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늪으로 변해 200km를 돌아가다.
에디터 : 박규동

1996년 9월 1일(日)      왈겟 모텔
                    콜로레너브라이 → 왈겟

아침식사 요구르트,스테이크,식빵,된장국,야채
08:20콜로레너브라이에서 출발
09:20휴식 레몬쥬스
10:20휴식
11:15-11:32휴식 호두,초코렛
12:12-12:50점심식사 도로 옆 왈겟33km전방 스테이크,식빵,계란 후라이, 된장국
13:53휴식 식빵,레몬쥬스
15:25휴식
16:40왈겟(Walgett)도착
왈겟모텔 남위:30°01.0′동경:148°07.2′
숙박비$59.00
저녁식사 육개장,스테이크,밥,짱아치

최고속도21.8
평균속도11.7
운행시간6.47.55
주행거리79.66
누적거리750.8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리는 어설픈 날씨를 헤치며 80km를 왔다. 어제 쉰 덕인지 가뿐한 기분으로 왈겟에 일찍 도착하였다. 뜻밖에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가기로 계획되어 있는 코스인 왈겟에서 보크까지가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비가 온 뒤에는 흙이 물러져서 늪처럼 바퀴가 빠지기 때문에 당분간 운행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이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그 소식을 모르고 그냥 갔다가는 고생할게 뻔 했는데 다행히 왈겟에서 미리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왈겟에서 3년 째 식품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콩계 중국인이 알려 준 것이다. 50대로 보이는 두 부부는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이 지역에 하루속히 적응해야겠다는 열성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오래만에 만나는 동양인에 대한 반가운 마음이 표정 가득히 담겨져 있었다.

도로에는 가끔씩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수위를 나타내는 막대 표지가 서 있다.
아래 사진처럼 갑자기 불어난 홍수를 표시하기 위해서이다.
도로가 이렇게 물에 잠기면 자전거는 어디로 다니란 말인지??



두 시 방향 바람과 맞바람을 정면으로 헤치고 콜로레너브라이로 부터 80km를 왔다. 아침에 잠시 비가 멎고 날씨가 쾌청하기에 어쨌든 떠나자고 하여 왈겟까지 오기는 하였으나 맞바람 때문에 체력소모가 퍽 심했던 것 같다.

싸이클론(태풍)을 겪은 것이다. 며칠을 태풍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가야 할 길마저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설상가상인 셈이다. 자동차는 몇 시간 지체되거나 돌아가면 되지만 우리 자전거 운행은 계획을 수정하여 도로를 다시 선택하고 약 3일 거리 만큼은 더 돌아가야 될 것 같다. 남쪽으로 아주 220km정도 내려가서 서쪽으로 우회전하여 다시 브로큰힐(Broken Hill)로 이어지는 것으로 창민이 대장과 결정하고 나니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바람, 바람, 남서풍, 평원에 부는 맞바람. 태풍은 무어며, 비바람, 천둥번개는 무어야. 흙은 전부 늪으로 변하고, 도로는 군데군데 물에 잠기는데...

평원에서 부는 바람은 비행장 바람을 연상시킨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있는 K13기지. 30년 전에 나는 그 곳에서 공군 사병으로 근무했었다. 공군은 바람이다. 바람 타고 다니는 비행기로 싸움을 하는 군대다. 그 비행장 활주로는 바람이 많고 평원의 넓은 공간에 세워진다. K13기지의 전장병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활주로에 나가 FOD청소작업을 했었다. 제트엔진의 엄청난 흡인력 때문에 활주로에 돌멩이, 동물시체, 기타 오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날에는 엔진고장을 일으키거나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온 장병이 활주로에 일렬로 서서,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쓰레기 줍기를 했다. 어떤 날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 모자와 옷자락이 날리고 어쩔 줄 모를 만큼 넋을 잃을 때가 있었다. 눈이 내린 날이면 모두들 눈삽과 빗자루를 들고 활주로에 나가 제설작업을 했었고 그런 날은 바람이 더 모질게 불어되곤 했었다. 온종일 바람 생각을 하며 페달을 밟았다.

내 생애에 바람 때문에 기억에 남는 곳. 맥킨리 산의 중턱에 있는 윈디코너와 소백산 비로봉 능선 길의 칼바람.

바람을 이용해 지하수를 올리는 윈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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