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자전거 1박2일 캠핑 여행
에디터 : 쇠말패

늙어서도 가을 캠핑을 떠나면 단풍처럼 가슴이 붉어진다.
쇠말패 친구들과 가평 자라섬으로 자전거 캠핑을 떠났다.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야영을 하러 가는 여행은 누구라도 설레임이 가득할 것이다. 나는 트레일러를 끌었다. 오래된 관습처럼 밥솥과 침낭을 꾸렸다. 전 날 의정부시장에서 장을 봐 온 파전 재료를 더 실었다. 섬에서 천막을 치고 어두워지면 막걸리와 파전을 구워 먹을 요량이다.




24일(토) 낮 1시에 모두 모였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에 자동차를 타고 온 사람까지 모두 열두 명이었다. 청평댐 옆에다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로 길을 나섰다.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상천천을 따라 난 자전거길을 타고 가다가 상천에서 경춘국도를 건너 에덴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다. 이길은 크로스컨트리 하듯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늦게 도착하였다고 그 땜으로 오이쨈님이 커피를 샀다. 에덴휴게소부터도 구도로를 따라 빛고개를 넘으면 가평까지 논과 밭 사이로 난 차없는 길을 달릴 수 있다.

자라섬에 도착하여 야영지를 잡았다.
야영 경험이 풍부한 산장지기님이 잡은 자리는 명품이었다. 각자 텐트를 치고있는 사이에 오이쨈님과 트리스탄이 부식조달을 위해 가평 장터에 다녀왔다. 아내의 파전은 가평 잣막걸리와 잘 어울렸다. 밥을 거른채 전으로 저녁을 떼우다시피 했다. 그렇게 밤이 이슥해졌다.

자라섬에 도착하자 해가 산을 넘기 시작했다.

앞장 서 야영장을 찾아 나서는 산장지기님




야영장의 등불은 어리고 착했다.
등불이 어리면 언어가 흥분을 한다. 가벼워진 언어는 그 무게로 여행자의 발 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농담이 덩달아 가벼워지고 취담이 가담을 한다. 여행자의 넉살이 살아나고 사는 게 이런 거라는 해학이 혀끝에서 춤을 춘다. 우리의 가을 야영은 행복의 순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맑았다. 자전거와 트레일러가 만들어 낸 가을의 기적이다.

여행에 따르는 '불편한 진실'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여행을 통해서 친구가 되거나, 아니면 적이 되는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여행을 마치고 나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행은 먹고 잠자는 일상을 함께 꾸리는 일이다. 여행에서는 그 일이 만만치 않다. 생존의 기본인 먹고 자는 일이 서로 다르다는 걸 배우는 데에 너무 많은 감정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쇠말패 친구들은 오히려 여행을 통해서 끈끈해졌다. 특히 지난 여름 남해안여행에서 함께했던 추억이 우리를 더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여행을 거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멋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평균연령이 50대 후반이라 더더욱 자랑스럽다.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마르고 고집만 남는다고 했다.
그 틈에 아들 윤구의 재치는 빛나고도 남았다.





아침에는 가을 안개가 자욱하였다.
섬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말이 없어도 우리는 우주의 가을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자전거타는 우주인이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안개가 걷힐 즈음하여 우리는 남이섬을 돌아 호명산을 향하고 있었다.
한 단풍하는 호명산이다. 쇠말패와 처음 라이딩을 하는 수산나님도 얼굴에 단풍이 들었다. 모두 고개를 오르느라 뺨이 붉었다. 고개 꼭대기에서 해 먹은 점심은 단풍이 반찬이었다.

여행자에게는 길이 집이다.
길이 세상이고, 길이 삶이다. 길에서 바람을 만나고, 길에서 친구를 만난다. 길에서 가을을 느끼고, 길에서 사랑을 나눈다. 1박2일, 우리의 여행이 그랬다.

사랑해!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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