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CU 이동건 프로페서, 자전거는 끝없는 길입니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스페셜라이즈드 본사 SBCU의 직원이 된 이동건 프로페서는 국내 자전거 관련 교육과 피팅에 대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라이더를 위한 비즈니스'로 시작한 그의 자전거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SBCU 이동건 프로페서를 만났다.

  출퇴근용으로 구매한 생활자전거가 첫 자전거

군 제대 후 복학 전이었나 봅니다. 부천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갖게 되어서 서울까지 출퇴근용으로 24만원을 주고 산 '고급 알로이 생활자전거'가 내가 직접 산 첫 자전거입니다.
당시에는 이게 제일 좋은 것인지 알았는데 말이죠...

  총알처럼 나를 추월했던 누군가의 자전거

1996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부천에서 서울 집으로 가는 중으로 기억합니다. 나름 단련된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익숙한 고가도로를 오르는데, 누군가가 정말 '총알처럼' 나를 추월하고 그 오르막을 지나가는 겁니다.
오기가 생겼죠. 그래서 쫓아갔는데, 그 라이더가 들어간 곳은 어떤 자전거 샵이었습니다. 그날은 그냥 지나쳐 갔지만, 그 이후로 생긴 호기심에 결국 그 샵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 무지 빨랐던 라이더가 탄 자전거는 소위 산악자전거라고 불리우는 '무지 비싼 자전거'라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고, 자전거라는 세계에도 뭔가 심오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 샵 사장님을 통해 언뜻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자전거보다 빠른 자전거', '자전거보다 비싼 자전거', 뭐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달 아르바이트 월급은 고스란히 그 사장님에게로 갔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모시고 보관해야 하는 자전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2005년,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한 자전거 교육 기관인 바넷바이시클인스티튜트(BBI)라는 곳을 다녀오면서 비즈니스로의 자전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는 오랫동안 타 왔기 때문에 소매점이나 수입사에 근무 중인 지인들로부터 업계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왔었죠. 주말에 그들과 라이딩을 하며 듣는 자전거업 이야기는 묘한 매력을 풍겼습니다. 그 매력이 바로 '라이더의 비즈니스'라는 것이었죠.
어떤 라이더는 만들고, 다른 어떤 라이더는 수입하고, 또 다른 라이더는 소매를 하고, 모든 라이더는 타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자전거를 좋아해서 자전거업에 종사하다 보니, 오히려 열정에 의한 상처도 많은 곳 같았죠.
'라이더의 비즈니스'가 '라이더를 위한 비즈니스'로 전환되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라이더로서 가장 목말라했던 부분을 향후 비즈니스의 받침점으로 삼게 되었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정비 교본을 만들고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 본사의 러브콜을 받다.

저의 사업 파트너이자 피팅을 처음 가르쳐 준 폴 스위프트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웻지' 피팅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고, 스페셜라이즈드 본사가 그와 비즈니스를 함께 하게 되었죠.
그러던 차에 스페셜라이즈드에서는 한국의 피팅 교육 담당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사업 경험이 있는 폴은 저를 추천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 이름을 DK로만 불렀기 때문에 스페셜라이즈드에서는 우스갯소리로 D와K, 이 두 알파벳 만으로 한국에서 저를 찾았다고 하네요.
그러던 차에 미국의 SBCU 담당자가 한국에 출장을 왔다가, 수소문 끝에 저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에서 왔다는 그 담당자는 스페셜라이즈드는 최고의 사이클링 브랜드를 지향하는 회사라 했죠.
'최고가 아니라는 곳이 어디 있었던가?'
하지만, 그의 자신감에서 어떤 믿음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라이더를 위한 비즈니스'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고, 우리는 서로를 인터뷰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첫 만남이 이루어진 지 4개월 후, 캘리포니아 모건힐 본사와 볼더 메디컬 센터에서 한국 SBCU 담당자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스페셜라이즈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딜러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SBCU

스페셜라이즈드의 딜러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2년 만들어진 교육 부서가 바로 SBCU(Specialized Bicycle Components University)입니다.
국내에서는 제품교육, 판매교육, 마케팅 방법, 머천다이징, 피팅 교육을 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교육 내용은 계속 확장되고 깊이 있게 발전될 예정입니다.

지난 2011년, 스페셜라이즈드 GPL에 필자와 동행하였던 이동건 프로페서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 만들기

스페셜라이즈드는 열정적인 라이더를 위한 최고의 브랜드로써 선택받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사이클링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우수성 뿐 아니라, 제품을 라이더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우수성도 요구되어집니다.
잘 알다시피 자전거를 타는 사람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을 만큼 소비자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가 필요할 정도로 전문지식을 가진 정도니까요.
그래서 한국 라이더의 요구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고, 극한의 성능을 요구하는 소위 '퍼포먼스' 자전거와 용품을 제작하는 스페셜라이즈드에게 까다로운 고객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우리 고객들은 너무나 세분화된 특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고, 매장 내에서는 태도에서부터 서비스 기술까지 모든 것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되는 것이죠.
그런 전문적인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딜러들을 양성하는 것이 SBCU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SBCU(스페셜라이즈드 대학)인데, '전문가를 위한 프로'를 양성하는 것이 하루 아침 또는 한번의 교육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받은 딜러 중에는 많게는 30년을 영업해 온 대리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다고 말을 하죠. "작은 그룻은 키우고, 큰 그릇은 채운다" 이것이 SBCU의 밑그림입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딜러들은 매년 교육을 받고 그 프로그램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자전거의 기술 발전 속도보다 뒤지지 않기 위해서이죠.

  고객을 이해하는 판매자

SBCU 교육은 딜러를 대상으로 하지만 무료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납득을 못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다들 이해하시는 편입니다. 스토어에서 서비스료가 부과될 때, 그 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배움이라는 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갖가지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배움의 길을 선택하신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데, 아는 만큼 보이며, 보이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기 때문이죠.
행동은 차이를 만드는데, 스페셜라이즈드 대리점을 방문해 보시고, 내년에 다시 방문해 보신다면 그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고객을 이해하는 판매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라이더를 위한 라이더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서비스

제가 피팅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피팅은 자전거와 라이더,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팅을 하기 위해서는 이 세 분야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플래닝하고 개선하고 세팅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것을 좋아합니다.
교육 시간에 어느 딜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피팅을 하고 나면 손님이 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저의 관심과 비전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라이더에 의한 라이더를 위한 비즈니스 말이죠.

  용산에서 대치동, 한강 자전거도로가 참 좋다.

가장 좋았던 라이딩 장소는 소박하게도 용산에서 대치동까지 이르는 15km 남짓의 한강 자전거도로입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바람의 방향도 다르고 경치도 다르고 풍광도 다르죠. 저 역시 이 똑같은 길을 픽시, 로드바이크, 에어로바이크, 사이클로크로스 등의 갖가지 자전거로 타 봤습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마다 다른 차이를 느껴보기도 하죠. 원하는 다양한 자전거를 타볼 수 있다는 것은 자전거업에 종사하는 보너스 중의 하나라고 할까요.


  자전거는 끝없는 길이다.

자전거를 타면 막다른 길이 나오는 법이 없습니다. 자전거는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죠. 저에게 자전거는 끝없는 길이네요.


이동건 프로페서는 '우리나라처럼 자전거 전문가들이 많은 곳이 자전거의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며 서비스와 문화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의 바람처럼 우리의 자전거 문화가 더욱 더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