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와의 인터뷰
에디터 : 박규동

8월 26일 (月)     옐라본(Yelarbon) 모텔
                  고어 → 잉글우드 →옐라본 

06:45 4.5℃
08:00 고어에서 출발
08:55 휴식
09:10-09:25 박창민의 트레일러 왼쪽 튜브 펑크 수리후 출발
10:15 기차역인 코바-다-마나에 도착
10:18 휴식 저수지 앞
11:20휴식 레몬쥬스
11:50-13:05 잉글우드(Inglewood)에 도착 점심식사 테이크어웨이식당 스테이크버거,콜라 신문기자의 인터뷰 식사비$11.00
13:55휴식
14:40휴식 보리차
15:40휴식 오렌지쥬스
16:15공동묘지에서 사진촬영
16:30옐라본(Yelarbon)도착
옐라본 모텔
남위:28°34.4′동경:150°45.2‘ 숙박비$59.00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짱아치

최고속도41.5
평균속도16.1
운행시간5.37.06
주행거리90.68
누적거리328.1


산악지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평원의 연속이다. 앞뒤좌우 어디를 보나 지평선이다. 가운데로 길 하나. 도로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는 페달을 밟는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무리 달려가도 똑 같은 곳에 정지해 있는 듯 하다. 다만 봄꽃이 피어 있을 뿐이다. 꼭 개나리 색깔의 꽃들이 도로 좌우에 자지러지듯 피어 있다. 봄은 꽃으로 시작되는가, 여인으로 시작되는가?

대낮인데도 오후가 되면 달이 뜬다. 파아란 하늘에 흰 반점처럼 달이 떠서 종일 우리 어깨를 따라다닌다. 모양새가 북쪽 우리나라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달빛이 시려 온다. 달빛은 아내였고 따라오는 달 그림자는 아내의 추억이었다. 그런데 왜 시려 오는 마음으로 달빛을 보는가.
지난 밤 텐트 위에도 달이 떠 있었다. 아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십이 넘어도 철나지 않은 남편을 애처롭게 지켜 가는 아내의 마음이 달빛 되어 타고 흐르는 것이다.

창민이와 함께 있으면 이곳 호주인들이 우리를 보고는 친구나 형제간이 아니냐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부자간이든 형제간이든 우리는 민족이다. 민족이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한가지씩 화두를 잡고 떠나가기로 해야겠다.
사막의 바람, 윤회를 타고 도는 영혼, DNA의 상속, 바퀴의 속셈, 파도, 군번의 확율, 새소리, 꽃들의 색깔, 다음 생에 내가 살아갈 별나라, 꿈...
그러나 화두에 집중할 여유가 아직은 잡히지 않는다. 주변 경관과 도로사정, 몸 컨디션이 익숙해지면 화두에 집착하며 가는 것이 소일도 되고 일상으로 바뻐서 짚어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나름대로 해석할 기회도 될 것 같다.

낮에 잉글우드의 테이크어웨이(takeaway)식당 노상의자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왔다. 어저께 차를 타고 지나가다 당신들을 보았는데 여기까지 왔느냐고 괜찮으냐고 몇 번이고 묻고 몸조심하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데 신문기자라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인터뷰를 청해 왔다. 부자간에 사막을 탐험하며 호주대륙을 횡단하는 동양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작지 않아 보였다. 아들과 친구되어 호주를 배우고 싶다고도 얘기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뤄 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보탰다. 사진도 찍어 갔다.

낮에 창민이 트레일러 펑크.


8월 27일 (火)     야영. 왈람크릭(Whalam Creek)
                 옐라본 → 군디윈디 → 왈람크릭

07:10 아침식사 모텔 스테이크,계란후라이,토마토,오렌지쥬스,커피 식사비$13.00
07:50 박규동 트레일러 왼쪽 튜브의 펑크
08:10 수리 후 옐라본에서 출발
09;05 휴식
10:10 휴식 오렌지쥬스
11:00-11:20 휴식 파워바
12:03 휴식
12:40-14:40 군디윈디(Goondiwindi) 점심식사;테이크어웨이식당 스테이크 버거, 콜라.
신문사 기자의 인터뷰 점심식사비 $9.60.
물품구입 오렌지쥬스 $3.10 스테이크0.8kg $6.36 식빵 $1.49 타이어(20인치)1개 튜브(20인치,thorne resistant)2개 $20.00
14:50 뉴 사우즈 웨일즈 주로 진입
15:20 휴식
16:00 휴식 오렌지쥬스
17:00 왈람크릭 (Whalam Creek)도착 군디윈디 23km후방 호주인과 함께 야영
남위:28°44.1′동경:150°16.3′
저녁식사 된장국,스테이크,밥,짱아치,커피

최고속도22.3
평균속도14.5
운행시간5.44.32
주행거리83.36
누적거리411.4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기본으로 갖추어야할 요건을 생각하게 되었다. 라이딩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다. 마을과 마을 간의 거리가 멀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자꾸 줄어든다. 앞에서 달리는 창민이 하고도 할 말이 별로 없다. 그저 바라 보이는 대륙과 바람과 풍광을 마음 속에 살려보자. 이렇게 좋은 자전거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그러나 늘, 생각 끝에는 자전거가 있을 뿐이다.


자전거에 타면 인체의 다섯 지점이 자전거에 닿는다. 두 손으로 핸들바를 잡고 두발로 페달을 밟으며 엉덩이로 안장에 앉는다. 다섯 곳 중에서 엉덩이가 가장 중량을 많이 감당할 뿐 아니라 거의 같은 자세이며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땀으로 습해지고 체열로 달아오른다.
그리고 인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살이 장시간 체중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퍽 고통스러워진다. 엉덩이와 안장이 제일 큰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그 다음이 팔과 팔목이다.
팔목에도 체중이 장시간 실리게 되면 때로는 피가 통하지 않아서 손이 저려 오는 경우도 있다. 어깨와 목 부위까지도 엎드린 자세를 장시간 취하고 있으면 고통으로 견디기 어려워진다. 다음이 발과 다리. 물론 힘이 있어야 하고 허벅지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도 평소 생활을 통해 걷거나 뛰며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다리 부분이 가장 편한 셈이다.

욕심 때문에 기어를 크게 써서 강한 페달링을 할 때에는 무릎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기준치 보다 기어를 약간 가볍게 쓰고, 지치지 않을 끈질긴 지구력이 필요하다.
먹고, 마시고, 특히 물을 바꿔 가며 많이 마셔야 하기 때문에 소화기 계통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위장도 튼튼해야 하겠다. 호흡기와 순환기가 건강하여 심폐 기능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도 신체상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몸이 건강하면 정신력도 강해진다. 정신력에서도 끈기가 가장 필요한 것이고, 구간의 도로사정, 언덕 오르기 등에서는 체력을 안배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자전거 다루는 기술도 중요한 요건이다. 스포츠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여 그 경력이 3-4년은 지나야 몸과 자전거 사이에 교감이 가능해진다. 자전거의 반응을 몸에서 마음으로 영혼까지 신경망을 쳐 놓은 듯 알아차릴 수 있는 경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횡단원정에서는 트레일러까지 꼬리에 달고 다니기 때문에 아직도 트레일러의 반응을 읽지 못하고 있다. 다만 조심스러울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짐을 운반하는 기술은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간편한 것으로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과 자전거에 부착된 짐받이에 투어용 가방을 달아서(앞뒤의 짐받이) 사용하는 것, 그리고 트레일러를 꼬리에 달고 다니는 것이다. 우리도 트레일러 이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낙 짐이 많아서 메거나 달고 갈 수 없어서 꼬리짐차를 끌고 가는 것이다.

트레일러 차체의 무게가 14kg에 짐이 많을 땐 한 사람당 약 50-60kg인데도 무리없이 잘 견뎌 내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쿨스톱(Kool-Stop) 트레일러는 파푸스 카부스(Papoose Caboose)라는 이름의 물건이다.
'파푸스'라는 말은 인디안 언어로 '아기'라는 뜻이고 '카부스'는 '짐차'라는 뜻으로 원래는 아이들을 태우는 용도로 나온 것이다. 가격은 A$385이다. 크기는 길이가 31인치 폭이 28인치이고, 메뉴얼에 기재된 용량은 45kg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하였다.
트레일러를 사용하는데 따른 장점은 우선 자전거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 고장이 적고, 필요할 때에는 자전거와 분리해서 탈 수 있어 기동성도 좋다. 반면에 도로 면과의 마찰저항이 크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은 것이 단점이지만 어쨌든 잘 한 선택이다.

인생이 덧없음을 알아 차렸을 때엔 덧없음으로 하여 인생이 다시 보일 것 같다. 내려 와야 하는 산을 구태여 올라가는 미련에서부터, 굴리기 시작하면 넘어지지 않으려고 끝없이 더 굴려야 하는 자전거 바퀴의 덧없음이야!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해가 뜰 때마다 구름에 물든 황금빛은 왜 그리 아름다운 희망인지. 지평선을 향해 길을 따라가다가 앞뒤좌우 모두 지평선에 갇히고 나니, 바퀴굴림의 덧없음이 더욱 그러하다. 덧없는 세월에도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지평선으로 해는 가라앉는다. 찬란한 황혼 빛 구름 뒤로.

군디윈디(Goondiwindi)에서 또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였다. 무슨 관심이 그리도 많은지? 탐험문화와 개척정신으로 상징되는 영국계 사람들의 문화읽기 시각은 예사로운 게 없다.

군디윈디에서 만난 신문기자

퀸슬랜드 주를 벗어나 뉴사우스웨일즈 주에 접어들었다. 도로주변에 야생동물의 이동을 막아 주는 철조망이 보이질 않는다. 왜일까? 모르겠다. 가난해서일까, 동물들이 없어서일까? 호주의 아웃백에 들어서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이 철조망이다. 캥거루나 낙타, 멧돼지 등등 여러 종류의 수 많은 야생 동뭉들이 광야를 가로 지르면서 도로를 건다가 차량과 부딧치고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동물들이 도로로 나오지 못하게 수 만 km의 철조망을 길따라 쳐 놓은 것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한편 사람도 보호해야 하는 구실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왈람(Whalam) 하천변 풀밭에서 캠프를 하다. 물이 흐르지 않고 말라 있었다. 우리보다 미리 자리 잡은 타스메니아의 칠십 노인네와 호주얘기를 나누었다. 폭스바겐 밴을 캠핑용으로 개조하여 아웃백 여행을 하고 있는 그는 호주의 아웃백에서의 야영요령을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비가 내리면 흘러내릴 수 있는 강이 없기 때문에 순식간에 낮은 지역에는 물이 잠긴다는 얘기다. 그리고 뱀과 전갈, 독 거미 등 독충 의 위험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소상하게 얘기해 주었다. 따라서 캠프하기 전에는 물이 찼던 위치나 흔적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마른 땅에 텐트를 치는 것이다. 특히 독 거미와 전갈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었다.

얘기를 나누던 그가 차에서 신문 한 장을 갖고 와서 보라고 펼쳐 보였다. 1면 톱 기사로 "전두환, 노태우 사형 구형"이라는 호주 신문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도 커다랗게 실려 있었다.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동시에 감정을 일으켜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였다.

며칠째 짜증나게 하던 사타구니의 뾰루지가 다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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