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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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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10일(火) 윌캐니아(Wilcannia) 모텔
야영 → 윌캐니아
07:05 6℃ 아침식사 베이컨,식빵,계란후라이
07:20야영지에서 출발
08:25휴식 커피
09:20휴식 식빵,베이컨,오렌지쥬스
10:20휴식 식빵
11:30휴식 식빵
12:15윌캐니아(Wilcannia)에 도착
점심식사 테이크어웨이 식당 스테이크샌드위치,콜라 식사 비 $12.00
13:30 그래함모텔 남위:31°33.5′동경:143°22.7′숙박비$54.00
물품구입 오렌지쥬스2개 $7.70 양배추1/4 $0.79 호박3개 $2.47 설탕 $1.37 요구르트4개 $4.10 꿀400g $2.60 계란12개 $2.60 식빵2개 $4.00 고기 $24.70 당근1kg 바나나4개 콜라2ℓ $8.00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장아치,야채
최고속도30.3
평균속도13.8
운행시간4.15.18
주행거리59.16
누적거리1483.0
점심 때에 윌캐니아에 도착했다. 32번 바리어하이웨이(Barrier Highway)가 통과하는 주변의 교통요지이다. 그러나 타운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고 어설프다.
원주민이 눈에 많이 보인다. 원주민이 많은 곳은 꼭 미국의 흑인지역처럼 폐허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을까?
주변의 오팔 광산지역을 교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차량 행렬은 분주한 것 같으나 타운 모습은 을씨년스럽다. 유리창이 있는 곳에는 철제 팬스가 겹으로 쳐 있고, 스프레이 페인트 낙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색깔도 표정도 없는 원주민들의 노여운 듯한 첫인상. 누가 그들을 노하게 만들었을까? 윌캐니아.
해발 400m쯤 되는 산을 넘고 나니 주변환경이 조금씩 변한다.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고 흙도 황토 빛이다.
초식동물 에뮤, 캥거루가 황토벌판을 뛰어다닌다. 동물원에 있는 캥거루나 애뮤는 사람에게 다가와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데 야생 캥거루는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카메라를 꺼내기만 해도 줄행낭친다.
차선보다 넓은 짐을 싣고 다니는 오버사이즈 트럭 |
일찍 모텔에 들어 쉬기로 하였다. 4일 연속 야영을 하며 달려온 피로를 풀고 싶다.
뉴스가 없으니 세상 살 맛 난다. 뉴스가 없으니 이해관계가 없어지고 잔꽤 써가며 돈 벌 생각 안 해도 된다. 우리의 최대 뉴스는 오로지 바람이다. 바람이 불고 온도가 올라가고, 뭐 이런 것들이 우리의 최대 관심이다. 원시사회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겪은 바람의 형태는 아주 웃긴다. 웃어 넘길 만큼도 예측이 안 된다는 뜻이다. 남풍이 주로 불고, 다음이 북풍, 아침에 북동풍이 약간 불다가 다시 남풍으로 변하고, 오후에는 남서풍, 서풍으로 발전하여 우리의 앞길을 꽉 막는다. 그러다가 또 저녁이 되면 잠잠해 진다.
바람의 신이시여!
우리 두 부자 꽤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이 길을 갈 터입니다. 제발 방해만 말아 주이소!
나의 수 많은 조상들이 새가 되어 지구 끝 까지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
바람 따라 시체 썩는 냄새가 날려 온다. 캥거루가 가장 많고 토끼, 여우, 멧돼지, 에뮤 등, 냄새를 맡으면 어디쯤 시체가 있겠구나, 죽은지 오래 되었겠구나 하는 게 이제는 가늠이 된다. 바람과 함께 살며 바람의 변화에 순종하며 살아야 했던 원시사회로 되돌아 온 것이다.
기온 변화가 심하다. 아침에는 손과 발이 시려울 정도로 찬 공기를 마시다가 오후가 되면 파리 떼가 등쌀을 부리며 달려드는 더위로 변한다. 북쪽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뜨겁고 건조하여 갈증이 심해진다. 어제는 물을 4ℓ가량 마셨다. 그래도 저녁에는 갈증이 나서 틈나는 데로 음료수나 마실 것을 찾게 된다. 모두 바람 때문이다. 바람이 우리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모텔 침대에 누워 낮잠도 조금 잤다. 자고 일어나 자전거 보텀브라켓의 나사를 다시 조여 놓았다. 느슨해 진 나사가 자꾸만 풀리곤 한다. 하루 평균 25,000회전씩 크랭크를 돌리다 보니, 아주 작은 힘이 모여서 크랭크 회전 방향으로 나사를 풀어 내는 것 같다. 나사를 반듯하게 조이려면 특수 공구가 있어야 하는데 당장 공구가 없으니 드라이버 끝을 나사에 대고 망치질을 하여 나사를 조일 수 밖에 없었다. 이틀 후에 브로큰힐에 도착하면 우선 자전거 수리부터 해야겠다.
전체일정의 3분의 1 쯤 온 것 같다. 브로큰힐에 도착하면 필요없는 옷가지 등을 브리즈번으로 보내고 대신 식량과 물을 더 실어 가야겠다. 마을과 마을 사이가 자꾸 더 멀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식량을 운반해야 할 것이다. 윌캐니아에는 자전거점이 없다. 정육점도 오후 2시에서 5시까지만 연다.
'주님이 곧 오시리라' 이런 표시를 나무에 걸어놓은 것을 자주 본다. |
사랑하는 고향 친구 좌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
강좌민, 그는 혈관 밖으로 피가 흘러내려도 응고가 되지 않는 혈우병을 유전 받았다. 때문에 그는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마음껏 걷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그런 친구다. 몇 해 전에 고맙게도 혈우재단이 생겨서 그 도움으로 지난 봄에 1차로 고관절 수술을 하였다.
강좌민! 언제 불러보아도 따뜻한 이름이다. 고향 옹천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는 친구 중에 친구다.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50대 초반의 사내. 어려서부터 이유를 모른 체 거동이 불편해서 학업이나 운동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늘 멀찌감치 서서 우리를 바라만 보고는 웃음짓던 소년.
강좌민은 늘 외로워 보였다. 그 시절에는 강좌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외롭고 지쳐 있던 시절이었다. 해방과 함께 이 땅에 태어난 외로움은 극에 달했었고, 6.25남북전쟁에서는 아버지와 형을 잃고 다시 어머니를 빼앗기는 수모의 외로움이 누구에게나 있었다. 배우고 싶어도 선생이 없었고, 배가 고파도 먹을 쌀이 없었고, 대화를 나누고 이해를 도와 줄 친구가 없던 시절. 학교의 한 해 선배인 강좌민은 병으로 1년을 휴학하고 나를 만나 함께 중학을 다녔다. 다리를 절고 있는 그에게 나는 어깨를 내밀어 그의 지팡이가 되었고, 그는 나에게 인생이 무엇이며 암탉이 어떻게 수태하는지를 일러 주었다. 우리는 너무 가깝게 외로움을 나누어 버릴 수 있었다. 함께 밤을 세우며 벼락으로 시험공부를 했었고, 학교에서 나무라는 유행가 소절을 외우며 나팔바지를 펄럭이기도 했었다. 그 사랑하는 강좌민이 드디어 그를 해방시켜줄 역사적인 고관절 수술을 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2차 무릎관절을 수술하고 나면, 다리를 고치고 나면 그는 해방이 되는 것이다. 50년을 기다려 온 그가 아닌가! 그간 못 쓰게 된 자연 관절을 쓸 수 있는 인공관절로 바꿔 넣으면 그가 걸어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높은 산을 오르고, 스키를 타고, MTB를 달리며 그렇게 하늘과 땅과 물 위로 쏘다니는 것이 송구스러웠다. 송구스러움이 지나칠 때에는 뛸 수 없는 그의 몫까지 내가 대신 돌아다녀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쏘다니며 송구스러워 했다.
그런 그가 걸을 수 있다니! 완전히 쓸 수 있을 때까지는 한 두 해가 더 걸리겠지만 어쨋든 그와 함께 긴 여행을 하고 싶다. 정말로 나는 강좌민에게 보여 줄 게 너무 많다. 산과 하늘의 조화며 계곡 물 속의 가재나 설악산의 솜다리 꽃이며 나비가 원래는 나비가 아니었던 것이며 산에도 바람이 분다는 것이며 눌라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1996년 9월 11일(水) 리틀토파호텔(Little Topar Hotel)
윌캐니아 → 리틀토파 호텔
06:40 6℃ 아침식사 베이컨,식빵,계란후라이,오렌지쥬스
07:00윌캐니아에서 출발
07:50휴식 커피
08:50휴식 커피
09:50휴식 바나나,오렌지쥬스 20.5℃ 동풍강
10:48간식 도로옆 브로큰힐148km전방 식빵,계란후라이,베이컨,커피 25℃ 북동풍강
11:48휴식 오렌지쥬스
12:20-13:05점심식사 쉼터 브로큰힐121km전방 식빵,계란,스테이크,오렌지쥬스 북풍강
14:00휴식
14:55휴식 요구르트
15:40휴식 파워바 32℃ 북풍강
16:40휴식 33℃ 먼지구름 북풍강
17:35휴식 30℃ 먼지구름 북풍강
18:00리틀토파(Little Topar)호텔 남위:31°46.8′동경:142°13.6′
숙박비$40.00 (1인당 $20.00)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짱아치,야채
최고속도38.8
평균속도14.2
운행시간8.34.35
주행거리122.09
누적거리1605.1
순풍에 돛 단 듯이 달렸다.
오전에는 그랬다. 왠 바람인지 고맙게도 북동풍이 5시 6시 방향으로 뒤에서 불어 주었다. 점심 때까지 무려 76km나 와서 쉼터를 찾아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스토브를 피우고 빵을 굽고, 계란 후라이와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바람이 방향을 바꾸면서 흙먼지가 날리기 시작한다. 흙먼지는 강풍에 실려 와서 음식 사이로 파고 든다. 흙을 씹어 가며 간신히 점심을 먹고 나니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지면서 아예 북풍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북풍은 사막에서 불어온다. 덥고, 건조하여 마음을 마르게 한다.
그냥 서 있기가 어려울 만큼 강하게 불기 시작한 것은 12시 40분 경, 2시 3시 역방향으로 바뀐 그 바람은 호주 전체를 황토먼지로 덮어 갔다. 황토색 먼지구름이 뜬다. 입으로, 코로, 옷 속으로 황토가루가 파고 든다. 양떼들도 모두 황토색으로 변한 것이다. 사방이 지평선으로 터져 있는 황야에 자전거 두 대가 사막바람과 싸우며 황사먼지 사이로 가고 있다.
이것이 호주이다.
122km를 와서 황야 한가운데 오로지 양철 집 한 채가 있는 리틀토파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숙소가 있어 바람과 황사먼지는 피하게 되었다. 밤 늦도록 바람은 집을 날려 버릴 듯 날뛰지만 이 곳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보면 호주는 이럴 수 있는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너무 먼 거리를 온 것 같다. 그 황사바람 속에서 텐트를 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기어코 찾아온 곳이 리틀토파. 무리를 하였다. 젖 먹던 기운까지 다 썼다는 표현이다. 창민이 대장이 나를 걱정한다. 나는 그를 걱정하고. 눌라보에서는 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아침 5℃, 낮 30℃, 기온차이만큼 바람의 강도는 강해진다. 이곳 생활에 여자가 왜 억세지는지 알겠다. 여자 살 곳이 못 된다.
리틀토파호텔에 묵었다. 방 하나에 여러 개의 침대를 놓고 사람 수만큼 돈을 따로 받는다. 공동 화장실, 공동 샤워장을 사용한다. 1인당 20불.
취사를 할 수 있도록 주인이 특별히 마련해준 헛간에서 열심히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30대 초반의 호텔의 여자 지배인이 와서는 보여 줄 것이 있다고 따라 오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간 창고 안에는 세워 둔 자전거 한 대가 있었는데, 그 자전거 안장에 발기된 남자 성기 모형을 세워서 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그 자전거를 자랑하면서 그녀는, 어떠냐? 재미있지! 하면서 농담을 한다. 나 뿐만 아니라 그 곳에 들려 주유하는 트럭 운전사들도 불러와서는 구경을 시키며 키득 키득 웃고 떠든다.
이 정도의 농담이 아니면 이 곳 아웃백 사람들의 관심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중에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일본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흙먼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오토바이는 심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먼지 마스크라도 쓸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우리는 다량으로 공기를 마셔야 하며 따라서 마스크도 쓰지 못한 체 이 황토 먼지를 그대로 마실 수 밖에 없다.
황토바람은 물을 말리고 영혼을 파괴하고 식물마저 죽여 간다. 바람의 심술인가? 자연의 이치인가? 신의 장난인가? 아니면 씻어 내고, 씻어 내어도 또 씻어 낼 것이 있는 땅이란 말인가? 물로 씻어 내고, 바람으로도 끝없이 씻어 날려 보낸다. 호주 대륙이 너무 늙어서 이렇게라도 씻어야 될 때인가 보다. 도마뱀, 여우, 에뮤, 아기주머니 짐승들,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되도록 그렇게 씻어 낼 모양이다.
9월 12일(木) 길가에서 야영 (브로큰힐 35km전)
리틀토파 호텔 → 야영(브로큰힐 35km전)
아침식사 리틀토파 호텔 스테이크샌드위치,우유 / 식사비$8.00
07:50출발
08:40휴식 파워바 13℃ 맑음 서풍강
09:40휴식 서풍강
10:30휴식 바나나 서풍강
11:20휴식
12:00-12:45점심식사 도로옆 브로큰힐 52km전방 스테이크,계란후라이,식빵
13:30휴식
14:30휴식 파워바 17℃ 가끔 비 서풍강
15:20휴식
16:00 도로옆에서 야영 브로큰힐35km전방
남위:31°52.0′동경:141°46.6′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식빵,짱아치,계란
평균속도7.2
운행시간6.19.45
주행거리46.03
누적거리1651.1
아침에 출발할 때에는 3시 방향 북풍이 불었다. 차츰 2시, 1시로 바뀌더니 급기야 12시 방향 정면으로 맞선다. 평지인데도 앞 기어 1단에 뒷 기어 2단까지 써야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요 며칠은 거의 태풍같은 북풍이 분다. 밤새도록 호텔 함석지붕을 흔들어 대더니, 황색 바람을 만들고 온 천지를 황토빛 수채화처럼 칠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정면 맞바람을 몰아친다. 아침부터 맞바람을 받고 오기는 처음이다. 온종일 46km 운행에 그쳤다. 브로큰힐을 뻔히 바라보고도 도착하지 못하였다.
부담없이 브로큰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야영에 필요한 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빵으로만 식사를 하고, 아침까지 먹을 토스트를 구워서 6개를 따로 싸 놓고 나니 물도 떨어지고 식량은 남은 게 쌀 밖에 없다. 이대로 바람이 불면 아무리 빨라도 내일 점심 때가 지나서야 브로큰힐에 도착할 것 같다. 먹는 게 충분치 못하여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나마 생겨날지 모르겠다. 맞바람으로 가면 속도도 느리지만 체력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보통 때의 두 배는 먹어야 하는데.
이번 원정을 위해 새로 사서 장착한 내 속도계 컴퓨터는 종일 시속 0km다. 속도가 시속 7km 이하로 떨어지면 속도계가 멈춘다. 따라서 거리계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무선 시스템인데 저속에서는 감응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내일 브로큰힐에서는 타이어도 더 사야하고 자전거 튠업도 해야겠다.
30분이 늦어지는 센트럴타임 지역으로 들어선다. 브로큰힐을 지나면 뉴사우스웨일즈 주가 끝나고 사우스오스트랄리아 주로 진입한다. 포트오거스타(Port Augusta)까지는 오르고 내리는 고개가 많은 길이란다.
오르고 내려가는 고갯길은 좋은데 바람만 제발 맞바람만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정도 고생은 눌라보의 전초이며 예행연습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각오로 해야겠다. 하루에 80km 내외로 운행하는 게 가장 부담이 없다. 기상변화가 없는 한 계속 그런 속도로 운행하기로 창민이 대장과 합의했다.
식량의 보관이 문제가 된다.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주식을 스테이크로 했는데 하루 이틀이 아니고 며칠씩 캠프를 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고기의 변질이 생길까 우려된다. 지금까지는 약간씩 맛이 변하긴 했어도 먹을 만 했다. 습도도 낮거니와 아직까지는 기온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인 것 같다.
오늘은 체력소모가 많아서 쉴 때마다 파워바를 간식으로 계속 먹었다. 기온이 낮아서 물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 다행이다. 물은 수통 하나에만 남아 있었는데, 보통 때에는 수통 2개씩을 모두 마시고도 도중에 더 채웠는데 오늘은 종일 반 통만 마셨다. 오늘의 맞바람은 퍽 차가운 것이 발이 시려올 정도여서 도중에 파일자켓을 하나 더 꺼내 입었다. 간간이 빗줄기도 뿌렸다.
드넓은 평원에 간신히 바람 피할 곳을 찾아 야영을 한다. |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내린 다음 7시가 지나서야 바람이 다소 수그러졌다. 이때부터 새벽까지 바람이 잠잠해 질 것이다. 내일은 새벽 틈을 타서 일찍 운행해야겠다.
낮은 키 사막식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리 정도의 키에 바싹 마른 느낌이다. 키 큰 나무가 보이지 않으니 지평선까지 허허 벌판이다. 16시 20분. 길 가에 덜렁 텐트 하나 쳐 놓았더니 외로움이 밀려온다. 외로움이 지나쳐 공포를 느끼는 지경이다.
50억 인구는 다 어딜 가고 지구에는 우리 두 사람만이 남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