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그레이트 바나나
에디터 : 최용석

1월 24일 인도르-바르와(Indore-Barwha) : 65km

평소보다 30분 빠른 5시 기상. 어제 갑작스런 자전거 고장으로 일정이 반나절 늦어졌다. 오전에 주행을 끝내고 오후에 관광을 하려면 일찍 출발하는 것이 유리하리라. 뿐만 아니라 요즘 날씨까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시원할 때 주행을 마치는 것이 좋다.

내리막 길은 룰루랄라~

새벽 어둠 속에서 조용한 인도르의 도심을 빠져 나와서 내리막길을 만났다. 몇 일 전에 힘들게 올라왔던 길에 대해서 상이라도 받는 기분 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는 법!'
두 시간 가까이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왔다. 성광이의 자전거가 브레이크, 기어, 안장까지 총체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가운데, 목적지까지는 비교적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군대에서 다쳤던 무릎 통증이 시작될 조짐이 보였는데, 내리막길 덕분에 쉬어가며 올 수 있었다.

숙소를 잡은 뒤 로컬버스를 타고 옴까레스와르(Omkareshwar)로 이동.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마치 '또 다른 바라나시'와도 같다고 한다.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얼마 전 쌍용 건설에서 만난 인도인 직원 한 분이 우리의 코스를 보고, 이곳만큼은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줘서 인연을 갖게 됐다.

결혼을 앞두고 쉬바신에게 뿌자(제사의식)을 드리는 힌두교도들.

큰 섬 주위로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과 배를 타고 관광하는 사람들, 신전에서 주문을 외우며 뿌자(의식)를 드리는 사람들, 곳곳에 신전과 신상과 그림 그리고 상징물들까지. 온 사방이 '진짜 인도'다. 외국 관광객들도 많지 않아서 뭔가 진정한 인도의 모습을 남몰래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날씨만 덥지 않았다면 배를 타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텐데,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배를 타는 것은 휴식시간을 고행으로 돌리는 것. 아쉽지만 관광은 일찍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옴까레스와르 쉬바 신전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당돌한 원숭이 한 마리가 정환이의 그레이트 바나나 10개를 강탈해 갔다. 지능범 원숭이군은 정환이가 가지고 있던 봉지의 손잡이부분을 손톱으로 날렵하게 찢은 뒤 떨어진 바나나를 가지고 도주. 순식간에 벌어진 원숭이군의 행동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여태까지 먹어본 바나나 중에 가장 크고 맛있는 바나나 였는데, 그래서 이름도 '그레이트 바나나'라고 지어줬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원숭이군이 가족들과 오순도순 그레이트 바나나를 먹고 있을 생각을 하니 쓴 웃음이 입가에...
운 좋게 원숭이 신(하누만)을 섬기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안하무인으로 활개치고 다닌다.

요놈들 잘 먹고 잘 살아라!

인도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신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하누만(원숭이 신)은 굉장히 대중적인 신이다. 어디를 가든 원숭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하누만 신상을 볼 수가 있다. 하누만은 마하바라타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에 등장한다. 이 서사시에서는 주인공인 라마를 도와서 라마의 부인인 시타를 구출해내는 역할로 등장한다. 중국의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 하누만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인도인들은 소(쉬바신의 탈것으로 형상화 되어 있음)를 숭배하고, 원숭이 신(하누만)을 숭배한다. 이들이 숭배하는 동물들(!?)이 많아 질수록, 우리가 인도에서 먹을 수 있는 동물들은 적어진다!??
사실, 원숭이 고기를 먹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내 바나나를 훔쳐간 이놈의 원숭이들에게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에 무고한(?) 하누만 신이 미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오, 나의 그레이트 바나나!"

문제의 하누만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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