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전국 순례 하신 철원 지장산의 도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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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지장산 자락에 있는 도연암에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 순례를 하신 도연스님이 계시다.
스님에게 세상사는 이야기와 자전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전거로 전국 순례를 하신 도연스님

도연스님은 새 사진을 찍는 생태사진가로도 유명하신데요.
특별한 계기와 새를 찍는 이유가 있으세요?
여기 도연암에서 조금만 나가면 철원평야인데 어느 날 거기 나갔다가 수만 마리 새들이 힘차게 날아 오르는 것을 보며 진정한 자유와 환희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새들이야 말로 부처라 생각되었지요. 수행자는 새처럼 살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나무에서 잠을 자고 번식할 때만 둥지가 필요한 새는 그 둥지마저도 떠날 땐 그냥 훌훌 떠나지요. 치장할 것 없이 깃털만으로도 아름답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닙니다.
그런 새들을 보며 자유와 무소유를 본 것이지요, 그렇게 새에게 매료되어 사진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보다 두루미 그림을 많이 그립니다.
새들은 내가 원하는 데로 연출을 안 해주더군요..ㅎㅎ 그래서 그냥 내가 그리고 싶은 데로 그리기 시작한 겁니다.. ㅎㅎ그런 건 아니고 사진을 찍다 보니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겨 자꾸 새에게 가까이 가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생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을 거스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 관련 행사에 가서 두루미 그림을 그려 그림보시를 하고 있습니다.

도연스님의 두루미 사진과 두루미 그림

스님,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자전거 탄지는 1년밖에 안되었지요. 있던 카메라들을 대부분 처분하고 자전거부품을 구해 조립을 했습니다.
탐조를 할 때 트럭을 타고 다녔는데 기름값이 만만치 않아 자전거를 탈 생각을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새를 보러 다니니 가부좌로 나빠진 관절에도 좋고, 심폐기능이 향상되어 염불도 한 호흡 길어지더군요. 지금은 주위 스님들에게도 자전거를 많이 권하고 있습니다.

도연암에는 특별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설명 좀 부탁드릴께요.
처음 와서 보이는 게  일주문입니다.
저 일주문은 고객을 숙여 겸허한 마음을 간직하라는 의미에서 낮게 만들었습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내가 지내는 곳으로 컨테이너 박스가 있고요,
왼쪽에 있는 이곳이 비닐하우스 법당입니다.
10여 년 전 처음 이곳 지장산으로 왔을 때는 텐트나 움막을 치고 지냈습니다.
그때 지인들이 시주하여 그나마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라도 차려놓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법당 안에 있는 탱화는 누워있는 부처님 상과 같이 생긴 지장산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떼 사진을 붙여 두었습니다.
탱화란 본디 상상 속의 것을 그려 세워두는 것인데 난 그저 자유롭게 찍은 저 사진을 탱화로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있네요, 1인용 텐트와 침낭이 실린 자전거가 있어 언제든 어디로든 갈 수 가 있습니다.

일주문과 스님이 생활하시는 컨테이너의 겨울 풍경
비닐하우스 법당(좌)과 지장산의 기러기떼 사진이 탱화로 있는 법당내부(우)

자전거 순례는 어찌 하게 되셨나요?

화엄경에 보면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만나는 과정이 있습니다. 스승만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걸인도 만나고 몸 파는 여자도 만나고, 길에서 만다는 모든 사람을 스승 삼으라 했습니다.
예수도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나 대하듯 하라.'라고 했듯이요.
그렇게 스님들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탁발을 다닙니다.
자전거는 타고 다녀보니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 오더군요.
그래서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자전거로 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5~6년 전에 제주도를 한 바퀴 돈 적도 있구요, 얼마 전에는 '국토 가로지르기'라고 하여 철원 노동당사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갔었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난 특별한 것이 있나요?
할머니가 과일을 파는데 다 사면 짐이 되어 무거울 것 같아 이천 원을 내밀며 "보살님, 두 개만 주세요."했더니 스님이냐며 더 얹어 주시더군요. 붕어빵을 살 때도 덤으로 어찌나 많이 주시던지요.
너무 많은 것을 나눠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살더라는 겁니다.

자전거 연습중이신 도연스님
그 외에도 자전거는 어떻게 타고 계세요?

탐조를 하다가 철원MTB동호회분 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기 라이딩도 함께 다니고, 다니면서 타는 것도 많이 배웠지요.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서 장거리여행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철원군 축제인 태봉제 때는 역시 두루미를 그려주러 갔었는데 철원MTB동회분들과 함께 자전거 홍보도 했습니다.
자전거가 왜 좋은지, 어떤 종류가 있고, 어찌 타야 하는지 등을 알렸지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혼자 명상을 할 때도 타고, 뒷산에 올라가 다운힐 연습도 하며 지냅니다.
자전거를 타고 명상을 하면 잡념이 생기지 않아 좋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자전거 여행..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냥 무조건 자전거를 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디까지 몇 시간 만에 갔네, 속도가 어찌되었네 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가는 동안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보았고, 어떤 향기를 맡았는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달리며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시간과 자전거가 아깝지 않도록,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여행을 하길 바랍니다.
또 자전거 의상에서요, 무슨 외래어가 그리 많은지 우리 디자인의 우리 옷을 입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도중 "곤이야"를 부르며 주머니에서 잣 몇 알을 꺼내 드시니
곤줄박이가 날아 들어 먹고 있다. '모두 내 친구다'라는 도연스님

집필도 하고 계신데요,책 이야기 좀 해주세요.
몇 해전에 '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들여다 보기에 게으르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간 찍은 사진들과 자전거 순례를 하며 찍은 사진과 글을 정리하여 '그래,차는 마셨는가?'를 내놓았습니다.
책은 나의 홈페이지 비밀의 정원(www.hellonetizen.com)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향후 계획이 있으세요?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에게 항상 두루미그림을 그려 연을 만드는 행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자전거를 좀 더 익혀 자전거 테크닉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내가 자전거를 타는 걸 보고 꿈을 가졌으면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아직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티벳을 가고 싶습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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