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 아이스짱을 만나다.
에디터 : 박규동


2008년 8월 18일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느낌이다. 텐트에서 밖을 나오니 새벽 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고 아침 일곱 시에 출발했다.

 포항을 통과하는 날이다.
 포항을 통과할 때에 전화를 꼭 해 달라는 아이스짱이 생각났다. 포항 물회를 사겠다고 했다.
 "아이스짱"은 네이버 블로그를 하는 나의 블로그 이웃이다. 아직까지 만난 적은 없다.

 우리나라 지도에 호랑이 꼬리처럼 동쪽으로 튀어나온 장기곶을 거치지 않았다. 6년 전에 푸른바퀴 팀을 이끌고 와서 4일 간 장기곶에 머물며 주변을 자전거로 샅샅히 뒤지며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아내도 함께 왔었다. 당시 그 곳 교회의 담임으로 있던 정성환 목사가 길을 안내해 주었던 고마운 기억이 있다.

블로그 이웃 아이스짱을 만났다.

 구룡포에서 포항 방향으로 꺾었다. 그리고 아이스짱에게 전화를 넣었다.
 "흰늑대입니다. 구룡포를 지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차를 갖고 마중을 나가겠습니다. 31번 큰 길을 따라 쭉 오시는거죠?"
 긴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우리 뒤를 따라 오면서 사진을 찍는다. 아이스짱이 나타난 것이다.

 닉네임에 아이스가 붙으면 첫 인상이 차갑게 느껴진다. 냉철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닉네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블로그에서 아이스짱을 처음 본 게 2년 전이다. 그의 블로그 동네 이름이 "티베트에 다시 가고 싶어라"이다. 전문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통하는 언어들이 따로 있는데 그 언어를 통역을 하면 아이스짱이란 말은 "나는 빙벽등반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의 암호에 반했다. 그의 블로그를 열어 보니 등반 수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웃 신청을 하였고 자주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등산암호가 서로 통했던 것이다. 코드가 맞은 것이다.

 산으로 가는 길은 자전거로 가는 길보다 훨씬 좁다.
 편집증 환자가 되지 못하면 갈 수 없는 길이다. 약이나 의사가 낳게 해줄 수 없는 병을 앓으며 세상의 이단아가 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 놈"이다. 산으로 가는 길은 빙벽이나 암벽, 설벽이 아니면 칼날같은 바위 능선을 건너가야 하는 길이다. 공기가 희박하여 숨이 부족하고 억센 바람을 맞아 영혼을 가누기 힘들 때가 있는 그런 가파른 길이다.
 내가 걸었던 그 좁은 길을 아이스짱도 걸었던 것이다.

아이스짱이 찍어준 소중한 사진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덥썩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미소에 반가움이 넘친다.
 "흰늑대님보다 사모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그가 차로 앞장을 서고 우리는 차를 따라갔다. 바다 건너로 포항제철, POSCO가 보이는 횟집으로 들어 갔다.
 종업원이 날라온 넙쩍한 사발에는 회가 야채와 섞여 있었다. 초장을 부어 비빈 다음 간이 들만 하면 물을 부었다. 물회가 된 것이다. 점심이 좀 이르긴 하였지만 맛은 그만이었다. 그의 정도 섞여 있었던 것이다.
 "추석 새고예, 저도 자전거 타고 서울 한번 갈라 캄니다. 포항에서 대각선으로 예."
 "그 때 오시면 우리 집에도 꼭 들리세요."
 아내가 다짐을 놓는다. 아내도 아이스짱이 좋은 모양이다.  

 포항부터는 7번 국도를 타기로 하였다.
 형산로를 거쳐 육교를 넘고나니 뻥 뚫린 길이 나타났다. 7번이다. 설레이는 7번 도로!

곧 소나기가 쏟아질 날씨다.

 흥해를 지나면서 아이스짱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 MB 고향마을 앞을 지나는 데 난데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200m 앞에 주유소가 있었다. 다짜고짜 주유소 달려들었다. 주유기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있자니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자전거를 안으로 세우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쉬어 가라고 한다. 수건까지 갖고 와서 건넨다.
 "커피도 한잔 타 드세요! 두 분 보기가 넘 좋아요!"
 소나기가 그치고 우리는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길을 떠났다. 나그네가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말로만 할 수 있단 말인가!

 포항 인심으로 배부른 탓인지 기분이 좋아 신나게 달렸다.
 어둑해질 때까지 달려서 강구 삼사해상공원에 도착하였다. 네온 전깃불이 번쩍거리는 공원 주변에는 모텔이 많았다. 3만원에 글로리아 모텔에 들었다.

밤 바다에서 보는 월출 광경이 일출보다 더 황홀하대요!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보름 달이 동해에서 떠 오르고 있었다.
 "밤 바다에서 보는 월출 광경이 일출보다 더 황홀하대요!"
 라던 친구의 얘기가 언뜻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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