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환이형과의 마지막 라이딩
에디터 : 최용석

1월 13일 괄리오르(Gwalior)-잔씨(Jansi) (105km)

5시 30분에 일어났지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7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오늘은 100km가 넘는 주행이어서 마음이 급하다.
도시를 빠져 나와서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오늘은 NH75 도로다. 도로 번호가 높은 숫자로 바뀌어서 그런지 2,3번 국도와 비교해서 확연하게 노면 상태가 나빠졌다.
75번 국도는 사방이 공사현장이다. 도로를 확장하거나 평탄하게 만들고 있다. 델리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와 같은 공사현장을 수도 없이 만났다. 2,3번 국도의 노면 상태는 좋았지만, 도로 주변으로 건물을 만드는 공사나 대부분 상하수도 공사현장.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는 인도. 단적으로 내가 봐온 공사현장들이 인도의 변화중인 모습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변화가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러한 현장이 언제 마무리 되는지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일이면 해치울 수 있는 간단해 보이는 공사 현장이 이곳 인도에서는 한 달이 넘어가고 두 달이 넘어가도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도 특유의 지나친 여유가 이런 느림의 관습을 만들어 낸 것인가. 끝나지 않는 공사를 계속 벌이기만 한다면, 인도는 영원한 개발도상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도 델리와 지방의 소규모 도시, 어디를 가든지 이런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더운 나라이기에 기본적으로 느린 행동에 있어서 관대해서 인가. 하지만 국가 사업에 있어서까지 느림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다면 인도 사회는 영원히 정체되지 않을까.

사실 이러니 저러니 얘기해도, 일단 지금 이 시간 자전거를 타는 나로서는 길이 비포장 도로다 보니 몸이 힘들어 죽겠다. 너무 덜컹거려서 손목이 저리고 허리가 뻐근하다.
'제길, 어서 발전 좀 하자. 인도!'

오전부터 부지런히 달려서 1시 즈음 점심을 먹기 전까지 70km를 달렸다. 모두 자전거에 확실히 적응이 되었는지 시속 20km가 넘는 속도에도 불구하고 잘 달려 주었다.
5시 30분 잔씨 도착. 정확히 아침에 일어난 지 1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기념으로

휴가를 내고 함께 인도 여행을 온 시환(왼쪽 두번째)

이로써 시환이 형과의 주행은 오늘로 끝이다. 시환이 형은 내일 관광을 마지막으로 우리와의 일정을 끝낸다.
잔씨에서는 성광이가 우리보다 일찍 도착해서 호텔을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시환이 형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멤버다. 아직 어떤 친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우리 여행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환이 형 송별회와 성광이의 환영회로 저녁을 거하게 먹고, 맥주도 한잔씩 했다. 15일 동안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에게 전해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행동과 이야기들이 그리울 것이다.
대장으로서 내가 하는 일들에 사사건건 지적하는 시환이형이 미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두 나에게는 잊지 못할 배움의 기회였다. 사실 내가 고집이 너무 세서 한번 마음 먹은 일은 쉽게 굽히지 않고, 남의 말도 잘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환이 형 덕분에 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 사실.
'형이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휴가까지 내고 이곳에 온 것인가.'
5년을 봐왔지만 이 사람의 예상할 수 없는 깊이는 항상 나를 감동시킨다.
'경험한 자의 지식, 그리고 지혜는 빛났다.'


옷을 더럽히면서까지 사진을 찍어주는 요염한 자세의 시환

아름다운 청년 임.시.환 사랑합니다!



여행 후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