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라이즈드 에픽 월드컵, 하드테일을 넘어선 풀서스펜션 XC 머신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산악자전거(MTB)의 시작은 다운힐을 즐기는 것부터 찾을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산악 라이딩이 발전된 것은 크로스컨트리(XC)의 대중화와 함께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UCI 마운틴바이크 월드시리즈의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XCO, XCC, XCM 등의 종목으로 구분되어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에 대표적인 레이스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XCO 부문이다.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는 스피드와 스킬, 그리고 체력 등의 모든 요소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XCO 경기에 특화된 레이스 바이크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모든 라이더들이 선택에 고민하는 하드테일과 풀서스펜션의 특징을 하나로 묶는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이제는 UCI 월드시리즈로 타이틀이 변경된 월드컵 XCO 레이스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에픽 월드컵(Epic Worldcup)을 세상에 선보였다.


하드테일 vs 풀서스펜션, 그 고민을 없애다.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최근 들어 더 난이도가 높아진 코스 덕분에 풀서스펜션 바이크가 주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쟁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업힐 구간에서는 하드테일의 가볍고 높은 가속 성능이 항상 아쉽기 마련이다. 그래서, 몇몇 라이더들은 조금 수월한 코스에서 하드테일을 선택하곤 하지만, 다운힐과 난이도 있는 구간에서 스피드를 잃으며 업힐에서의 이점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스페셜라이즈드는 하드테일처럼 업힐을 오르고, 풀서스펜션처럼 다운힐과 난이도 있는 구간에서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업힐에서 하드테일처럼 리어샥이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서 무게가 가벼워야 하고, 다운힐에서 충격을 받으면 서스펜션이 작동해 스피드와 트랙션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에, 스페셜라이즈드는 락샥과의 협업을 통해 새그(sag)가 전혀 없는 새로운 리어샥을 개발하여,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라이더의 체중에 전혀 반응하지 않아 새그가 '0'인 리어샥은 페달링의 파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하드테일처럼 단단한 뒤 삼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운힐이나 강한 라이딩 충격을 받는 구간에서는 리어샥이 반응하며 부드럽게 트랙션을 유지시켜 준다. 공기압을 높게 넣은 리어샥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에픽 하드테일(회색)과 에픽 월드컵의 프레임 차이

새그를 없앤 리어샥 개발로, 하드테일에서 얻을 수 있는 페달링 가속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드테일의 단단한 업힐 가속

풀서스펜션 바이크의 다운힐 스피드를 함께 가져간다.


9kg 초반의 초경량 풀서스펜션


하드테일처럼 반응하는 리어샥에 이어, 스페셜라이즈드는 하드테일처럼 가벼운 풀서스페션 바이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프레임셋은 가장 강성이 높은 FACT 12m 카본을 이용하였고, 컨트롤 SL(Control SL) 시리즈의 스템+핸들바 일체형 콕핏, 휠셋, 시트포스트 등을 이용해, 전체 무게를 9kg 초반대에 맞출 수 있었다.

하이모듈러스 카본으로 생산된 컨트롤 SL 콕핏은 780mm 폭과 250g의 가벼운 무게가 특징이다. 전용 사이클링 컴퓨터 마운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컨트롤 SL 시트포스트 또한 하이모듈러스 카본으로 제작되어 180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안장 클램프 볼트도 티타늄을 사용하여 내구성과 가벼운 무게를 만족시키고 있다.

림 내부폭 29mm의 광폭으로 설계된 컨트롤 SL 휠셋 또한, 앞뒤 1240g의 경량화를 성공시켰다. 넓어진 림은 비대칭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2-크로스 패턴의 스포크로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

실측 무게 9.36kg (페달 제외, S 사이즈)

스페셜라이즈드에서 가장 강성 높은 FACT 12m 카본으로 제작

스템+핸들바 일체형인 컨트롤 SL 카본 콕핏

250g의 무게와 전용 사이클링 컴퓨터 마운트 포함

180g의 컨트롤 SL 시트포스트

29mm 림 내부폭을 가진 컨트롤 SL 휠셋

앞뒤 휠셋 무게는 1.2kg 대의 초경량에 해당한다.


3가지 옵션 세팅의 리어샥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그를 0으로 세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에픽 월드컵의 특징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더 부드러운 리어샥의 느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에픽 월드컵은 그날의 코스에 따라 세팅값을 변경할 수 있도록 3가지 리어샥 옵션을 주었다. 그것은 새그를 0mm, 2.5mm, 4mm 이렇게 세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리어샥 공기압을 완전히 빼고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쉽게 세팅이 가능하다.
세팅 방법은 아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팅을 변화시키면서 라이딩을 테스트 해 본 결과, 트레일 코스처럼 거친 라이딩이 아니라면 새그 0mm 세팅이 가장 만족스러운 라이딩 품질을 보여주었다.

리어샥에 공기압을 채운 후, 이 버튼을 누르면 0mm 새그로 세팅이 된다.

에어를 완전히 제거한 후, 펌핑하는 방법에 따라 새그가 다르게 설정된다.
그 방법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

에픽 월드컵 리어샥 세팅 방법. 원본 : https://youtu.be/BWjdmAWR_0U

공기압은 새그가 없는 Firmest 세팅에서 오히려 낮게 설정한다.

FIRM(단단한) 세팅을 적용하면, 페달링 파워에 리어샥이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지형에 따라 리어샥 세팅을 변경할 수 있어서, 하나의 자전거로 다양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하드테일이 부럽지 않은 풀서스펜션


우리나라는 XC 라이딩을 하는 코스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 보니 여전히 하드테일에 대한 인기는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필자도 하드테일에 대한 욕심이 여전하다. 무게가 가볍고, 업힐이나 도로 주행 시 페달링이 훨씬 경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거친 싱글트랙을 달리거나 산악에서 스피드를 높이다 보면, 하드테일의 한계가 금방 보여지고, 풀서스펜션 바이크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이와 같은 라이더들의 요구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제품이, 바로 에픽 월드컵이라고 볼 수 있다.

하드테일의 경쾌함과 풀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모두 만족시킨 에픽 월드컵

이번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에픽 월드컵을 시승하면서, 과연 0mm 새그 세팅 시 풀서스펜션에서 느끼는 다운힐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지가 궁금했고, 2.5mm와 4mm의 새그 세팅을 적용했을 때의 라이딩 차이를 느끼고 싶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0mm 새그를 적용했을 때 라이딩 품질은 가장 좋았다. 처음에는 0mm 새그가 맞나 싶을 만큼 노면 충격에 반응성이 좋아서 놀랐다. 그래서, 노면이 깔끔한 업힐 구간을 시작할 때 인디케이터 밴드를 제일 위로 올리고 라이딩을 한 후, 정상에서 확인하니, 정말 리어샥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새그를 4mm로 바꾸고 라이딩을 했다. 확실히 다른 라이딩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그가 있을 경우, 페달링에 의해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서스펜션의 네거티브 움직임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전체적으로 페달링의 가속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겼던 것이다.

새그를 0mm로 맞추니 페달링에 의해 라이더의 하중이 가벼워질 때 리어샥이 올라가는 현상이 제거되었고, 그 반발력에 의해 페달링 박자에 맞추어 서스펜션이 움직이는 현상도 함께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페달링 충격보다 더 강한 노면 충격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리어샥처럼 반응하여 부드러운 라이딩을 만들어낸 것이다.
너무 단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거친 코스에서 일반 풀서스펜션처럼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빠르고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는 0mm 새그 세팅에서 가장 라이딩 만족감이 좋았다.

페달링 가속은 하드테일처럼 경쾌하고, 다운힐은 풀서스펜션 바이크처럼 스피드를 낼 수 있었다.

75mm 트래블의 리어샥이지만, 새그가 없으니 일반 100mm 리어샥과 거의 동일한 느낌이다.
또, 110mm 트래블의 브레인 포크와의 밸런스가 만족스러웠다.


제품 이미지


최신 플래그십 모델답게 스램 AXS 트랜스미션 구동계와 파워미터 등의 화려한 스펙으로 만족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페인팅 마감이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에픽 월드컵

단순화된 리어샥 시스템으로 하드테일과 외형도 비슷하다.

헤드셋을 이용한 인터널 케이블 구조

헤드셋의 좌우 홀을 이용해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로 삽입된다.

에이토스의 경량 기술이 적용된 프레임 설계

스램 XX 이글 AXS 트랜스미션 구동계에 쿼크 D-제로 파워미터가 기본 적용된다.

낙차나 외부 충격으로 행어가 휘지 않는 풀마운트 타입의 스램 트랜스미션 디레일러

직관적이며 위치 조절이 수월해진 무선 변속 버튼

110mm 트래블의 브레인 포크는 지형을 감지해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자동 조절된다.

단순한 구조의 리어 트라이앵글

카본 레일의 에스웍스 파워 안장

SWAT 툴 적용이 가능한 물통케이지 아일렛. 2개의 물통케이지와 SWAT 툴이 기본 포함된다.

포스트 마운트 160mm 로터 적용

사이즈에 따라 160 또는 180mm 로터가 적용된 앞 브레이크

스램 레벨 얼티미트 브레이크

앞 타이어는 패스트트랙 듀얼 컴파운드로 그립과 스피드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뒤 타이어는 그립력을 더욱 높인 레니게이트가 적용되었다.


스펙 및 지오메트리


제품명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에픽 월드컵 (Specialized S-Works Epic Worldcup)
프레임 FACT 12m 카본
포크 락샥 SID SL 얼티미트 브레인, 110mm 트래블
핸들바/스템 로발 컨트롤 SL 통합 카본 콕핏
시트포스트 로발 컨트롤 SL 카본 시트포스트
안장 바디지오메트리 에스웍스 파워. 카본 레일, 카본 베이스
레버 스램 POD AXS 컨트롤러
뒤 디레일러 스램 XX SL 이글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스램 Level 얼티미트, 2-피스톤 캘리퍼
카세트 스프라켓 스램 CS-1299, 12단, 10-52T
체인 스램 XX SL 이글
크랭크셋 스램 XX SL 파워미터 카본 크랭크. 34T
휠셋 로발 컨트롤 SL
타이어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패스트트랙 29x2.35(앞), 레니게이드 29x2.35(뒤)
실측무게 9.36kg (페달 제외, S 사이즈)
소비자가격 14,900,000원


XC 머신의 새로운 혁신


과거, 스페셜라이즈드는 'Inovate or Di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혁신'에 대해 강조하였다. 새로운 시도,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자전거에 접목하며, 현재까지도 그와 같은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에픽 월드컵의 발표는, 그 외형 만으로 사람들에게 타 브랜드의 기존 XC 자전거를 뒤 따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최근 XC 머신의 트렌드는 탑튜브에서 시트스테이로 이어지는 직선 라인의 형성과 그 사이에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에픽 월드컵 또한 이런 트렌드에 따른 외형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부분으로 자전거를 평가할 수 없다. 그 속에 숨겨진 0mm 새그의 개념이 기존 XC 머신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혁신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듯한 외형이지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라이딩 품질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에픽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제로 새그 리어샥은 브레인 서스펜션 포크와 함께 그 시너지가 발생했고, '이제는 굳이 하드테일 바이크가 필요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테스트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다.


관련 웹사이트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 https://www.specialized.com/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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