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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경 선수, 나의 시작 점이 된 자전거
2017-07-19   박창민 기자

지난 달, 사이클링 트랙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김원경 선수(대구시체육회)를 양양에서 만날 수 있었다. 훈련, 시합, 도전, 노력이라는 삶의 반복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김원경 선수는, 볼 때마다 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고, 트랙 경기를 잘 다루지 않는 필자지만 꼭 인터뷰를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고, 그녀와 즐거운 자전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원하지 않았던 사이클의 시작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육상선수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시기에는 육상부 감독님의 강요로 대구체고로 입학하게 되었어요. 사실, 육상부가 있는 인문계 학교에 진학해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저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육상선생님이 '너는 키도 작고 뚱뚱해서 육상은 안 되겠다. 다른 체육부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너무 변화가 두려워서 1달 동안 도망 다녔어요.
그러다가, 선생님이 '너는 육상부에 있어도 내가 돌봐줄 수 없을거야'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서 사이클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사이클링과의 인연이 시작된 이유고, 그때 한달 동안은 매일 울었어요.
저는 공부를 할 생각이었는데, 체육고등학교에 와서 종목까지 옮기게 되니까 정말 싫었죠.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와서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바꾸게 되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7년 동안 육상선수 생활을 하면서 훈련했던 것이 사이클링에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거든요.



클릿도 못 빼서 넘어지며 배운 사이클

처음 사이클 시작할 때 클릿을 못 빼서 정말 어려웠어요. 거의 6개월 동안 클릿을 못 빼서 넘어지고, 내리막길에서 넘어져서 몸의 반을 도로에 갈았던 적도 있었죠. 그때, 코치님이 집에 가면 운동을 안 시킬까봐 핑계를 대고 숙소에서 지내면서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1학년 때는 도로를 탈 때도 한손을 놓지 못하니까 옆에 있는 오빠들이 물을 먹여주고, 그렇게 욕을 함께 먹으면서 지냈죠.
코치님이 봤을 때는 힘이 좋으니까 잘 키워보자고 생각하셨는지 일요일에도 잡혀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코치님이 리커버리도 저만 챙겨주시고, 그렇게 시합 룰도 모르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하라는 데로 했는데 1년 후에는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사진 : 한일사진관

자연스러운 국가대표 활동

고등학교 2, 3학년 기간에는 1등만 하고 2등을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을 하자마자 너무 자연스럽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저에게 따라오게 되었죠. 고등학교 기록을 봐도 일반부 성적의 2,3위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국가대표가 된 것이 그냥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큰 감동이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너무 감사하고 벅찰 때가 많아요.
어렸을 때 그런 감정을 가졌어야 하는데 말이죠.

사이클을 후회할 때와 내 자신이 뿌듯하다고 느낄 때?

정말로 후회했던 적은 없었어요.
뿌듯했던 적은 큰 시합에서 우승했을 때도 아니고, 제 말의 힘이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할 때 정말 뿌듯했어요.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제가 하면 더 강하게 영향력을 미칠 때가 있거든요.
사실, 아시안게임 메달이 더 뿌듯해야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이상한가요? 그런 우승보다 이런 영향력이 더 뿌듯하게 느껴지네요.



올해, 집에는 한번도 못 갔네요.

지금이 6월인데, 대구 숙소에서 20일 잤고, 집에서는 한번도 잔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생활이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행복할 때가 많고, 간혹 너무 긴장한 삶에 대해 지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제가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김원경 사용법'을 정말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도 정말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2년 정도 동안 지옥같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를 뛰어 넘으면서 레벨이 훨씬 높아진 것 같아요. 슬럼프를 잘 이겨낸 것이죠.
간혹 선수들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개개인마다 느끼는 슬럼프가 다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슬럼프를 느끼려면 정말 노력을 해야만 하거든요.

운동선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욕심이죠.
타고 난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운동선수로서 더욱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가 타고 난 신체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정신적으로는 타고난 것이 있다고 생각은 해요.
간혹 건방진 말일 수는 있지만 부지런하지 않고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내가 은퇴할 때까지 저 선수에게 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정말 한계와 그것을 넘으려는 노력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목표

내년 아시안게임을 뛰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뛰는 것이 목표이기는 합니다. 2020년이면 31살인데, 나이가 많은 것도 있고 연맹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니, 선수로 뛸 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지 어쨌든 도쿄올림픽 때까지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선수로서 은퇴 후에는 지도자를 하고 싶어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도 않고,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닌데, 제가 은퇴를 할 때에 어디엔가 자리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고, 큰 바람이기도 합니다.
지도자가 되어서 선수들이 한계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1cm라도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시합 때 한계에 도달했는데 우승을 하지 못할 때면 어려서는 속상했는데, 지금은 그런 순간이 기쁘죠. 지금은 그런 상황에도 나를 이긴 선수들을 인정하게 되고, 다음에 나는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희망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어요. 그런 순간에는 스스로에게도 내가 지도자가 되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목표를 가지고 있잖아' 그러면서 스스로 실험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 한일사진관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고 싶다.

제가 36초에서 35초로 한국신기록을 깨니까, 그 이후에 35초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 34초 기록을 깨니까 다른 선수들이 또 그 기록에 다가서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한국 선수들은 그 기록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올림픽처럼 큰 무대에 나가면 위화감이 들면서 아직까지 우리에게 메달이 없다는 것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아직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무의식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저절로 생각나게 되는 것, 그런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계 1위와 격차를 줄여 놓는 것이 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새로운 기록을 깨면 후배들은 그 기록까지는 쉽게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격차를 줄여 놓을 수록 후배들은 조금 더 쉽게 세계 수준에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기록을 만들면 마치 마법처럼 다른 선수들도 그 기록까지 금방 다가옵니다. 세계 선수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고, 심리적인 차이부터 없애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나에게 자전거는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작은 시작 점입니다.

나에게 자전거는?

자전거는 내 삶의 시작이라는 작은 점 하나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 80살의 김원경이 젊은 김원경을 봤을 때, '자전거는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을 알려준 시작 점이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점이죠.
제 삶에서 수 많은 다른 점들이 찍히겠지만, 그것의 시작 중에 하나가 자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를 마치고 재팬컵에 참가한 김원경 선수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그녀의 히스토리에 추가하며 돌아왔다. 그녀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훈련이었고,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한다"라며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며, 한층 더 성숙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 속에 작은 점으로 시작한 사이클링이 또 다시 수많은 점들을 남길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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