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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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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비디샤(Vidisha)-보팔(Bopal) : 60km
아침에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서 성광이의 짐받이가 부러졌다. 지면과 수직방향으로 내려가는 짐받이 지지대의 한쪽이 부러진 것.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돌아서 비디샤로 갔다. 10kg이상의 짐을 짐받이 없이 이동하는 것은 무리다.
짐받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용접을 하거나 새로운 짐받이로 교체해야 되는데, 교체할 만한 짐받이는 찾기가 힘들다. 자전거 가게는 몇 군데 찾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짐받이가 우리가 타고 있는 산악자전거와는 호환이 안 된다.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귀여운 꼬마 숙녀가 나타났다. |
문방구 주인아저씨..... 헬멧 한번만 써보자며 가져가시더니, 당당하게 거꾸로 쓰고서 사진까지 찍자고 한다. |
결국 용접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당장 용접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도시 전체에 전기가 11시에 들어온다는 것.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아침 11시가 돼야만 들어 온다니. 자체 발전기가 있는 건물이 아니고서는 전기 사용이 불가하다. 인도의 전기 상황을 알만하다. 정전되는 경우는 많이 경험했지만 도시 전체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용접에 기대를 걸고 조그만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요기하며 기다리기로 한다.
결국 두 시간이나 기다려서 용접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용접을 시작하고서도 꼬박 두 시간이 지나서야 작업이 끝났다. 용접공을 세 번 바꾸고, 용접 받는 가게를 두 번 바꾼 뒤에서야 부러진 부위가 겨우 붙은걸 확인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용접공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군대에서 용접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본 것이 전부인 내가 봐도 안 붙을 것이 뻔한데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 결국 세 번째 용접공이 용접에 성공했다.
"단야와드, 단야와드. 바훗 아차(고맙습니다, 매우 좋네요)!!"
나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고쳤으니 다행이다. 짐받이가 없으면 여행을 할 수가 없으니 이 사람이 우리를 살린 샘이다. 달라는 대로 흥정 없이 계산하고 신속하게 출발한다. 무엇 하나 순탄한 날이 없다.
"그래도,,,, 그래서, 재밌다!!!"
가까스로 용접한 부분이 하얗게 색이 바래 있다. 사실.. 붙기는 했지만 아직 불안.. |
용접에 성공한 세번째 용접공 아저씨!! 완전 감사!! |
용접에 성공한 세번째 용접공 아저씨!! 완전 감사!!
출발이 많이 늦어졌지만 다행히 지름길인 SH(State Highway)18 도로를 만나서 어둡기 전에 보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지만, 지도에는 표기 되어 있지 않은 SH18 덕분에 야간 주행 없이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인도의 도로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지도 회사의 게으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예상 주행 거리보다 20km 가량을 단축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에겐 해피^^
We are so happy! But, we are not drunken! |
내일은 보팔 관광을 하는 날이다. 20여일 동안 단체생활을 하느라 모두 지쳐있으리라. 그래서 내일 일정은 자유시간으로 한다. 나 역시 혼자서 여유를 가지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아는가.
나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씩.. 아니 가끔 보다는 조금 더 자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고독을 느끼곤 한다. 나만 그런 것일까?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니 알 수 없다.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고독함을 잊는 방법은 여자친구 또는 휴식이었다.
'뭐..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으니 휴식밖에 없구만..'
내일 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경치 좋은 곳에서 차 한잔 마시며 쉬고 싶다.
1월 21일
간단한 회의를 통해서 오전에는 자유시간, 오후에는 함께 어퍼레이크(Upper lake)를 관광하고, 중간 결산을 하기로 했다. 의견 조율을 통해 절충안을 만든 것이다. 사실 어제는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기분이 상쾌해졌다.
'여유롭게 관광 한번 즐겨 볼까나!'
보팔은 인도 지도를 펴봤을 때 정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인도의 배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치가 대변해 주듯이 철도와 상공업의 도시이며, 뭄바이와 델리를 있는 철도 교차점이기도 하다.
"자~ 관광 한번 즐겨 볼까!?" |
오전 자유시간. 다른 대원들은 모두 각자 갈 길을 갔고, 혜진이는 나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전에 볼리우드 영화를 관람할 생각으로 주변에 영화관을 둘러봤지만 아침 일찍부터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관을 찾지 못하고, 결국 뉴마켓(New Market)이라는 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아직은 사람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시장에서 아이쇼핑을 한 뒤, 콸리티(Kwality)라는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과 케익을 먹으며 창 밖의 시장 풍경을 감상했다. 오전이어서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내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New Market에서 우리나라 문구류를 팔고 있는 현장 포착! 반가운 마음에 한컷! |
오전의 달콤한 휴식시간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혜진이가 수첩을 또 잊어버렸다.
'이 자식, 상습범이구만.. 허허..'
지난번 수첩을 잊어버렸을 때, 내가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자 굳은 얼굴을 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혜진이.. 이런 태도에 더욱 화가 났던 나..
뒤늦게 들은 얘기지만,
"그때는 한마디라도 하면 울음이 터져 버릴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대장.."
중학교 때 혼자서 프랑스로 유학 가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멋지게 유학생활을 마치고 온 혜진이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강한 척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여느 친구들처럼 여린 마음을 숨기고 있는 한 아이..
그런데,
이자식이 또 이런 실수를 해버렸다!!!
'이놈을 죽여, 살려~~~ㅋ'
우선은 수첩을 찾는 것이 우선 순위! 우리의 회계장부와 일지가 써져 있는 중요한 자료가 아닌가. 레스토랑에서 떨어뜨리고 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혜진이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미 한번 혼나서 그런지 바짝 긴장한 듯 하다. 운 좋게도 이번 역시, 가까스로 수첩을 찾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 카운터에서 보관 중이었다. 이 수첩.. 정말이지 안 없어지는 것이 더 신기하다.
"혜진아, 두 번까지는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세 번째 실수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야. 그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고의라고 할 수 있는 거지.. OK!?"
이번으로 두 번째 수첩분실이다. '세 번 실수는 절대 없다'는 약속을 받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한다. 한번 더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 사실 특단의 조치로 취할 뭔가 뾰족한 방법은 없다. 단지, 두 번의 실수를 계기로 더욱 주의 깊게 보관하기를 바랄 뿐이다.
식사 후 인도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이슬람 사원인 타지 울 마스지드를 갔다. 조용한 사원에는 가끔 이슬람 학생들만이 보인다. 사진도 찍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Upper Lake에 갔다. 보팔에는 두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 중 더 큰 것이 Upper Lake. 우리는 이곳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보트를 탔다. 큰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며 코코넛과 팝콘 등을 먹으니 소풍이라도 온 것 같다. 이곳은 호수 주변으로 좋은 건물들이 많고, 도로도 깨끗해서 평소 봐오던 인도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노을이 아름답다.
인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타지울 마스지드 - 여기는 정문^^ |
무슬림 학생들과 함께 한 컷! |
무슬림 학생들과 한 컷! - 양말이 귀여운 혜진이 ^^ |
타지울 마스지드를 배경으로 정환이 단독 샷! |
무슬림 학생들의 교과서. |
무슬림 학생들이 집에간 뒤, 사원을 점령한 이방인들. |
보트 위에서 한가로이 배를 타는 우리들! |
보팔 Upper Lake의 아름다운 석양 |
이 분위기를 살려서 큰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Coffee Café Day'(인도에서 가장 일반적인 커피 전문점)에 갔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중간결산을 한다.
시간상으로는 중간이라 할 수 없지만, 오늘까지 1004km를 달려서 거리상으로는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결산 내용은 회계보고와 일정보고, 마지막으로 불만 및 건의사항 토의다.
먼저 회계보고.
지금까지 우리는 평균적으로 1일 800Rs(2만원)를 사용했다. 개인 돈 사용 정도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초 예산안과 비교해서 거의 일치하는 액수를 지출을 했다. 초반 델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 더 아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한 뒤로 하루에 500Rs정도 지출한 것을 생각하면 각자 준비한 예산에서 여유 있게 여행을 마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다음 일정보고.
델리에서 적응 기간 동안 60km의 주행 훈련을 포함해서, 1월 6일 정식 일정을 시작한 뒤로 16일 동안 1004km를 달렸다. 관광과 훈련을 제외하고 12일 동안의 주행으로 944km를 달린 것. 예상 일정보다 하루가 늦어졌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평이한 거리를 이동했고, 앞으로는 4일 관광을 제외한 9번의 주행을 통해서 946km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다소 타이트하게 진행될 것을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불만 및 건의사항.
우선 혜진 왈, "쉬는 시간에 과일 좀 많이 먹자!!"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자고 제안한다. 달고 비 위생적인 길거리 짜이를 하루에 5잔 가까이 마시고 있는데, 이것 보다는 싸고 맛도 좋은 과일 섭취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성민 왈, "방 나눌 때 돌아가면서 방을 같이 썼으면 좋겠는데.."
대부분 정환이와 내가 한 방을 쓰고, 혜진이와 성민, 성광이가 한 방을 쓰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다.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자면 더욱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정환 왈, "자유시간 좀 더 주세요!!"
단체생활만 하면 사람에 지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유시간이 가끔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나와 같은 생각이다.
성광 왈, "사실 저는 뒤 늦게 합류했고, 저 때문에 모두들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불만은 없고, 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일일 대장'을 제안했다. 여행 중반에 접어들면서 모두들 짜여진 일정에만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많이 지루했으리라. 정해진 일정에 따라가기만 하는 여행보다는 하루씩 대장을 맡아서 자신의 스타일로 대원들을 리드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의견은 내일부터 바로 실행하기로 하고, '일일 대장' 역시 적절한 날을 정해서 하루에서 이틀씩 시행해 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중간결산! |
호수 위의 노을을 감상하며 결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잔씩.
오늘은 대원들과 평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눠서 좋았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해낼 에너지를 확실히 충전한 것 같다. 끝까지 모두가 멋지게 해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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