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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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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바르와(Barwha)-부라푸르(Buranpur) : 125km
출발하자마자 성광이의 자전거가 고통을 호소한다. 아직 새벽 어둠이 우리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는 시간이다. 응급처치를 하고, 날이 밝으면 바로 자전거를 수리하기로 한다.
자전거 수리를 어제 마쳤어야 되는데, 자전거를 보관해 놓은 곳으로 관광 후 돌아가니 문이 잠겨있었던 것. 브레이크를 포함해서, 기어까지 말썽이다. 또한 짐받이를 안장에 억지로 연결해 놓아서 확실히 고정이 안된 상태이다. 너덜거리는 자전거 위에서 성광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리라.
성광이 자전거, 총체적 난국 |
한 타임을 달려서 마당이 넗은 다바에 자리를 잡았다. 기아 변속이 1-2단만 가능하고 3단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앞 바퀴와 뒷바퀴 모두 휘어서 회전이 고르지 못하다. 바퀴가 회전하는 것을 뒤에서 보면 좌우로 울렁울렁한다. 그러니 브레이크 패드가 바퀴의 림에 계속 닿을 수 밖에 없는 것. 두 가지 문제 모두 굉장히 세밀한 조정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벽히 고치기에는 힘들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은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기로 한다.
30분 가량 자전거와 싸운다. 역시 버거운 상대. 다행히 브레이크는 고쳤지만 기아는 여전히 3단으로 변속이 안 된다. 아쉽지만 3단은 포기하기로 한다.
"성광아, 미안하다. 뭐.. 안되면 안 되는대로 가야 되지 않겠니?"
내 자전거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
우리 성광이~~ |
다시 주행 삼매경. 쉴 곳을 찾으려고 속력을 줄이고 둘러보고 있는데, 차 한대가 경적을 울리면서 나에게 뭔가 말을 건넨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인도인들은 정말 말이 빠르다. 뭔가 강한 어조로 얘기는 하는데 도저히 의미가 안 잡힌다. 20초가량 듣다 보니 내 귀에 잡히는 단어.
"도스뜨(친구)..... 삐체(뒤에)......"
순간 아찔하다.
사고인가. 뒤를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주황색옷이 멈춰 서서 뭔가를 하고 있다. 다시 한번 아찔.
'설마 혜진이가?'
급하게 방향을 돌려서 돌아가 보았다.
성광이가 앉아있고, 혜진이가 부축하고 있다. 앞서 나가는 나를 보면서 한눈을 팔던 인도인의 자전거와 성광이가 부딪친 것이다. 성광이는 이 자전거를 피하려고 급하게 핸들을 꺾었지만 중심을 잃었다고 한다. 첫 주행 때 다친 손을 똑같이 다치고, 허리에까지 상처가 났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겉으로 보이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다친 곳이 없는 듯 하다.
그늘로 자리를 옮겨서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주었다. 충분히 쉰 다음에 어떠냐고 물어보니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도
"이정도 가지고 뭘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좋~아! 그럼 다시 출발!!"
다음 쉬는 장소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하필 이번 구간에서 식사를 할만한 장소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결국 밥 먹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70분 정도를 달려서야 조그만 다바에 자전거를 세웠다. 뒤이어 정환이와 혜진이가 들어온다. 숨이 막히는 더위에 둘 다 지쳐 보인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던 차에 성민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용석아, 성광이가 쓰러져서 못 일어나네! 어떻게 해야 되지??"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급하게 먹을 물과 초콜릿, 생무를 챙겨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정환이와 혜진이는 일단 대기.
멀지 않은 곳에서 성광이가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 있었다.
'자~ 침착하고.. 뭘 먼저 해야 되지?'
"......."
"박성광. 너 XX 정신 안 차릴래? 숨 똑바로 쉬어!"
고민하다가 먼저 욕을 해버렸다.
'음.. 잘 한건가?'
성광이가 내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드는지 힘들게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음.. 잘 한 것 같군.'
그리고는 벨트와 신발, 헬멧 등을 벗기고 메트리스를 깔아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눕혔다. 물을 먹이고, 초코렛을 줬더니 우적우적 잘도 씹어 먹는다. 무를 잘라주니 처음에는 잘 못 먹다가 정신이 조금 드는지 억지로 씹어 먹는다.
군대에서 훈련병들에게 가르치던 구급법을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 성광이는 훈련병도 아닌데 괜히 욕 들어 먹고 고생이다.
'성광아 욕 한 것은 사과하마..ㅋ'
더운 날씨에 자신의 체력과 싸우고, 자전거 때문에 신경 쓰고,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많이 지친 것 같다. 보기 안쓰럽다.
"힘들어 죽겠냐?"
"아니오, 괜찮아요. 끝까지 완주해서 @!#%#$%^$&%$^%@$^%!@#$!#@$@$!@4~~~"
뭐라고 얘기는 하는데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기특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누운 자리에서 30분 가량 쉬고 나니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듯하다. 짐을 다시 추스르고 정환이와 혜진이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출발. 식사를 하고 3시가 되어서 예정대로 부란뿌르까지 이동한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성광이 때문에 가까운 도시에서 호텔을 잡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자신은 괜찮다며 우기는 성광이 덕분에 결국 최초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깡다구인가, 오기인가. 분명히 몸 상태가 안 좋을 텐데, 고집부리는 모습이 밉지는 않다. 나도 고집 하나는 어디 가서 절대 지지 않는데, 최씨 고집보다 박씨 고집이 더 센 것인가...
'이 자식, 이런 면도 있었구나..'
볼 수록 정이 가는 놈이다.
달려라 박성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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