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9~03/26
[먹자로드]겉과 속이 시원한 남산 라이딩 & 오장동 냉면
2015-08-19   정혜인 기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오후 한낮은 아직도 한 여름 같은 햇살이 살을 태우는 듯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다. 간간히 살랑이는 바람으로 체온조절하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눈에만 선글라스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몸에도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과도한 열 흡수로 체력저하와 피로감을 누적하기보다 그늘아래에서의 쾌적한 라이딩과 뜨겁게 달궈진 오장육부를 식혀줄 음식으로 시원한 막바지 여름 라이딩을 챙기자.

서울의 가장 복잡하고 갑갑한 도심 속을 시원하게 달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갑갑한 도시 한가운데서 맛보는 시원함, 오장동 흥남집 냉면

평일이나 주말이나 항상 번잡하기로 유명한 서울 을지로 일대, 마치 실타래처럼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람과 도로가 얽히고 설킨 갑갑한 도로 한가운데에, 먼 곳에서도 찾아온다는 오장동 냉면집이 있다.
지금의 오장동 냉면골목이 형성되게 한 일등공신인 흥남집은 62년째 변하지 않는 함흥냉면 맛을 고수해 매해 여름이면 그 인근이 북새통을 이룰 만큼 틈이 없는 곳이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회전율이 빨라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가게 안은 공장처럼 바삐 돌아가는 허름한 냉면집 분위기에, 그 흔한 초절임 무 하나 딸려 나오지 않고 친절과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지만, 몇 십년 단골인 어르신들은 그 맛이 그리워 또 찾는다.

오장동 냉면골목이 형성되게 한 함흥냉면 전문점 흥남집은 62년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넷째 수요일 휴무)

흥남집의 인기 메뉴는, 회냉면과 섞음 냉면이라고 한다. 섞음 냉면에 편으로 썬 고기 두 조각이 올라간 것 외에 두 메뉴는 동일하다. 부드러운 촉감의 간재미가 다른 냉면집보다 푸짐하게 올라간 회냉면과 섞음 냉면에는 면 아래에 깔린 육수로 맛을 한층 더 돋우는 게 포인트이다.
비벼먹는 냉면의 매콤달콤한 소스는 진한 맛이 있긴 하나 자극적이지 않고, 물냉면 육수는 정갈한 시원함이 숨어있다.
이곳을 30년째 찾고 계시다는 한 어르신은 "면의 쫄깃함이 과거에 비해 약간 덜 하긴 같지만, 맛은 그대로"라고 할 정도로 이북에서 건너온 초창기 함흥냉면을 맛볼 수 있다.
모든 테이블에 준비된 5가지 소스(설탕, 물냉면 양념, 참기름, 겨자소스, 식초)로 입맛에 맞게 첨가하도록 하는데, 흥남집만의 진하고 깔끔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느 것 하나 넣지 않고 먹기도 한다.

흥남집의 인기 메뉴는 회냉면과 섞음 냉면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간재미 양이 푸짐한 편이다.

정갈한 깔끔함이 숨어있는 육수가 일품이다.

기본반찬은 전혀 없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는 따뜻한 육수 한 주전자가 제공된다.
일반적인 맛보다 조금 덜 짠 편이다.

모든 테이블에 기본적으로 세팅되는 5가지 소스(설탕, 물냉면 양념, 참기름, 겨자소스, 식초)

2대째를 이은 사장님과 메뉴판,
재밌는 사실은 현재 사장님이 우리나라 화폐의 최초 여성 모델이라고 한다.


나무 그늘 아래 라이딩, 남산

남산은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필수로 꼽는 3대 코스 중 하나일 것이다.
멀리서도 보이는 N서울타워로 오르는 방법은 케이블, 계단, 남산공원길로 크게 3가지가 있다. 그 중 일방통행인 차도와 산책로로 이뤄진 남산공원길을 택하면 된다.
공원길은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 쌓인 오솔길을 지나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늘 아래에서 라이딩과 산책이 가능한 곳이다. 선글라스를 준비하지 못했어도 눈의 피로를 덜어줄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오를수록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시원해져 열을 식히고, 탁 트인 서울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숨을 고를 수 있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서울대학교 캠퍼스나 북악스카이웨이에 비하면 높지 않은 경사도까지, 더위로 지치기 쉬운 체력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만큼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차와 자전거는 한 방향으로만 다닐 수 있는 일방통행이지만, 산책로와 차도 간에 턱이 없고, 남산순환버스와 대형버스 외에는 차량 통행이 적어 입문자에게도 큰 부담이 없어 보인다.
업힐 구간은 국립극장 주차장 입구부터 버스주차장까지로 약 2km, 다운힐은 버스주차장부터 서울시립도서관까지 약 1.3km 정도이며, 다운힐 구간의 경사도가 더 높은 편이다.  

필수 라이딩 코스로 꼽히는 남산, 그곳에는 그늘과 숲이 있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N서울타워가 멀리서도 보인다.


남산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복잡한 도심을 지나게 된다.

남산을 자전거로 가는 방법은 남산공원길인 국립극장 주차장 입구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전철역을 이용한다면 동대입구에서 내려 장충단공원을 끼고 신라호텔 사잇길로 들어가면 된다.

동대입구역에서 남산으로 향한 길은 인적이 많지 않고 자전거길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오른쪽은 국립극장 주차장 입구, 왼쪽은 남산공원길 시작점이다.

산책로와 일방통행로로 된 남산공원길에는 일반차량이 적고 대부분 남산순환버스와 관광버스가 다닌다.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지 몇 여분 만에 음용수를 만날 수 있으니 이곳에서 물을 채워가면 되겠다.

초입부터 나무 수풀이 드리워진 숲길이 나타난다.

달리는 내내 대부분이 그늘 아래다. 선글라스가 필요없을 정도다.

간혹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에서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북악스카이웨이나 서울대학교 캠퍼스보다 경사도가 높지 않다.
거리는 약 2km 정도이다.

남산 라이더들이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구슬 아이스크림, 꼭대기 버스 정류장 옆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자전거도 버스와 같은 종착지에서 남산 정산으로 향하는 길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끌고 가도 안되고, 보관할 수 있는 곳 역시 없으니 반대편으로 이동

경리단길 입구
남산을 내려오면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남산 둘레를 따라 하얏트호텔까지 내달리면 경리단길이 나타난다.


지친 육체피로를 상큼하게 자극하라, 이태원 경리단길

남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남산 둘레를 따라 왼쪽으로 향하면 이태원이다. 하얏트 호텔 인근에 데이트와 밤문화를 즐기는 동서양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경리단길이 있다.
나름 부촌과 고급스러운 술집, 퓨전 음식집이 즐비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긴 하나 라이더에게는 최악의 코스일 수 있는 곳이다. 남산 하행선과 맞먹는 경사도와 좁은 차도, 아래로 내려갈수록 많아지는 차량과 넘쳐나는 사람들로 두 바퀴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다.

여느 번화가와 달리 맛 집이 많은 경리단길을 구경할 겸 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간식타임을 즐길 곳을 찾는 게 가장 최적이다.
후식도 맛집이어야 하지만, 골목은 좁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자전거를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에 보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경리단길을 내려오면 왼쪽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탠딩 카페와 츄러스 가게이다.   

하얏트 호텔 입구 맞은편 이정표에 이태원2동 주민센터 방향이다.


도로가 좁고 넘쳐나는 사람과 차량으로 복잡하니 기왕이면 안장에서 내려 걸어가자.

경리단길에는 맛집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즐비해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계피가루가 솔솔 뿌려진 달콤하고 고소한 츄러스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뜨거운 채로 먹어도 맛있지만, 달콤 시원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살짝 찍어먹으면 츄러스의 향과 맛이 오묘하면서 상큼한 조합을 이룬다.
츄러스 가게에는 의자가 없고 무조건 테이크아웃이다. 한 손에 받아 들고 그 근처 스탠딩 커피숍으로 가자.
다른 웬만한 커피숍에는 한 손에 츄러스를 들고 들어가면 문전박대 당할 수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 

스탠딩 커피 역시 스탠딩 컨셉이긴 하다. 그러나 가게 앞과 길가 한 켠에 자리잡은 높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내 자전거를 지켜보면서 차 한잔 마실 수 있게 돼 있다. 이곳에서의 추천 메뉴는 자몽에이드와 레몬에이드이다.
얼음과 생과즙 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는 자몽에이드는 진한 과즙의 달콤함과 비타민까지 천연으로 섭취할 수 있다. 레몬에이드는 여느 카페의 레몬에이드보다 3배이상의 상큼함이 모든 피로를 날려준다. 보통 레몬 1개를 통째로 짜서 물과 얼음, 시럽을 섞어 약간의 상큼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게 일반적인 맛이라면, 이곳은 레몬 3개의 분량을 즙으로 내고 약간의 시럽을 첨가한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자연스레 얼굴이 구겨지지만 그만큼 강렬한 비타민이 몸 속 깊숙히 생성된 피로물질을 회복시키는 느낌이다.
레몬 맛 농축액이 아닌, 천연 레몬의 강한 신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음료이다.      

경리단길을 내려와 왼쪽길로 조금만 가다보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츄러스 가게가 나온다.
경리단길의 대표 간식집 중 하나이다.

놀이동산에서 먹던 츄러스와 다르다. 계피가루 향이 담백하고 고소한 빵맛이 매우 조화롭다.

유동인구가 많고 길이 좁기 때문에 자전거를 거치할 만한 커피숍이 많지 않다.
스탠딩 커피는 외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내 자전거를 감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추천메뉴는 자몽에이드와 레몬에이드.
자몽에이드는 생자몽즙과 얼음만으로 만들어지고, 레몬에이드는 레몬 3개 분량의 천연 생레몬즙과 약간의 시럽, 약간의 물이 들어가 강한 신 맛, 격한 상큼함을 맛 볼 수 있다.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과 재미가 있는 곳

이번 먹자로드는 자전거도로가 없는 복잡한 도심에서 즐기는 자전거 코스이다. 냉면골목이나 남산, 경리단길 전부 주말이 최악인 곳이라는 게 최고의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도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또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어 속도 욕심보다 안전에 더욱 몰두해야 하지만 자전거라면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어디든 갈 수 없는 곳이 없다는 재미도 느껴볼 만한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막바지 여름, 화려한 빌딩숲과 그 안에 작은 숲을 오가며 매력적인 도시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