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코치, 챌린지 로쓰에서 SUB 9 기록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이자 코치로 활동하는 오영환 코치가 지난 챌린지 로쓰(Challenge Roth)에서 우리나라 최초 9시간 미만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 최대의 트라이애슬론 대회는 아이언맨과 챌린지 패밀리 시리즈로 구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 열리는 챌린지 로쓰는 큰 규모로, 챌린지 패밀리 시리즈 중 가장 대표적인 대회로 꼽힌다.
이와 같이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트라이애슬론 풀코스 대회에서 우리나라 참가자가 SUB 9(서브 나인)이라고 불리는 9시간 미만의 기록을 세운 것은 2008년 박병훈 선수의 아이언맨 플로리다(8시간 28분 51초) 이후 처음이다.

수영 3.8km, 자전거 180km, 런 42.2km를 8시간 56분 2초에 완주했다.

오영환 코치는 국내 대회에서 첫 9시간 미만을 기록한 선수였지만, 아직 국제 공식력을 갖춘 아이언맨 또는 챌린지 패밀리 대회에서 이와 같은 기록이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챌린지 로쓰 대회의 8시간 56분 완주는 큰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챌린지 로쓰에서 서브 나인에 성공한 오영환 코치


오영환 코치의 챌린지 로쓰 참가기


전 세계 트라이애슬론 팬이라면 꼭 참가해야 하는 이벤트로 손 꼽히는 DATEV Challenge Roth(이하 챌린지 로쓰)가 2024년 7월 7일 개최되어 참가하고 왔습니다.
챌린지 패밀리와 아이언맨의 상호 협의된 날짜로 작년에는 챌린지 로쓰가 끝나고 바로 다음 주에 아이언맨 프랑크푸르트 시합이 열렸지만, 올해는 한 달 후로 미뤄져서, 챌린지 로쓰만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40주년을 맞이해 더욱 특별했던 챌린지 로쓰
사진 : Bernhard Bergauer

40주년을 맞이한 올해 챌린지 로쓰 시합은 3500명 정도의 개인 스타터와 650명의 릴레이 팀이 참가했습니다. 7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관련된 여러 기관의 협업으로 40주년 기념 행사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합에서는 덴마크의 Magnus Ditlev 선수가 7시간 23분 24초의 새로운 세계 최고 기록으로 3연승을 거두었고, 여자 부문에서는 독일의 Ann Haug 선수가 1년 전 챌린지 로쓰에서 Daniela Ryf 선수가 세운 세계 최고 기록보다 6분 빠르게 완주를 했습니다. Ann Haug 선수는 2019년 하와이에서 아이언맨 챔피언 경력이 있는 41살의 선수로 여러 경쟁자들을 압도했습니다.

챌린지 로쓰 엑스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트라이애슬론 엑스포로 다양한 물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합 당일에는 엑스포 바로 옆으로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모여 풍성한 먹거리도 선사합니다.

이번 챌린지 로쓰에서 트라이애슬론 풀코스 세계 신기록을 세운 Magnus Ditlev 선수와 함께

SUB 9(9시간 미만 완주), 드디어 해외의 대표적인 대회에서 성공하며, 저에게 챌린지 로쓰는 새로운 기록을 선사했습니다.
매번, 날씨가 안 좋거나, 여러가지 이유를 붙이면서 못 했었는데, 이번 또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멘탈을 놓지 않고 완주했습니다.

지난 월요일(7월 1일), 원정단 34명과 함께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나오는 기내식 쌈밥을 시켜 먹은 후부터 속이 안 좋았습니다. '금방 지나가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게 저를 대회 당일에 대회 참가까지 어렵게 했었습니다.
코스 답사 중에도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오고, 날씨도 쌀쌀하면서 비도 오고, 여러가지로 저를 엄청 힘들게 했습니다.
선배님들이 주신 지사제, 정로환 등 약도 잘 챙겨 먹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날 카보로딩도 못하고, 흰죽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식욕은 있어서 3 그릇을 먹었어요.
그러고도 화장실을 여러번 들락날락 하면서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손도 갈라지고, 입술도 부르트고,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대회 준비를 마쳤습니다.
대회 전날 장염약을 먹고는 좋아지기 시작했지만, 자전거 보급을 준비하면서 '과연 먹을 수 있을까?'하면서 젤 10개와 하리보를 챙겼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화요일 첫번째 코스 답사 때 난간을 넘으면서 잘못 디디며 발목을 완전히 접질렀습니다. 이렇게 아파 본 적도 처음이고 마치 부러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얼마나 아픈 지 한동안 못 걸었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좀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괜찮다고 생각하며 라이딩도 마치고, 전환 런 때 약간 아팠지만 뛸 만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수영장에 가서 입수를 하고 킥을 하는데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고, 조금만 이완을 하면 그 통증은 정말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이렇게 원망하며,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가고 수영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습니다.

와이프는 대회를 뛰려면 대회 전날까지 달리기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말을 잘 듣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대회 전달 8.5km 뛴 것 말고는 달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수영도 왼쪽 킥은 못하고 오른발로 차면서 연습 했습니다.
나름 수영을 57분 완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프지만 말고 그냥 잘 마치자'로 변경하였습니다.

대회 당일, 몸에 수분이 없어서 푸석하지만 무서워서 물을 많이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속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자전거를 타는 동안 화장실만 안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영은 존4(Zone4), 6시 55분 출발이었습니다.
출발 5분 전에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발목이 좋지 않기에 몸싸움을 최대한 피하려고 바깥쪽에 서서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약간 쌀쌀하다고 해서 팔토시와 장갑을 준비했었는데, 장갑만 착용하고 자전거를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약간 추웠습니다. 팔토시를 안 할 것을 약간 후회하며, 그냥 페달이나 열심히 밟았습니다. 이른 시간에 참가한 남자 선수들은 모두 SUB 9, 여자 선수들은 SUB 10 목표여서 속도가 상당히 빨랐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걱정했지만 견딜 만 했습니다. 도파민이 엄청 터지는 솔라힐을 지나고 얼마 안 가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며 추워졌습니다.
저는 몸을 더 웅크리고 작게 만들면서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속도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젤을 먹었습니다. 준비한 하리보는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사이클 때 젤만 13를 먹었고, 속이 허기가 졌지만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사이클을 마치고 바꿈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선수들을 위해 잘 도와주었습니다. 런 백을 바닥에 다 펼쳐 놓고 필요한 양말, 운동, 구두주걱, 모자, 선글라스, 젤 순서대로 도와주는 것을 보고, 그 전문성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뛸 때 발목은 괜찮아서 그냥 30km까지는 일정한 페이스로 뛰기로 했는데, 작년에 횡경막이 너무 아파서 멈췄던 지점에 왔을 때 작년과 똑같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슴과 갈비를 때려봐도 똑같았습니다. 1km 동안 나아지지 않았고, 보급소에 다 와가서 가지고 있던 클램픽스를 먹었습니다. 근육 경련 때 먹는 건데 그냥 먹어봤고, 다행히 나아졌습니다.

27km까지 지루한 뚝방길 런이 지속되었고, 젤 4개를 가지고 최대한 뚝방길만 버티려고 했는데, 역시 부족했습니다. 보급소에서 주는 젤을 먹어 보는데 괜찮아서 그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과 이온음료가 맛있진 않았지만 살려면 먹어야 했고, 이번에 얼음도 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20km 정도 되니까 역시 힘들어졌습니다. 젤만 먹으면서 끝까지 뛸 수 있을 지 걱정하면서 1km씩 뛰어 갔습니다. 그때부터 뒤에서 여러 명이 추월을 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뛰나? 페이스는 좋은 것 같은데'라고 걱정을 했습니다.
24km 지점부터 양쪽 햄스트링에 경련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오면 안 되는데' 하면서 보폭을 좁혀서 뛰었습니다. 더 잘 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약 32km 지점에 시계가 있었는데, 오후 3시 2~3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시간 계산을 하기 시작했는데, 남은 거리는 10km,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서, 오를 때는 힘들고 내리막을 빨리 뛰면 경련이 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10km를 50분 이내에 뛰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화 하고 착지에 집중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은 역시 힘들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보급은 겨우 콜라만 마시면서 뛰었고, 속이 괜찮아지면서 마지막 부스터를 쓰기로 했습니다.
앞에 2명의 선수가 보여 좁히려고 뛰었고, 돌아오는 길에 시계를 보니 3시 39분, 남은 거리가 3km여서 마음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뛰었습니다.
두 선수와 함께 운동장에 들어와서, 드디어 결승선을 넘었습니다.

제 기록은 안 보이고 뒤 선수 기록이 8시간 56분 4초라고 떴습니다. 혹시 이 선수가 내 다음 그룹 선수면 저는 9시간 1분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동안 제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마음을 추스리고 기록을 확인하니, 8시간 56분 2초!
안도의 한숨과 함께 '진짜 해냈구나'라는 생각으로 눈물 한방울이 흘렀습니다.

이걸로 뭐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한단계 성장한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나이이기 때문에, 더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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