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여행의 첫 발자국 퍼쓰(Perth)에 내리다.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6월 24일(목)

아침 7시 30분, 호주의 퍼쓰(Perth)공항에 내렸다.

신비로운 호기심으로 나를 자극하던 호주
창밖으로 한강이 내려다 보이던 고등학교의 지리시간..
선생님의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한강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을 바라 보다가..
어느 순간 귀에 선생님 말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주라는 나라에 대해 수업 중이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미국으로 이민 가버린 내 어릴 적 친구랑 같이 호주를 자전거로 여행하면 좋겠다..하고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던 작은 꿈..
내 나이 서른이 되면 간다던 자전거 여행의 첫 발자국이 시작될 곳.
호주..
역사는 길지 않지만 세계에서 6번째로 큰나라.
그리고 신비로운 호기심으로 나를 자극하던 나라..

나의 여행 파트너인 창민과 함께..
우리는 퍼쓰-에스페란스-애들레이드-멜번-브리즈번까지 약 6000km가 넘는 거리를 여행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는 루트 중에서 제일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는 구간은 눌라보평원(nullarbor plain-이건 no tree라는 뜻의 호주 원주민 말이라고 한다)이고..

(눌라보평원-사막기후고 사람이 살지 않는 구간이 1200km지만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가 있고 주유소가 몇 개 있다고 한다.) 

창민은 1996년에 브리즈번-브로큰힐-쿨가디-퍼쓰까지 4700km의 호주횡단 경험이 있고 자전거 수리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장거리 자전거 여행이 처음인 나에게는 든든한 가이드다.
같이 여행을 떠났다가 사이가 안좋아지는 사람들도 많던데..이 부분도 조금 걱정이다.

공항에서 예약했던 백패커로 갔는데, 관광 비시즌이라 손님이 많지 않아서
 넓고 깨끗한 주방을 우리가 거의 독차지했다.

퍼쓰공항에서..
입국심사원은 단수여권을 가져 간 우리에게 임시 여권 말고 정상적인 여권(?)은 없냐고 물었다.
단수여권을 처음 본 사람들은 아닐텐데 30분정도 시간이 걸린 후 어렵사리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불법체류하려는 사람으로 의심받기 좋은 여권으로 보였을지도..
두번째는 검역소, 호주의 까다로운 검역과 한국인에게는 더욱 철저히 검역한다는 경험담들을 듣고 간 우리는 감기약과 영양제 그리고 에너지 쥬스 분말 및 가지고 있는 것을 검역신고서에 자진신고를 하고 검사를 받았다.
약과 에너지 쥬스 분말은 문제가 없었고, 자전거 바퀴에 묻어있는 흙이 문제가 있어 검역소 직원이 내 자전거 바퀴의 흙을 소독약으로 닦어왔다.
짐이 왜이리 많냐고 묻길래 퍼쓰에서 브리즈번까지 자전거로 여행할거라 짐이 많다고 하니, 대놓고 미쳤냐고는 말하지 않지만 커다랗게 놀라는 눈과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듯 하다.
우리는 가장 많은 짐을 가진 탑승객이었는데 그 짐을 다 풀고나니 다시 포장하느라 직원 4명이 와서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

오전 9시가 넘어서 공항 밖으로 나왔다.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심호흡을 하고..
여기가 호주구나..
나.. 드디어 호주에 왔다. ^^

이제 숙소를 잡아야 한다.
공항에 준비되어 있던 안내책자들 덕에, 그리고 관광 비시즌이라서 숙소는 쉽게 구할수 있었다.
저렴한 백팩커를 일단 전화로 예약하고 공항부터 시내에 있는 백팩커까지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우리와 다른방향에 있는 운전석과 차창 밖에 지나가는 색다른 도시 그림이 신선하다.

우리 숙소 앞의 거리는 조용하고 편안해 보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자전거를 서둘러 조립하고 자전거샵을 찾아서 나섰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레일러를 구해서 창민이가 끌기로 했고 나는 뒷바퀴에 달 짐받이와 가방을 사야한다.
몇 군데 샵을 돌아다녀봐도 트레일러는 구하기가 어렵다. 주문하면 일주일 후에나 온다는데..

강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자전거 대여를 해주는 곳을 발견했다.
혹시나 싶어 우리가 쓸 트레일러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이 아저씨..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시며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신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퍼쓰 시내에서 자전거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트레일러를 가지고 있는 샵을 찾으셨단다.
중고 밖에 없다지만, 우리가 찾던 브랜드인 B.O.B 트레일러였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둘이 같이 다녀올 지 상의를 하다가, 시내에서 다니며 자동차 진행 방향이 반대인 것에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나는 숙소에서 기다리고 창민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 수퍼마켓이 많아 이런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숙소에서 짐정리하고, 필요한 물품 리스트 다시 확인해보고, 어느새 창 밖에 노을이 져 간다.
4시경에 떠난 창민은 돌아올 시간이 지난 듯한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음이 심란해져 간다. 무슨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백팩커 앞에 나와 길가에서 서성이기를 30분..
저 멀리 트레일러를 끌고 달려오는 자전거가 있었다..
왜 이리 늦게 왔냐며 화를 내고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저녁을 먹고 퍼쓰에서 해야 할 일과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하루 이동거리-
하루에 80km~100km정도 이동,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것을 계산하고 타운과 타운의 거리를 계산해서 일정을 짜왔다.

그리고 출발한 지 일주일 정도는 최대한 타운을 지나가도록 해서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적응이 빨리 돼야 1200km가 되는 사막 기후를 가진, 사람도  살지 않고 나무도 없다는 눌라보평원을 지날 수 있을것 같다.

-여행비용-
인터넷으로 숙박비나 물가를 찾아 보며 하루에 둘이 쓰는 비용을 60달러로 계산해서 여행비용을 준비했다. (당시 호주환율은 800원이다)
그러다보니 환전해 간 돈이 비상금까지 8,000달러 정도였는데
작은 타운들을 지나 갈때는 여행자 수표도 쓸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이고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 퍼쓰에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현금소지는 200달러 정도만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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