 먹는 딸기는 꿀맛이었다.

서울여자대학교 눈 쌓인 운동장

서울여자대학교 운동장.
쌓인 눈밭에서 개구장이처럼 눈자전거를 탔다. 오이쨈님의 장난끼는 아무도 못 말린다. 겨울 웃음을 터지게 웃었다.

파스텔님의 제안으로 저녁은 피자를 먹었다. 몇 번째 들리지만 피자헛 중화점은 친절하고 맛도 좋은 곳이다. 여덟 명이 "넷이 오면" 두 세트를 시켜서 다 먹지 못했다.
겨울 자전거여행의 마무리는 나누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여행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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