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1, 평원에서의 은하수, 캠핑, 커피 그리고 여행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14일(수)

현재위치 : 카이구나(Caiguna) + 86km 지점
이동거리 : 86.81km
누적거리 : 1,449km
평균속도 : 15.4km/h
최고속도 : 23km/h
숙박장소 : 길가에서 캠핑 (남위:32도 00분 07.8초, 동경:126도 16분 33.6초)


아침 출발은 언제나 희망찬 일출이 기다린다.

오늘은 코클비디(Cocklebiddy)에서 점심을 먹고 17km 더 가면 있는 휴게소에서 캠핑을 하자고 했었다.
카이구나를 출발하자 타임존 표지판이 있었다. 시계를 45분 앞으로 이동하니 갑자기 45분의 시간이 없어졌다. 이 도둑 맞은 기분은 뭘까?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니 시간을 잃어버리며 간다. 앞으로도 2번이 더 있을텐데...

노즈먼 여행자 안내소 앞에서 만났던 부부를 길에서 다시 만났다.

낮에 우리를 지나쳐 가던 차가 저 멀리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2명이 내리더니 우리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느 때처럼 우리 사진을 찍으려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노즈먼 여행자 안내소 앞에서 만났던 부부였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10여분 정도 갓길에서 사진찍고 얘기하다가 헤어졌다.
내심 물이라도 조금 줬으면 바랐는데 결국에는 우리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셨던 것 같다.

차에 치어 죽은 캥거루를 먹는 까마귀들

코클비디에서 치킨버거를 먹고 휴게소를 찾는데, 아무리 가도 가도 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꺼내 보고서야 47km를 17km로 잘못 봤다는걸 알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2시만 넘어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30km를 더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맥이 풀렸다.
우리는 그냥 조금만 이동하며 캠핑할 자리를 찾기로 했다.
조금 가다가 갓길에 차들 세우고 쉴 수 있는 곳을 하나 찾았는데, 땅은 평평하고 좋았지만 새벽에라도 차가 쉬기 위해 오면 시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곳에서 300m 정도를 풀 숲으로 들어가 보니 평원이 나온다.
"이정도 들어와서 캠핑하면 아무도 모르겠지?"
일단 텐트 칠 자리에 나뭇가지들을 치우고 장작불을 만들 자리를 만들고, 저녁을 먹으며 캠프파이어를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멋진 캠핑의 추억이 생겼다.
은하수와 캠핑과 커피...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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