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자, 젊음과 패기 그리고 기술력
에디터 : 조옥 기자

인피자? 인피자가 뭐야?

일단 자전거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인피자라는 브랜드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유명했던 국내 자전거 브랜드로 삼천리, 코렉스, 스마트 정도가 있었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당시에만 해도 국내에서 개발과 생산이 모두 이루어졌고 품질 역시 우수했지만 90년대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국내 자전거 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나온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결국 국내 자전거 산업의 기반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탄생한 인피자는 국내 브랜드의 자전거도 얼마든지 고급화 될 수 있고 외산 자전거 못지 않은 품질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로 자전거 외에 다양한 자전거 용품까지 두루 섭렵한 국산 브랜드로 최근 경제위기와 고유가,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자동차를 대신해 자전거가 새로운 대안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인피자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 역시 많아지고 있는 중이다.


 

Infinite Forza

 

무한한(infinite) (forza, force의 이탈리아어)이라는 의미를 가진 인피자는 2007 1월에 탄생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30년 또는 6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몇몇 브랜드들을 생각하면 이제 탄생 3년차에 접어든 인피자의 연혁은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젊음과 패기가 넘친다고도 역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피자는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알리기 보다는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고유 브랜드로 출시된 다양한 주변기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인피자의 자전거용품은 외산 브랜드 일색인 국내 자전거용품 시장에서 외산 못지 않는 품질로 승부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피자의 홈페이지 모습


 

Octagon Tube

 

짧은 연혁의 브랜드가 젊음과 패기와 같은 일종의 느낌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기술력을 앞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국내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까지 중고급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의 기술력을 논하는 것은 한편으로 승부사가 아니면 벌일 수 없는 큰 도박이라고 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인피자 하이드로포밍 옥타곤 트리플 버티드 튜브

 

현재 인피자가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분야는 옥타곤 튜브라 명명된 고유 구조의 프레임이다. 대부분의 자전거 프레임들은 원형 파이프들을 구조에 맞게 가공하고 조합하여 구성하는 반면 인피자의 프레임은 원형이 아닌 8각형의 파이프들이 조합 및 가공되어 구성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일반적으로 파이프가 원형이 되면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나 응력에 대해 방향과 무관하게 어느 쪽이나 동일한 내충격성을 가지게 된다는 장점이 생긴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고 오래된 방식이기에 제조공정과 단가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러한 파이프들이 자전거에 쓰이게 되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자전거 프레임은 여러 개의 파이프들이 조합되어 전체 프레임을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파이프들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형태와 방향, 강도로 응력을 받게 되는데 이 프레임을 구성하는 파이프가 원형이 된다면 이러한 응력들에 대해 모두 같은 내력으로만 견뎌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자전거 프레임에 응력이 가해지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주행 중에 발생하게 되는 편이다. 이러한 응력이 가중되는 패턴도 직선 주행 중에는 어디’, ‘코너링 중에는 어디와 같이 제한적인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굳이 모든 파이프들이 모든 방향에서 가해지는 응력에 일일이 내구력을 갖춰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자전거 프레임을 구성하는 파이프의 어떤 면에는 파이프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응력이 작용하여 시간이 지나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또 어떤 면에는 파이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응력이 작용하여 프레임 내구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어떤 면에는 가해지는 응력이 아주 미미하여 기준치 이하의 적은 내력만으로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부위도 프레임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의 전면 유리창은 주행 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이겨내고 전면에서 날아오는 이물질로부터 운전자와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반면, 측면 유리창은 이러한 위험에 비교적 적게 노출되어 있기에 전면 유리와 같은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지 않는 것과 비슷한 관점으로 파이프를 구성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자전거 프레임용 파이프라 할 지라도 그 용도와 견뎌야 하는 응력의 형태 또는 강도에 따라 파이프의 각 면을 인위적으로 분할하여 가해지는 응력 형태와 강도에 따라 각각 다른 내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이른바 버티드(butted) 가공인데 이러한 버티드 가공법으로 파이프가 만들어지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다른 강도로 전해지는 응력에 효율적이고 적절한 내력으로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더 높은 내구력이 필요한 부분에는 강도 향상을 위해 더 강하게, 낮은 내구력으로도 큰 문제가 없는 부분에는 중량 감소를 위해 가볍게 가공하여 전체 프레임이 가진 내구력을 크게 향상시키면서도 전체 중량은 유지 또는 감소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인피자 옥타곤 튜브는 고강성과 디자인이라는 일석이조의 구조이다.

 

인피자 자전거에서 볼 수 있는 옥타곤 튜브는 이러한 버티드 가공이 가지는 높은 내구력 특성을 보조하여 프레임 전체를 더욱 견고하게 받쳐주는 구조라고 말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버티드 가공된 튜브는 체인스테이 튜브에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인피자의 체인스테이 튜브는 여타의 다른 체인스테이 튜브들과 달리 S자로 굽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머슬스테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모양은 변속시 변속충격에 의해 체인이 튜브에 접촉되는 면적을 일자형 체인스테이 튜브에 비해 크게 감소 시킴으로서 체인에 의해 튜브에 손상이 가는 것을 최소화 시키면서 구조적 강성 또한 확보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머슬(muscle)스테이라 불리는 체인스테이 튜브의 모습

 

인피자의 옥타곤 튜브는 내구력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큰 장점으로 작용되지만 이 외에 곡면 형태의 파이프로만 구성된 다른 프레임보다 더 강인해 보이고 라인이 돋보이는 외형적 멋이라는 효과까지 추가로 얻어낼 수 있다. 두개의 삼각형이 맞붙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구조로만 일관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전거 프레임에서 파이프 구조의 개선을 통해 태생적 특색이 있다면 이것은 결국 제품 디자인의 넓어진 관용도와 유연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점이다.


밝게 보이는 부분은 도장이 안된 알루미늄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이다.

 

자전거를 구성하는 구동부나 제동부, 조향부도 자전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전거의 기초를 이루는 뼈대가 튼튼해야 자전거는 물론이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도 안전한 것이다.

 

 

인피자의 제품 라인업

 

아무래도 브랜드의 연혁이 짧은 관계로 제품 라인업 스펙트럼은 매우 좁은 편이다. 그나마도 거의 모든 라인업이 MTB와 같은 크로스컨트리에 집중되어 있고 모델 하나만이 로드사이클과 MTB 요소가 섞인 하이브리드 자전거이다. 하지만 국내 자전거 시장의 수요가 MTB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소비자들의 성향이나 도로사정을 감안했을 때 딱딱한 승차감을 가진 리지드 보다는 푹신한 승차감을 가진 서스펜션 장착 자전거를 더 선호하고 판매량도 높다. 이러한 국내 시장 사정을 생각하면 인피자가 다른 형태의 자전거보다 시장진입이 좀 더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수요도 많은 MTB 위주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금번 기사에서는 2009년 모델만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ZH-500

 

MTB 위주의 인피자 라인업 중에서 유일하게 ZH-500 모델만 MTB가 아닌 시티바이크 형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완전한 형태의 시티바이크는 아니고 MTB용 컴포넌트들을 일부 사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두 장르가 가진 장점(시티바이크의 기동성과 MTB의 폭 넓은 컴포넌트 호환성)을 하나의 자전거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피자 ZH-500 하이브리드 : 728,000원

 

 

Z-300

 

인피자의 입문용 MTB 모델로 절대 성능보다는 가격대 성능비를 우선하여 구성한 모델이다. 인피자 2009년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만큼 부담 없이 산악 자전거에 입문하기 원하는 소비자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인피자 Z-300 : 440,000원

 

 

Z-500

 

사실 Z-500 부터는 부담 없이 입문하기에 조금은 망설여지는 가격대를 가진다. Z-300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 이상의 가격차이를 보이는데 그만큼 제품을 구성하는 컴포넌트의 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되었으며 구동계 컴포넌트의 수준도 Z-300보다는 고급 제품들을 사용하였다.


인피자 Z-500 : 596,000원

 

 

Z-600

 

많은 부분에서 Z-500과 유사하지만 프레임의 강성과 중량에서 Z-500보다 우수한 특성을 보이고 완충성능이 좋은 RST의 카파-T 프론트 서스펜션이 탑재된다.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지만 Z-500과 같이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 방식이 사용되었다.


인피자 Z-600 : 708,000원

 

 

Z-700

 

인피자가 자랑하는 하이드로포밍 옥타곤 트리플 버티드 파이프로 구성된 프레임이 적용된 최하위 모델이다. 본격적인 산악 자전거 라이딩을 하려는 중급자라면 뛰어난 성능의 프레임과 락아웃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된 서스펜션 포크, 시마노의 SLX급 컴포넌트로 구성된 본 모델이 가장 실속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인피자 Z-700 : 1,001,000원

 

 

Z-900

 

Z-700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제원을 가지지만 Z-700이 에이비드의 림 브레이크를 탑재한 반면 Z-900은 시마노의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탑재한 것이 차이점이다. 림 브레이크와 디스크 브레이크는 둘 다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더 가벼운 자전거를 원한다면 림 브레이크로, 더 안정적인 제동력을 원한다면 디스크 브레이크를 취향과 사용 패턴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인피자 Z-900 : 1,155,000원

 

 

Z-1100

 

인피자의 하이엔드 모델로 경량 옥타곤 튜브 프레임과 락샥 서스펜션, 에이비드 주스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시마노 XT Deore 컴포넌트들이 혼합 탑재되어 있어 전반적인 완성도와 만족도 또한 높다. 물론 이에 따른 가격대도 상당히 높은 제품으로 본격적인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눈여겨 볼 만한 제품이다.


인피자 Z-1100 : 1,683,000원

 

 

Z-1100LE

 

현재 시장에 출시 예정인 모델로 모든 구성은 Z-1100과 거의 유사하지만 제동, 변속, 구동계를 시마노 XT, XTR급으로 탑재하고 중량은 더욱 줄인 모델로서 현재 인피자가 공개한 모델 중에서는 가장 고가, 고성능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변속계통은 XTR로만 구성하여 변속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탑재되는 에어스프링 방식의 락샥 프론트 서스펜션은 리모트 기능이 탑재하여 탑승자가 큰 동작을 취하지 않고도 노면 상황에 맞는 트래블 조절이 가능하며 페달 역시 시마노 클릿 페달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인피자의 플래그십 모델 Z-1100LE : 4,000,000원


지금까지 인피자의 브랜드에 관해 간단히 알아보았다. 결코 길지 않은 연혁을 가지고 있고 인지도 면에서도 기존의 브랜드에 비해 부족한 감은 있지만 옥타곤 튜브라 불리는 고강성 프레임 기술을 통해 국내 고급형 MTB 시장에서 강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모습, 선발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자전거 용품 분야에서 발 빠르게 자사의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는 모습 등에서 젊은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빠른 속도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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