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 선수의 아이언맨 서호주 철인3종 대회 후기
에디터 : 박병훈 (아이언스타)

2008-11-24

아이언맨 서호주대회(IRONMAN WA)는 다른 대회와 달리 아침 6시에 출발을 한다
4시에 일어나 아내가 해주는 밥과 미역국을 배불리 먹고 4시 40분에 숙소에서 출발해 대회장에 도착하니 4시 55분 정도된 것 같다. 아내에게 커피를 사오라고 하고는 바꿈터로 가서 바디 넘버링을 했다.
사이클 거치대로 이동 후 타이어에 공기를 140psi에 맞추고 특별히 제조한 음료수 두 개와 콜라를 물통 케이스에 꽂고 사이클 기어 조절을 맞춘다. 다른 선수들과 열심히 해보자는 얘기도 나누고는 바꿈터를 빠져 나와 아내가 사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니 5시 30분이다.
화장실로 가서 큰일을 보고 슈트를 갈아입고 수영 스타트 지점으로 가는데 날씨가 추워서 발이 무척 시리다. 아마 기온이 10도 정도 되는 느낌이다. 아내와 파이팅을 외치고 수영 워밍업을 하는데 물속이 더 따뜻하다. 가볍게 워밍업을 하고 5시 50분에 프로선수들은 스타트 지점으로 이동을 해 스타트를 기다린다.
다들 긴장된 표정들이다. 수영 58분 피니쉬를 기대해본다.

1.8km의 나무로 만든 제티

수영(3.8km)
나무로 만들어진 1800m의 제티를 턴해서 돌아오는 코스다. 약 300년 전에 나무를 베어 큰 배에 싣기 위해 만든 다리라고 하는데 지금은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대부분의 수심이 얕고 많은 고기들과 돌고래도 볼 수가 있다. 물이 너무 깨끗한 곳이기도 하다
스타트는 좋다. 그룹 선정도 잘돼 1km까지는 잘 쫓아간 것 같다.
하지만 이때부터 힘에 부친다. 수영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많이 연습을 하지는 못했다.
한 명 두 명 내주다 보니 나 혼자다. 이래서 1시간 안에 들어가겠나 했는데. 한 명의 선수가 옆으로 온다. 필리핀에서 온 선수인데. 그래도 없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선수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레이스를 진행해본다.
다리 끝 지점에서 턴을 하고 시계를 보니 26분이 나온다. 58분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앞에서 끄는 선수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에 혼자 일직선을 나아가 보지만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다. 제티 위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린다. 1800m가 다리로 되어진 제티여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하는 사람들을 걸어 다니면서 볼 수가 있고 응원을 해서 매력이 있는 대회인 것 같다. 필리핀 선수와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시간은 1시간이 넘어 2분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바꿈터로 열심히 뛰어서 사이클 물품 가방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가 기능성 양말을 신고, 사이클 스파이크를 신고 뛰어 나간다
기능성 양말은 좋은데 신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뛰어가면서 헬멧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아끼려고 노력해보며 사이클을 가지고 힘차게 뛰어올라 탔다.

사이클(180.2km)

이번에는 신발을 신고 타서 바로 속도를 올려본다. 50km 정도가 나온다. 약간의 뒤바람이 불어져 쉽게 속도를 올릴 수가 있다. 속도를 올려도 부담이 없다. 10km정도 가니 앞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한 명 한 명 추월해 나간다. 지나갈 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내 속도에 맞춰 페달링을 해본다.
서호주 코스는 대체적으로 평지인데 60km 코스를 3바퀴 도는 코스이며 3번을 턴을 해야 하기도 하다.
20km 정도 가니 선두가 온다. 2선수가 같이 타고 있고 조금 있으려니 10명 정도가 드래프팅 간격만 유지하면서 무리를 지어서 온다.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수영만 조금 더 잘하면 저 무리에서 편하게 사이클을 탈 수 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난 너무 늦게 수영을 시작했고 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이 없고 난 항상 이런 식의 시합 운영을 했고 난 항상 혼자 사이클을 탔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의 동요가 가라앉는다.
평속을 40km/h에 맞추려고 하는데 속도가 조금 더 나는 것 같았다. 계속 몸이 가는 데로 따라가본다.
첫 바퀴 랩 타임을 보니 1시간 26분이 나온다. 평속은 41km/h가 조금 넘는다.
이 코스는 3번 턴을 하기 때문에 선두 그룹과 3번을 마주치며 2번째 바퀴부터는 1바퀴때 만난 지점을 확인하고 다음 바퀴에서 최소한 똑같은 지점에서 마주치냐 아니냐에 따라 내 페이스가 어떤지를 확인할 수가 있어 좋다.
거의 같은 지점에서 마주치니깐 힘이 난다. 선두의 많은 선수들이 같이 타면서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솟아난다.
에이지 그룹 선수들이 많아서 레이스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한다.
혼자 레이스를 하는 것보다 사람이 시야에 끊임없이 보이니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는 효과가 많이 오는 것 같다.
2번째 바퀴 랩타임은 1시간 30분이 나온다. 평속이 40km/h, 처음 바퀴보다 약 4분 정도가 늦은 기록이다. 점점 바람의 세기가 강해진다.
물통 하나를 다 먹고 버리고 콜라물통도 계속해서 받아서 먹고 버리고 한다.
사이클 180km를 타면서는 힘의 분배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은 에너지 보충이다.
물통에 난 CCD(스포츠 드링크) 1포와 옥시샷(산소물) 125ml 그리고 파워젤 3개 그리고 아미노산 1개를 혼합해서 탄 물통 2개가 시합 중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급소에서 주는 바나나를 받아 먹는데 그 숫자는 3개 정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 이는 훈련량이 많으면 많이 먹지 않아도 전혀 지장을 주질 않는다. 그에 비해 훈련량이 부족하면 나도 평상시보다 2배 정도는 더 먹는 것 같다.
3번째 바퀴는 바람과의 싸움이 되어버린다.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 에어로 자세로 유바만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중간 중간 댄싱을 하면서 허리 스트레칭을 해주는데 체력 또한 많이 떨어졌는지 댄싱을 하는 도중 대퇴 사두근에서 쥐가 일어난다.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쥐가 나다니....ㅎㅎㅎ
다시 아픔을 참으며 안장에 앉아 속도를 유지한다. 쥐가 난다고 페이스를 늦출 수도 없으니..
조금 지나니 아픔이 사라지면서 쥐도 없어진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몇 번 반복 하니 어느덧 피니쉬 지점이다.
마지막 3바퀴 랩타임은 1시간 34분 정도가 나오고 평속은 39km/h가 조금 안된 것 같다. 예상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인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은 기록이다. 사이클을 바렌티어에게 건네주고 힘차게 헬멧을 벗으면서 탈의실로 들어가보니 4명의 선수가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난 신발만 바꿔 신고 30초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바로 나갔다.

런(42.2km)
바꿈터를 나오니 많은 관중들이 박수로 응원을 해준다. 바로 앞에 골드코스트에서 같이 훈련했던 브레안 선수가 가고 있다. 지나가면서 보니 배가 아프다고 "고(Go)"하며 먼저 가라고 한다. 페이스를 올려본다. 플로리다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페이스가 올라간다.
선두와는 20분 정도 난 것 같다.
14km 구간을 3바퀴 도는 코스이다.
난 2바퀴를 도는 코스로 착각을 했는데 거리표시를 보니 3바퀴를 도는 것이었기에 많이 당황을 했다.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하게 왔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뛰고 보급소마다 물을 받아서 물에 뿌리고 콜라를 마신다. 콜라는 몸에서 힘을 쓰는데 가장 빨리 에너지화가 되기 때문에 나는 시합 시 콜라를 많이 섭취를 하고 있다.
한 바퀴를 도는데 아내가 랩타임이 제일 빠르다고 알려준다. 제일 빠르다. 이대로 가면 8시간 25분 정도를 할 수 있고 지난 11월 1일에 세운 내 최고기록을 깰 수가 있겠구나 생각을 하며 유지를 해본다. 그런데 20km정도를 뛴 상태부터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을 한다.
이번에는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하게 온다. 21km 랩타임이 1시간 24분이었는데 이 구간부터 무릎 통증이 오기 시작하고 여파로 발바닥까지 아파서 킥을 주질 못하는 것이다.
걸었다. 뛰었다는 반복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2바퀴를 돌고 아내와 아들을 보는데 둘째 성제가 아빠 그만하라고 손을 잡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성제에게 아빠 완주해야 돼 하니 자기도 아빠하고 뛴다고 쫓아온다. 그 와중에도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내 아내가 달려와 성제를 데려가고 입상은 포기고 완주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픈 다리를 이끌고 뛰어본다.
뛰다가 걷다가 하니 에이지 그룹들이 뛰어서 지나간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 실력밖에 없나!'.
'여자 동호인들과 같이 뛰는 게 무슨 프로 선수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무릎 통증으로 다리를 들 수 없는 상황인걸
그래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완주하겠다는 생각밖에는 나질 않는다.
마지막 반환점을 돌고 보급소에서 수박을 먹고 있는데. 처음에 같이 출발했던 호주친구가 오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같이 골인하자고
나는 OK를 하고 같이 뛰어가는데 혼자 뛸 때보다 같이 뛰니, 피해를 주기 싫어서인지 덜 힘들었다. 그리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뛰어가니 생각보다 빨리 피니쉬 지점이 다가왔다.
마지막 100M 전에 작은 아들 성제를 손을 잡고 호주 친구와 같이 골인을 할 수가 있었다.
8시간 50분 25초
12등 아니면 13등
겨우 9Under(9시간 이내 완주)를 할 수가 있었다
호주대회 도전 3번째 만에 완주다
첫 대회는 아이언맨 호주대회로 타이어 펑크로 휠이 깨지고 여분의 타이어도 잃어버려 경기포기.. 두 번째는 아이언맨 서호주대회로 2번의 펑크로 인해 경기 포기..
그리고 세 번째 완주

아직 부상에서 완쾌도 되지 않았는데 무리해서 뛰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합을 준비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부상을 빨리 나을 수 있고, 또 목표가 있어야지만 훈련하는데 더 몰두를 할 수 있어서 무리라고 생각하면서 시합을 출전했던 것이다.

작은 아들 성제를 손을 잡고 호주 친구와 같이 골인을 할 수가 있었다.

종합기록, 수영 1시간 2분 24초, 사이클 4시간 30분 26초, 마라톤 3시간 14분 6초
전체통합 8시간 50분 31초 (종합 12-13위 동시 골인)
피니쉬 후 발렌티어의 안내를 받는데 진찰을 받을지 마사지를 받을지 물어와 마사지 받겠다고 하니 마사지 받는 곳으로 안내를 해서 마사지를 받았다. 그 후 아내와 민제, 성제와 함께 음식을 먹는 곳으로 가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다음, 사이클 픽업 시간이 되어 사이클을 찾아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약간의 단잠을 자고 아내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오늘의 경기 결과와 중간중간의 얘기들, 성제가 손잡고 놓아주질 않았던 얘기들을 하고 간단하게 아내에게 마사지를 받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는 자신감이 확실하게 생긴다.
수영은 55분 까지는 가능하다.
사이클은 두 번째로 평속 40km/h를 유지하니 다른 대회에서도 이와 같이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런은 동계훈련만 소화하면 전과 같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2009년 8시간 10분대 진입을 위해 올 겨울 훈련을 열심히, 다른 해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프로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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