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드 디바이딩 산맥을 넘어
에디터 : 박규동

8월 24일(土)     워익 모텔
                 와릴뷰 → 아라툴라 → 워윅

08:20와릴뷰에서 출발
10:00-10:40 아라툴라(Aratula)에 도착
간식 통닭,쥬스.간식비 $11.80
구입품 식빵,계란,꿀,버터:$7.80
12:00휴식
12:40-13:20점심식사 도로옆(아라툴라 15km후)식빵,계란후라이,커피
14:10휴식 20℃
14:45휴식 파워바 19℃
15:20휴식 16℃ 그레이트디바이딩산맥 고개 꼭대기에 도착
16:20휴식 20℃
18:20휴식 야간운행
19:00워윅(Warwick)도착
저녁식사 로드하우스 햄버거,오렌지쥬스,콜라,바나나 식사비$16.30
20:30모텔
남위:28°12.8′ 동경:152°02.1′
숙박비$47.00

최고속도46.6
평균속도12.3
운행시간7.19.52
주행거리90.74
누적거리169.6

08시 10분에 캠프지를 떠나 아라툴라(Aratula)를 지나고, 그리고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을 넘었다. 고갯길 꼭대기에 오른 것이 15시 20분, 야간운행을 하면서 워익(Warwick)까지 50km를 더 달려 모텔에 묵었다.

그레이트디바이딩 고갯길을 오르면서 자전거 안장에 닿는 엉덩이가 이상하게 아파오기에 내려서 살펴보니 무슨 뾰루지같은 게 사타구니에 나 있다. 곪고 터지고 마무리 되기까지에는 며칠은 걸릴 것 같은데 말이다. 우선 안장에 앉을 때 뾰루지 자리를 피해가며 앉자니 페달링하기에 거북하여 언덕에 이르면 일어서서 롤링자세로 페달링을 하곤 하였다. 아주 고약한 상황이다.

스쳐지나가는 차량들이 격려의 클랙션을 울려준다. 도로에는 갓길이 넉넉하여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나있는 것 같아서 매우 좋다. 호주인들의 자전거 관심에 부러움이 생긴다.

오전에는 비가 내렸다. 봄비가 부술부술 내려주어서 더운지 모르게 산맥을 넘고나니 해가 다시 강하게 내려쬔다. 무거운 트레일러를 끌고 힘겹게 산맥 꼭데기에 도착하여 신나는 내리막을 기대하였는데 한 2~3km를 내려오니 평지같은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내리막 길에서 페달링을 해야한다는 것은 배신감 같은 것이 생겨서 의기를 소침하게 한다. 

그레이드 디바이드 산맥을 넘으며

유칼립터스 나무숲, 건조한 산악구조, 그저 건조하다는 느낌이다. 비가 왔어도 비를 담아내는 땅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평선으로 해가 가라앉는 모습은 희망이나 평화같은 것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우리는 희망으로 깨어나고 평화를 향해 페달을 밟아가는 것이다. 호주와 우리 나라, 세계의 모든 인간, 동물, 식물, 미생물이 평화로워야 한다.

야기서 남쪽으로 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북쪽으로 가는 것과 같다. 따뜻한 남쪽 나라가 아니라 춥고 바람부는 남쪽이다. 우리의 여정은 서남쪽 방향이다.

1mm가 1km가 되고 1cm가 10km가 되는 백만분의 1 지도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세밀한 호주 지도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오스트랄리아 사에서 4절지 크기의 책으로 만든 300여쪽 중에서 우리가 계획한 통과지역이 포함된 쪽을 책에서 잘라내어 휴대하고 다닌다. 이 지도의 또 다른 특징은 GPS를 사용하여 위치 확인을 하기 쉽게 세밀하게 위경도의 눈금 표시를 중간 중간 해놓은 것이다. 북반구에서 사용하는 나침판은 남반구에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남반구용 나침판을 따로 구입하였다. 허영호씨가 북극을 다녀 오면서 구해준 이 GPS는 극지나 사막 탐험용으로는 더 없이 좋은 장비이다. 위성에서 보내오는 지구표면의 위치확인 정보를 받아서 현재의 위치를 디지털로 표시해 준다. 3개에서 6개 정도의 다수 위성에서 받아온 정보이기 때문에 분,초까지 아주 세밀하다.

호주 남자 "어디서 왔느냐?"
나 "한국, 서울에서 왔다."
호주 남자 "어디로 가느냐? 자전거 타고 어디로가느냐?"
나 "브리즈번에서 퍼스까지 간다."
호주 남자 "뭐라고?"
나 "퍼스, 인도양에 있는 퍼스"
호주 남자 "정말이냐?, 정말이냐?"
나 "어제 아침에 브리즈번에서 떠났다."
호주 남자 "농담이겠지.(You're kidding!!)"

아침에 와릴뷰 공원 화장실에서 만난 호주 남자와의 대담이었다.
그 호주남자가 떠나면서 '행운이 있길!(Have a good luck!)'을 하면서 몇 번이고 소리쳐 주었다.

저녁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나니 엽서 쓸 힘도 없이 잠이 밀려든다. 거금을 내고 숙박하게 된 모텔에서의 시간을 아껴 써야겠는데 말이다. 샤워도 하고, 전기불 아래서 엽서도 쓰고, 빨래도 하고...생각은 꽉 차 있는데 눈은 자꾸만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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