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를 뚫고, 본격적인 여행 시작
에디터 : 최용석

2010년 1월 6일, 델리(Delhi) - 팔월(Palwal)

새벽 4시 30분 기상. 델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출근길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출발 준비를 한다. 출근 시간이 되기 전에 델리를 빠져나가는 것이 우리 주행의 첫 미션이다.
델리에서 장시간 머물렀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델리 만큼 혼잡하고 지저분한 도시는 없을 것이라 장담하곤 한다. 넓디 넓은 인도의 정치, 행정 중심지이며, 과거 수세기에 걸쳐서 번영의 영광을 누렸던 델리. 하지만 현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 오염과 천만명이 넘는 인구 대란, 그리고 곳곳에 정돈되지 않은 공사현장들까지, 모든 것들이 우리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결국, 델리에서 주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감동 없는 체력소모만 하게 되리라.
어제 사 놓은 빵과 음료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하나 밖에 없는 화장실에서 아옹다옹 다퉈가며 고양이 세수를 한다. 그리고 정신 없이 짐을 꾸린다.
어제 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라고 몇 마디 한 까닭일까, 아침부터 모두들 바쁘다. 모두가 호텔 앞에서 자전거에 올라타기 까지 한 시간 소요.  
'드디어 출발 이다! 짤랭~~!(가자!)'

드디어 출발이다.

어제까지 폭죽과 노래, 경적 등으로 일상 속의 소란스러움을 보여주었던 이 곳이, 지금 이 시간 만큼은 고요하다. 간혹 주인 없는 개들만이 우리를 배웅이라도 하는 듯 정신 없이 짖어댈 뿐.
계획한 대로, 일찍이 델리 중심부를 빠져 나와서 아그라까지 이어져 있는 NH(National Highway)2 도로의 마투라 로드(Mathura Road)에 올랐다. 우리와 같이 일찍부터 도로에 나선 차들은 여유로운 도로 상황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공간을 양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북쪽의 올드 델리를 떠나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올 수록 넓고 잘 정돈된 도로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뉴델리역에서 남쪽 방향,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코넛플레이스를 기준으로 뉴델리와 올드델리를 나눈다. 현재 인도의 수도는 델리, 그 안에 있는 뉴델리! 뉴델리가 위치한 남부 델리는 델리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었으며, 높은 소득 계층이 거주하고 있다.
잘 정돈된 도로를 따라서 중간중간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보인다. 예상했던 것 보다 놀라울 만큼 깨끗한 도로상황을 보니 인도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이미 많은 발전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델리를 벗어나서 하리야나 주에 들어서자 사방에 안개가 깔리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만난 정체불명의 안개 덕분에 순간 나의 시야는 5m 안팎으로 줄어버린다. 처음에는 짙은 안개를 보고 특정 구간에 퍼진 연기라도 되는가 생각했는데, 가도가도 이 연기는 걷히질 않는다. 이 연기는 결국 넓은 구간에 형성된 안개,,, 아니 스모그라고 해야 될까.
처음 보는 짙은 안개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이 안개의 정체에 대해서 자전거를 타는 내내 고민해본 결과는 간단했다. 수증기와 오염된 공기가 결합돼서 우리의 주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리라. 쉬는 시간에 얼굴을 닦아내면 손수건이 새까매진다.
한참 동안 스모그를 헤치며 자전거를 타던 중에, 불쑥 앞에서 불빛이 번쩍한다. 역 주행하고 있던 오토바이다. 자칫하면 부딪칠 뻔한 것을 비포장 갓길로 겨우 피했다. 마치 구름 안에라도 있는 듯 주변은 모두 하얗고, 순간순간 나의 귀를 찢는 대형 화물차의 경적소리만이 주변 사물에 대한 존재를 인식시켜 준다. 심심치 않게 보이는 역 주행 차량들 덕분에 속도는 10km/h 이상은 낼 수도 없다.

'애들은 뒤에서 잘 따라 오고 있겠지.......?'
앞도 뒤도 보이지 않고, 온통 하얗기만 한 이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려니 마치 길을 헤매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이랄까. 꿈속에서 구름을 해쳐나가고 있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지금 이 환경이 신기할 뿐, 좋은 기분은 아니다. 
스모그 속을 계속 달리니 코가 막히고 머리까지 아프다. 도로 변에 조그만 마을들이 계속 형성되어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도대체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설마 이런 안개가 일년 내내 지속 되지는 않겠지? 생각만해도 끔찍하구만.'
다행히 10시가 될 즈음에 안개는 걷히기 시작한다.

호텔 찾는데 도움을 준 인도인과 함께

우리는 정오가 되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NH2 도로에는 델리-아그라를 오가는 화물차 기사들을 위한 호텔들이 있다. 가격은 시설에 따라서 천차만별. 간단한 음식을 팔면서 야외에 간이침대를 배열해 놓은 숙소(?)부터 화장실과 온수까지 완비된 제법 깔끔한 숙소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도로 상에 있는 한 호텔에서 1100Rs(약 28000원)에 두 개의 방을 구했다. 이 정도면 여행자가 머물기에 가격과 시설이 괜찮은 방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침대가 깨끗하고, 화장실에 물이 잘 나오니 불편할 것이 없다. 하지만 델리에서의 장기체류가 우리의 자금 사정을 압박하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는 숙박비를 조금씩 더 줄여 나가기로 한다.

주행이 빨리 끝나서 모두 홀가분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는다.

본격적인 첫 주행에 안개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문제 없이 미션 클리어!
이렇게 우리의 자전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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