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막에서 동그람이 부부를 만나다.
에디터 : 박규동

2011년 07월 28일   木   맑음, 구름 약간.
25.8 km운행.     야영지 G208, 192K. 교량 아래. 42도13'32,36+113도01'59,89

중국에 들어서고나서부터는 휴대전화가 거의 끊어지지 않는다.
G208이라는 간선도로를 타고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동그람이와 김세식+김윤구 팀(자운 팀)과는 문자로 여행의 내용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동그람이 팀을 도로 어디쯤에서 만날 것이다.
주리해젠을 출발하였다.
간밤에 겪은 식중독의 고통이 여전하지만 참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침은 굶었다. 마을을 벗어나려는 찰나에 설사가 찾아왔다. 급한데로 길을 벗어나 일을 보았다. 그때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군용차량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져 왔다. 수백 대의 군용차량이다. 트럭에 포차에 중무장차량까지 대규모의 부대이동이다. 중국군의 인해전술이 문득 떠 올랐다. 이만하면 우리의 사단이 움직이는 정도의 규모인데 여기서는 대대가 훈련하듯이 소리없이 움직인다.
작으나마 산을 여러번 넘어가는 지형이다.

금빛 초원 사이로 G208도로가 나 있다. 대규모의 군대가 이길을 따라 이동을 했다.



기운이 떨어져 툭하면 누워서 낮잠을 잤다.

이 다리 위에서 점심을 먹고 아래로 내려가 낮잠을 잤다.
그리고 동그람이를 만나 이틀을 이 다리 아래에서 캠핑을 했다.

없는 기운에 용을 쓰며 갔다. 점심 때에 G208, 192K지점에 닿았다. 마침 교량을 통과하는 곳이라 다리 아래로 내려가 보니 널찍하게 돌이 깔려있어서 낮잠을 잘만 하였다. 밥을 끓여서 먹고 낮잠을 잤다. 미리 준비해간 위장약이 있어서 먹었다. 정로환과 병원에서 처방으로 준비해간 장염약이다.


드디어 동그람이를 만난 것이다. 이 맑은 웃음을 보라!

점심을 먹었던 지점을 떠나 약 1km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오는 사람이 보였다.
얼핏 보아도 동그람이 팀이다. 자전거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내리막을 빠르게 내려오는 젊은 부부 두 사람의 씩씩한 모습은 정말 반가웠다. 얼싸안고 반가운 정을 나누었다. 운행을 중지하고 되돌아 가서 다리 아래에다 텐트를 치기로 했다. 저녁부터 내일까지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다리 아래가 맞춤이었다.
동그람이 부부는 30대이다.
아이갖기를 미루고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먼저 택한 신세대 젊은이들이다. 우리는 그 나이에 차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동그람이 부부는 과감하게 선택을 한 것이다.
비단길 실크로드 대신 이적까지 타고온 G110번도로의 석탄길 이야기를 하는 동그람이는 석탄가루를 하루에 한 컵씩 마셨다고 얼굴을 찡그린다. 15톤 트레일러 트럭에 잔뜩 석탄을 싣고 달리는데 트럭의 행렬이 끝이 없다는 것이다. 하늘도 카맣고 땅도 카맣다는 이야기다. 동그람이의 자전거와 노마드 트레일러도 카맣게 석탄 얼룩이 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저녁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야영을 하느라, 소위 스텔스캠핑을 하느라 마음도 지쳤을 것이다.
그래, 고생했다. 사서고생을 하러 나선 사람들이니 그런 경험은 앞으로 더 어려운 경험에 약이 될 것이다.
남편 둥굴이와 아내 람이를 합쳐 동그람이라 팀 이름을 지은 것만 봐도 그들의 정신세계가 어떤지 알것 같다. 상상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상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다. 상상의 능력이 얼마인가에 따라 행복의 지수가 곱에서 몇 곱으로 늘어난다.
동그람이를 만나면 나는 그들의 상상력에 늘 부러웠었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버리고, 아이갖기를 늦추고, 집을 팔고, 그들이 상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상상이 크면 인생도 커지는 법이다.
나도 이참에 상상을 더 키워봐야겠다. 자전거로 ET처럼 우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동그람이는 우리를 위해 수박과 맥주를 사 왔다.
이럴 때에 마시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나는 배앓이 중이라 구경으로 만족하였다. 아내는 된장국을 끓였다. 다리아래 거지처럼 추잡한 얼굴에도 우리는 행복하였다. 지나온 길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었다.
다리의 교각 사이로 빠르게 바람이 지나더니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렸다. 바람을 타고 세차게 내렸다.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 착하게 잠을 청했다. 우군이 옆에 있다는 안도감이 이불처럼 따뜻하였다.




2011년 07월 29일    金   비
쉬는 날.

늦잠도 잤다.
나는 기운을 차리기 위해 잠을 자고 도 잤다.
동그람이는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완전히 분해하더니 세차를 한다.

다리의 난간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는 둥굴이님.

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물병에 담아 그 물로 세차를 한답시고 난리다. 프라스틱 물병의 윗 부분을 잘라내면 한쪽은 깔데기가 되고 한쪽은 물통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채집한 빗물이 제법이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이제 사막을 벗어나려는 지점에 도달한 것이리라.   

비를 맞다니 얼마만인가!
나는 자다 깨고 다시 잠을 잤다.
몸 안의 독을 해소하는 데에는 잠이 최고다.
늙은 부부와 젊은 부부 네 사람은 다리 밑에서 천국을 만난 것이다.
괜히 마주보기만 하여도 미소가 일었다. 한국어로 말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천국이다. 정말 천국에 가면 한국어가 통할까?  공용어가 대세일까?
그러나, 식량과 물이 동이 났다. 하루쯤 더 놀다 갔으면 좋으련만 이게 한계라니......
저녁나절에 비가 멈추었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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