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사형 선고
에디터 : 박규동

8월 28일(水)     모리(Moree)
                 왈람크릭 → 모리

아침식사 스테이크,식빵,계란후라이,커피
07:55캠프지에서 출발
08:57휴식
09:50휴식
11:00휴식
12:02-12:55점심식사 쉼터 모리43km전 스테이크,오렌지쥬스,식빵,계란후라이,커피
14:02휴식 오렌지쥬스
15:10휴식 보리차
17:00 모리(Moree)에 도착
골든하베스트 모텔 남위:29°28.5′동경:149°50.6′
콜스(Coles)에서 물품구입 구입품 콜라 12개 $8.91 야채믹스 $2.70 레몬쥬스2개 $6.16 셀러리 $0.55 파 $1.29 버터 375g $1.87 식빵$1.49 스테이크1.5kg $16.33 양파3개 $0.77
저녁식사 된장국, 스테이크, 밥, 짱아치, 야채.

최고속도25.4
평균속도16.0
운행시간6.36.18
주행거리106.14
누적거리517.6

모리(Moree)까지 왔다.
내 생각에는 10%보다는 10분의 1이 더 많아 보인다. 계획의 10분의 1을 온 것이다. 수요일이라 비가 온 것인지, 오전에는 비를 맞으며 운행하였다. 비구름 뒤로 푸른 바람이 따라 오며 하늘을 열어 주어서 오후에는 태양 아래에서 달렸다. 오늘은 비교적 많이 왔다.
 
호주 신문에도 전두환, 노태우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선고공판에 관한 기사가 났다. 두 사람이 손잡고 나란히 서있는 사진도 실렸다. 오늘은 종일 전두환을 화두로 삼고 달렸다.
나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하이얏트호텔에서 갖은 첫 축하 리셥션에 초청되어 악수한 적이 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식장에 도착한 그의 첫마디는 "임기만 채우고 그만 두겠다"는 것이었다. 서슬 퍼렇던 그가 사형언도를 받았다니. 그야말로 인생의 덧없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느낄까?
산악자전거를 타 보았거나, 눈보라 일으키며 멋지게 스키를 즐겼거나, 악천후를 뚫고 등산이라도 한번 제대로 해 보았더라면 아마 정치는 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얼마나 재미있고 바뿐 데 골치나 아픈 정치를 했겠느냐 말이다. 정치를 끝내고 나서야 산을 가고 백담사에서 기도를 해 보았겠지만 인생의 덧없음을 깨치지 못한 것이리라.


내일도 모리를 떠나면 하루종일 마을이 없는 구간을 지나게 된다. 우선 도중에 물을 구할 수 없어서 물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식량도 보충 구입을 하였다.

오늘 만난, 어느 아웃백 탐험용 짚차는 무선 안테나가 네 개나 달렸고, 아예 열 드럼정도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물 탱크용 트레일러를 달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장총과 정글나이프로 완전 무장을 했으며 차량의 비상 연료 통을 주렁주렁 달고 예비 타이어를 세 개씩 이나 갖고 다닌다. 탐험과 생존의 가운데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호기를 부리는 그 들의 열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 일까?
호주에는 물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아웃백 여행도 어렵겠지만, 많은 인구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 곳 사람들 중에 극소수는 아직도 동양인을 싫어하는 기색이 있는 것 같다. 모텔에 들러 방을 흥정하면 무턱대고 비싸게 불러 재워 주지 않는 집도 있다. 도중에 만난 몇몇 호주 인들도 이런 점을 지적해 주었다. 특히 술을 마시고 나면 나쁜 버릇이 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귀뜸 해 준다.


모리는 제법 큰 상가와 호텔, 차량 판매 및 수리점이 있고 맥도날드 점도 있다. 현대 자동차 대리점도 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좋은 관심을 가져 주었다.

폴쉐, 머스탱, 도요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볼보, 현대, 대우, BMW...세계 각국의 승용차가 평원에 뚫린 직선도로를 110km/h로 달려서 우리의 우측으로 추월해 간다. 꼬리에 대형 트레일러 두 대씩 달고 다니는 로드트레인(road train)은 한번 스쳐 지나가면 그 바람몰이로 자전거가 휘청거리고 덕분에 20m쯤 힘들이지 않고 날아가기도 한다.
가재도 게 편이라고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지나면서 크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게 여간 정겹지 않다. 차량이나 로드트레인, 오토바이 모두 합쳐서 하루에 사오십 대 정도 만나는 것이 하루 여정의 전부다. 온통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쉼터 시설도 그렇다. 100km가 훨씬 더 걸리는 먼 거리에 있는가 하면 시설이라고는 넓은 공터(포장도 되어 있지 않다.)에 다섯 평 정도 되는 지붕있는 나무탁자와 고정의자가 있을 뿐이다. 지하수라도 나오는 곳은 수세식 화장실이 있지만 대부분은 물이 없기 때문에 화장실도 없고, 물 탱크가 간혹 있긴 하지만 모두 지붕의 빗물을 모아서 저장하는 장치가 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을 팔거나 주유소가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상상도 할 수 없다. 캠프는 사유지 외에는 아직 제약을 받지 않았다. 퀸슬랜드와 뉴사우스웨일즈에는 주 법에도 캠프가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모든 게 자동차 기준으로 짜여져 있는 도로환경, 시설들이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에는 숙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런 사정에 비유하면 우리나라는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로변에 자전거 다닐 수 있는 갓길과 자전거타기를 장려하는 국민정서만 형성된다면 말이다.

2대 이상의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로드트레인

차선보다 넓은 폭을 가진 오버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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