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선수의 밴쿠버 노쓰쇼어 자전거 여행기
에디터 : 이창용 선수

습한 코스
나무로 만들어진 좁은 다리
곧게 뻗은 커다란 나무들
울퉁불퉁 제멋대로 뻗어나온 나뭇가지들
그러한 코스에서 신나게 달리는 라이더들
지금껏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노스쇼어(Vancouver North Shore)의 모습이다. 언젠가는 꼭 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노스쇼어에서의 촬영이 5월에 결정 났다. 그리고선 촬영을 위해 밴쿠버로 가기까지는 4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4개월이란 시간은 나에겐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국내 다운힐 시합에 참가하고, 새롭게 시작한 BMX 파크 연습도 해야 하고, BMX 시합에도 참가했다. 그때마다 머리 속에는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노스쇼어에서의 라이딩 기회를 아깝게 날려버리긴 싫었기 때문이다.

5월에 결정된 캐나다 노쓰쇼어 촬영 일정

출국 당일까지도 나는 많은 걱정을 했다.
과연, 코스의 난이도는 얼마나 될까?
내가 그곳의 코스를 탈 실력이 될까?
괜히 욕심 부리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고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일정을 아무 탈 없이 소화 해 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걱정과 기대를 안고 9월 26일, 9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그곳에 도착하였고 밴쿠버 노쓰쇼어 일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접한 MTB 파크.

어떠한 운동이든 가장 중요한 건 기초이다. 지금껏 자전거를 타오면서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은 한국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바이크 파크가 있다.

인터리버 파크는 BMX 트랙과 산악자전거 연습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BMX 트랙에서 부모와 함께 기초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바이크 파크는 인터리버 바이크파크(Inter-River Bike Park)이다. 이곳에서 나는 기초부터 배우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기초를 배운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놀이로 접하고 있었다. 잘 갖춰진 시설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시작한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방문한 더트점프 파크에서는 연습 중인 초등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껏 옆에 조그마한 곳에서 연습을 하였고, 처음으로 갭-점프(Gap-Jump)를 시도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기초가 잘 다져진 덕분인지 몇 번 시도 끝에 부드러운 점프를 보였고, 심지어 에어트릭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입문용 자전거로 갭점프에 성공. X-up 기술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버나비 바이크 스킬파크(Burnaby Bike Skill Park)였다. 이곳 역시 기초 기물부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크기의 점프대까지 설계되어있다. 이곳은 위에서 방문한 두 곳보다는 규모나 시설이나 관리도 비교적 잘 되어 있는 듯 하였다.

크지 않은 부지에 알찬 시설이 갖춰진 버나비 파크

이 세곳의 파크를 타면서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왜 이런 시설을 이제야 경험하는 걸까?"
28살인 내가 갭점프를 넘고 좋아하는 모습과, 9살 정도의 초등학생이 갭점프를 성공하고 좋아하는 모습. 둘 다 첫 경험이었고, 성공에 대한 성취감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점프를 뛰었지만 그들보다 20년 가까이 뒤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땐 얼마나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두 번째로 방문한 파크에서 내가 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갭점프를 뛰어 넘었다. 하지만 연속되는 다음 점프에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내가 왜 넘어졌는지를 생생히 기억한다. 점프대를 솟아올라 공중에 떠 있을 때, 바퀴 밑으로 지나가는 장면에 스스로 감동하느라 그 다음 점프를 준비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에 감동을 하고 있었다니... 웃기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지만 그 느낌은 정말 좋았다. 마치 꿈속에서 자전거를 타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갭점프를 경험했다.
바퀴밑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나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세곳의 파크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초부터 시작 한다는 점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파크에는 펌핑트랙 구간이 있다. 자전거의 움직임을 느끼며, 리듬을 타며 주행할 수 있는 펌핑트랙은 자전거 균형을 잡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데 가장 좋다.
거기에서 좀더 나아가 가벼운 점프를 시도할 수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면서 점점 큰 점프로 이어나갈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
드롭(Drop)역시 높이별로 설치가 되어 있어서 자신의 실력에 맞는 기물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물들이 자전거를 타고 주행하는데 있어서 그 움직임이 부드럽다. 코스 난이도에 맞는 실력을 갖고 있다면, 억지로 자전거를 끌어당기거나 하는 불필요한 동작 없이 부드럽게 소화 해 낼 수 있다.

이러한 파크 시설이 한국에도 정착 되어야만 한다. 모든 라이더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만, 안전하고 재미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문화 수준을 높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주행한 버나비 스킬 파크는 커다란 삽으로 푹 떠서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오고 싶을 정도였다.

버나비 스킬파크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프대. 지금껏 뛰어본 점프대 중 가장 크고 높았다.


  노스쇼어 - 마운트 프롬(Fromme)

외국 동영상에서 좁은 나무사이의 코스를 재빠르게 지나가던 그곳이다. 나무다리가 있고 그 위를 타고 지나가다 옆으로 떨어는 장면을 보아왔던 곳을 내가 직접 탈 수 있다니, 설레이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노스쇼어 코스 중 마운트 프롬(Fromme)은 하나의 굵은 나무와 같다. 굵직한 줄기에서 옆으로 뻗어나간 잔가지들처럼 마운틴 하이웨이를 중심으로 옆으로 다양한 코스가 존재한다.
우리는 마운틴 하이웨이라는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는 잔가지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프롬 산의 많은 코스들을 연결해주는 마운틴 하이웨이

마운틴 하이웨이?
이름만 듣고는 정상까지 자전거 운송을 위한 도로인줄 알았다. 하지만, 마운틴 하이웨이에서는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다. 마운틴 하이웨이는 프롬산 코스의 정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잘 닦여진 도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소방도로(임도)'라고 할 수 있겠다. 완만한 경사에 잘 닦여진 노면은 자전거를 타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다운힐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잘 닦여진 마운틴 하이웨이는 초입부터 정상까지 약 5km정도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상까지이고,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많은 코스가 있다. 그 중 자신이 타고 싶은 코스를 타고 내려가면 되니, 매번 5km의 업힐을 할 필요는 없다. 원하는 코스의 위치만큼만 업힐을 하면 된다.
처음에는 업힐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오르면 오를 수록 업힐 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처럼 빠르게, 온 힘을 다해, 침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올라갈 필요가 없다. 그냥 편안하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올라가면 된다.


노스쇼어는 잘 닦여진 코스가 아니다. 산악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들어진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좁고, 울퉁불퉁하고, 제 멋대로인 느낌을 받았다.
쉽게말하면 그냥 험하다. 하지만, 무식하게 험하진 않다. 노스쇼어의 코스들은 환경을 크게 회손하지 않으면서, 자전거가 갈 수 있을 만큼만 작업을 해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받은 건 바로 돌과 스키니에서이다.

노스쇼어 코스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장애물은 나무뿌리, 돌, 스키니 이 세가지이다.

나무뿌리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코스를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 제멋대로 뻗은 나무뿌리는 언제 미끌릴지 예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나무뿌리들은 노스쇼어 만의 재미인듯 하다.
한국의 코스들은 복잡한 나무뿌리들을 우회해서 코스를 만들거나, 나무뿌리를 자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나무뿌리들도, 계속 타다보면 미끌림과 성공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제 멋대로인 나무뿌리, 그리고 그 사이를 자세히 보면 돌을 이용하여 틈을 메꿨다.

돌은 코스의 유실을 방지하는 역할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스키니가 끝나는 지점, 드롭 후 착지면, 나무뿌리 사이사이를 확인해보면 항상 돌이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키딩이 일어날만한 지점에는 돌을 깔아둠으로 인해서 코스 내의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큰 충격이 올 만한 공간을 매꿔줌으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빌더들의 세심한 손길이 보다 편한 라이딩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안전한 드롭과 코스 유실을 막기 위한 돌

단단하지 않은 지형은 돌을 이용해 코스가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스키니는 재미를 위해서 만들었을까?
다양한 코스를 타면서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점을 발견했다. 캐나다의 노쓰밴쿠버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항상 코스가 젖어 있는 날이 많다. 스키니는 이러한 기후적 환경을 고려하여 진흙이 생길 만한 곳에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스키니가 있는 지형은 대부분이 습하고 진흙이 많았다.
또한, 스키니는 공간 이동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듯 하다. 섬을 연결해 주는 다리를 놓듯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 힘든 지형에 스키니를 설치하여 라이딩이 가능한 지형까지 연결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 구간도 상당히 많았다.
그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인공 구조물이 아닌, 라이더를 고려한 구조물인듯 하다.

20년의 역사를 갖는 '레이디스 온리'에서의 스키니와 시소.
비가오면 양 옆으로 물이 흐른다고한다.

프롬 산에서의 주행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속도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신이 없다.
나무뿌리 넘고나면 스키니, 스키니 지나고 나면 드롭, 그러고 나면 코너, 겨우 코너 돌아 나왔는데 다시 드롭.
쉴새없이 다양한 코스가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속도가 나지 않지만, 쉴틈 없이 다음 동작을 준비해야 코스를 완벽히 주행할 수 있다.

설치되어있는 기물들의 난이도 역시 높지는 않다. 코스 주행 중 앞에 끊긴 듯이 보이면 대부분 드롭 혹은 점프구간이다. 대부분의 드롭은 50cm 미만이다. 또한 친절하게도 드롭대 밑으로는 돌이나 나무를 이용하여 천천히 타고 주행할 수 있게끔 하였다.
5일간 주행을 하면서 만났던 가장 높았던 드롭은 약 1.5~2m 가량으로 높지 않았다. 단차가 높은 코스에서의 주행에만 익숙해진다면 대부분의 코스 주행은 어렵지 않다. 

코스중 가장 높았던 드롭. 착지점 까지의 높이는 1.5~2m 가량이다.

동영상에서 보아왔던 어마어마한 높이의 드롭, 허공을 가로지르는 스키니, 엄청난 크기의 갭점프.... 이런 건 없었다.
동영상에 등장하던 그런 코스들은 로컬라이더들 만 알고 있는 공개되지 않은 코스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로컬라이더들 만의 코스에서 주행을 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높이의 점프와 드롭을 한번쯤은 경험하고 싶었지만, 이방인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했다.

노스쇼어에서의 라이딩을 경험하기 전까지 노스쇼어는 특별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달랐다.
노스밴쿠버 사람들에게는 그저 동네 뒷산일 뿐이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잠깐, 퇴근 후 잠시 운동하기 위해 들리는 동네 공원같은 느낌이랄까?
타지에서 방문한 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노스쇼어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닌 듯 수다를 떨며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문화와 환경이 이곳 사람들을 여유있는 라이더로 만들어 준듯 하다. 빠르게 주행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여가를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방인에게는 특별한 노쓰쇼어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는 동네 뒷산일 뿐이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부터 남들보다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라이딩을 하는 동안 만큼은 그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아 나아가고 있었다.
욕심내서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다시한번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짧았던 일정에 미처 라이딩을 하지 못했던 코스에서 더욱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쓰밴쿠버 자전거 여행 팁(TIP)

- 카멜백은 필수이다. 카멜백 안에는 간단한 보급품과 물, 튜브, 펌프를 꼭 휴대할 것.

- 타이어는 내구성이 높은 타이어를 준비. 이곳에서는 "경량타이어 = 펑크"이다. 계속 반복되어지는 스트레스에 경량 타이어의 경우 사이드월이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처음엔 35psi정도로 주행하였던 새 타이어가, 겨우 5일이 지난 마지막 날에는 40psi 이상을 주입하고 주행을 하였음에도 타이어가 버텨주질 못했다.

- 가기 전 기본테크닉 연습은 필수. 급경사에서의 코너, 단차가 높은 곳에서의 주행, 50cm정도의 높이에서 드롭, 스탠딩-스틸은 필수 기술이다.
이 기술을 못한다고해서 주행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끌고 다니는 시간이 많아질 뿐이다.

- 기본 체력은 만들어 놓을 것. 노스쇼어는 내려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올라가기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많은 양의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력을 쌓아놓은 후 방문해야 보다 재미있는 라이딩이 될 수 있다.

- 업힐을 싫어하는 사람은 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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