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일째, 식중독에 걸리다.
에디터 : 박규동

2011년 07월 26일   火   맑은 후 흐리고 바람
60km 운행.     빈관에서 숙박. 쏘니더우치.

10:45.
계속되는 맞바람, 11시~12시 바람이 불어 2시간에 10km를 오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다. 모래폭풍도 일으킬만한 힘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날려온 모래가 쌓이며 모래에 묻혀져 사라져가는 마을을 보았다. 잘 지어진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마을이었던 모양이다. 주민은 모두 떠나고 빈 집만 모래에 묻혀가고 있었다. 중국 북부의 사막화는 세계적을 잘 알려졌으며 우려해야 할 지구의 변화이지만 아직도 인간의 힘으로 그걸 막을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 같다.

여점旅店숙소에서 해 먹은 아침.

오후 5시부터 뒷바람이 불었다.
오전같은 맞바람이 계속되었다면 30km도 못 갔을 것이다. 7시~8시 바람이 몰려오면서 오늘의 목적지 쏘니더우치까지 60km를 올 수 있었다. 빈관에 숙소를 잡고 식당골목에 가서 저녁을 사 먹었다.
중국에 들어서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식당에 들어가면 메뉴를 알 수 없다는 거다. 아무리 거창한 글씨로 쓰여진 메뉴도 먹을라치면 보잘 것 없거나 입에 맞지 않아 걱정이다. 아내가 주방장에게 뭐라고 음식을 주문하는 데 주방장도 알아듣지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답답한 주방장이 아내를 부엌으로 데려간다. 아내가 뭐라고 하면서 냉장고를 열고 하더니 맛있는 볶음밥이 나왔다. 아내의 얘기로는 식재료를 이것저것 가르키면서 밥이랑 후라이팬에 넣고 들들 볶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도 이 요리를 먹고 싶다고 주방장에게 엄지를 세워보였더니 그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러면서 아내가 가르쳐준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머쓱해 한다.

몽골전통 어워가 이곳에도 세워져 있다.


모래에 묻혀 폐허가 됀 마을

입간판 그늘 아래서 점심을 먹다.

쏘니더우치는 소도시인긴 하나 이 지방의 교통요지인 것 같았다.
G208도로를 연결하는 동서남북 방향의 도로가 이곳에서 모였다가 흩어지고 있었다. 주변에 도로공사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왕복 4차선들이었는데 여기서부터는 2차선도로로 좁혀졌다. 내일부터는 오래된 2차선도로를 가게 될 것 같다.
내일이나 모레는 동그람이팀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고비사막 한 모퉁이에서 그들과 만날 수 있다니 꿈만 같다.
샤워를 하고 일찍 잤다.









2011년 07월 27일   水   맑음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덧 자전거마저도 잊어버리는 경지에 닿는다.
자전거를 목적에서 놓아버리고 나면 길도 마음 밖으로 사라진다. 비로소 자전거여행가가 되는 것이다. 길이 좋거나 투덜거리거나 덥거나 목이 마르거나 먼지가 날리거나 자동차가 추월을 하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자전거에 언제 속도가 있었는지 페달조차 다리힘으로 굴러가는지 모르고 가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한 식당

중국에서 닷새째다.
오늘부터는 왕복2차선도로를 탄다. 우리나리 지방도 수준이다. 그래도 갓길이 부족하지 않다. 하염없는 길이다.
S208도로를 타고 남동 방향으로 가는 길과 G208도로를타고 남쪽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을 통과한다. S208도로는 북경으로 가는 가까운 길이다. 남동 방향으로 가다가 장지아커우에서 팔달령을 넘어가면 북경이다. 이 길은 아주 오래된 길이다. 아마 태고적부터 인류뮨화를 따라 흘러갔을 그런 길이다. 말을 타고 몽골기마군이 중국대륙을 치기 위해 달렸을 것이고 낙타에 바리짐을 싣고 대상들이 장사를 떠났던 길이기도 할 것이다.
나도 이 길을 따라 가고 싶었었다. 그러나 우리가 택한 길은 G208도로이다. 왜냐하면 이 길을 따라 유라시아대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떠난 동그람이 부부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 뒤를 이어 김세식+김윤구팀이 온다는 문자편지가 있었다.
그들을 만나서 싫컷 한국어로 수다를 떨었으면 해서다.

도시 근처에 세워진 대형 조각품


매 1km마다 세워져 있는 도로의 거리표지판

G208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도로표지판에 한문이 써 있지만 중국이 새로 채택한 간자가 많아 해독이 부족하다. 더구나 중국식 발음으로 알고 있는 것은 대도시 몇 군데 뿐이다. 베이징, 장지아커우, 우란차부, 티엔징이 전부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에서는 한문을 읽는다고 하여도 현지 발음으로 읽을 수 없으니 길을 물어서 간다는 게 만만치 않다. 영어로 됀 표지판은 아예없으니 말이다. 편한데로 G208.153K라고 표시를 한다. 이것은 G208도로의 기준이 되는 에렌하우터에서 153km남쪽에 있다는 표시이다. 동그람이와 문자를 주고받을 때에 이 표시를 썼다.



S208과 G208도로 갈림길


심심찮게 자동차를 세우거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녁에 머문 작은 도시, 개발이 한창인 곳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말았다.
중국여행 때마다 격는 고초 중에 하나가 식중독이다. 기름진 음식에 청결하지 못한 주방환경에 물갈이까지 보태여지면 꼭 음식으로 인한 고통을 당했던 것이다. 조심을 한다고 하였지만 그 병이 또 찾아온 것이다.
저녁에 작은 도시에서 여관을 잡아놓고 가까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중국에 들어서면서 좋아진 식욕 탓에 양갈비를 먹었는데 그게 탈이 된 것이다. 맛있게 먹은 저녁은 얼마가지 않아 복통과 설사로 이어졌고 나는 통증을 참을 수 없어 진통제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통증과 잦은 설사는 기력을 소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팔목 부상으로 왼팔을 쓰지 못하여 끙끙거리는 판에 기력마자 다 날아가 버리다니....... "나도 늙었구나!" 하고 탄식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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