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흘린 땀보다 오늘 흘린 땀이 더 많다.
에디터 : 박규동

2008년 8월 10일

해변의 착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줄포 생태공원에서 마을로 돌아 나왔다. 굽이 굽이 휘어진 길이 참 순하다. 곰소만에서 들려 오는 물새들 소리도 그만이고 마을에서 피어 오르는 아침 연기도 정겹다.
이런 맛은 자전거 탈 때만 느낄 수 있다. 오감만족이다!


줄포를 벗어나면서 바로 23번 국도를 타고 고창으로 내뺐다.
4차선 신작로에 교통량도 한가로웠다. 우리의 속도도 느리지 않았다. 어느 길 모퉁이에서 쉬고 있는데 멀리서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다. 가까이 오고 보니 '펑'이었다. 밤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니 그 또한 반가웠다.
"나는 해변에서 잤는데 '펑'은 어디서 잤는가?"
"나는 교회에서 잤어요."
"아침식사는?"
"우유하고 빵을 먹었어요." 헤어졌던 자식 만난 기분이었다.
"가자고! 렛츠고!"
고창까지 함께 왔다. 우리는 마실 것을 사느라 시내로 들어 가고 그는 계속 가 버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은 것은 토마토주스이다. 내 트레일러에는 마실 걸 서너 통씩 싣고 다니는데 물과 주스 그리고 집에서 만든 매실원액을 희석한 주스 등이다.
이번 여행에서 소화기관을 편하게 해 준 게 있다면 집에서 만든 3년 짜리 매실원액주스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배탈이 없었던 것도 매실원액주스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여러 이웃들이 나에게 권해 준 우리 전통 비법인데 신통하기가 이를 데 없다.
토마토주스도 속을 편하게 해 주었다. 물론 영양가도 있었다.
물은 언제나 두 통을 싣고 다니는데 그것도 모자라 도중에 수시로 보충을 해야 했다. 마시고 땀을 흘리는 량이 이만하면 하루에도 몸 안의 수분을 몽땅 새로 갈아치우고도 남을 것 같다.
아내는 평생 흘린 땀보다 오늘 흘린 땀이 더 많을 거라고 하면서도 웃어 준다. 귀엽다!
귀여운 할멈.


마신 물이 든든하면 또 한참을 달릴 수 있다.
영광을 얼마 남겨 놓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펑'이 다가왔다.
"우리는 내일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데 '펑'은 어쩔 건가?"
"저는 땅끝까지 갔다가 배로 목포로 와서 KTX 타고 서울로 돌아 갈 거예요."
'펑'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코란도 스포츠가 한 대 오더니 우리 옆에 멈춘다.
창문을 내리면서 아는 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4명의 청년 팀'이다.
"자전거가 고장 나서요. 외삼촌 네 집으로 갔다 가 그냥 돌아 갈 거예요. 조심해서 여행 잘 하세요!"
그들은 그렇게 차를 타고 가 버렸다.
'펑'이 먼저 출발하고 나서 우리가 그의 뒤를 따랐다. 얼마 가서 오르막이 나타났다. '펑'이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자전거를 끌며 걷는다.
아내와 나는 '펑'을 추월하여 오르막을 올랐다. '펑'과는 헤어질 때마다 헤어지는 인사를 했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추월하며 "자이젠(再見)!"이라고 중국식 작별인사를 했다.
그 후로 우리는 '4명의 청년 팀'과 '펑'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이맘 때는 우리나라에서 년 중 최고로 더운 기간이다.
장마전선이 소멸되면서 비도 내리지 않고 볕은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때에 여름 피서휴가를 보내는 게 상식이 된지 오래되었다.
8월 4일에 여행을 시작한 우리도 여행을 떠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비를 맞지 않았다.
자전거여행을 하자면 기상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예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바람과 비 그리고 기온의 변화를 빨리 읽을 줄 알면 보다 즐거운 여행이 보장된다.
트레일러 한쪽 모퉁이에 비옷과 짐을 덮을 방수포를 손쉽게 뺄 수 있도록 넣고 다닌다. 다니다가 비가 내리면 비상체제가 된다. 카메라와 수첩 등, 비에 젖으면 안 되는 것을 얼른 짐 속에 꾸려 넣고 방수포를 뒤집어 씌운다. 춥지 않으면 자전거와 몸은 그대로 비를 맞는다. 몇 시간 계속 비를 맞아서 체온이 내려가면 그 때부터 우비를 입는다.
너무 더우니까 별별 상상을 다 하게 된다.
그나저나 비나 내려라!

덥고 짜증이 치밀어도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금새 좋아진다.
여러 사람들이 안부 전화를 해 주었다. 문자메세지도 보내 주고......
더위를 걱정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복날 뭐든지 보양식을 드시라는 사연에서부터 올림픽 메달보다 더 소중한 기록을 만드는 중이라는 격려의 말까지......
우리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여보! 할멈,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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