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디터 : 박창민 기자
|
"하이힐을 신은 자전거"의 작가 장치선씨 |
자전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진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어느날 바이크매거진 사무실에 "하이힐을 신은 자전거"라는 쌩뚱맞은 제목의 책이 배달되어 왔다. 책 소개를 위해 홍보용으로 보내 온 것인데, '스타일리시한 라이딩을 위한 자전거 에세이'라는 부제목을 보는 순간 갑자기 이 책을 쓴 장치선씨를 만나고 싶어졌고 책의 내용을 보기도 전에 출판사에 전화를 해 그녀와 인터뷰 약속을 해 버렸다.
바이크매거진에 배달되어온 이 책을 보는 순간, 작가 장치선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
자전거와의 인연, 어떻게 시작되었죠?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코렉스 자전거 대리점을 하셨어요, 그래서 어느날 보조 바퀴가 달린 최고급 자전거를 저에게 선물로 주셨죠.
친구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고급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작은 우월감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어려서 자전거를 자주 탔었고,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는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에 자전거 관련 기사를 쓰게 되면서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만화가 메가쑈킹(고필헌)을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메가쑈킹 부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신혼여행을 갔던 이야기로 재미있는 만화를 쓴 적이 있었는데, 자전거를 탄 부인의 뒤태가 맘에 들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네요. 메가쑈킹의 팬이었는데, 자전거를 좋아하는 그를 만나고 바로 자전거를 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재미있던가요?
음~ 재미있죠. 특히 자전거를 타면서 연애할 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한강에서 주로 함께 자전거를 타는데 그렇게 달리는 것도 좋고, 상주나 순천에 가면 관광용으로 꾸며 놓은 멋진 자전거 길들이 있어요, 자전거를 가져 가지 않고 거기서 빌려 탈 수도 있는데 걷는 것과는 정말 다른 좋은 기분이 듭니다.
영화에서 보면 풋풋한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멋지게 나오는 것도 많잖아요, '아멜리아' 영화에서도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은 대사가 없어도 참 멋진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요.
여자들에게, 아니면 저에게만 그런지 몰라도 자전거를 타는 것은 빨리 가는 것 외에도 이상한 감수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네요.
자전거도 하이힐처럼 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 있다. |
자전거에 대한 글을 쓰면서 느낀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는?
조금 산악자전거와 전문 의류, 빠르게 달리기 등으로 치우쳐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그런 것이 정통 자전거 문화여서 모두들 그렇게 타야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전거를 처음 시작하는 20대의 젊은이들 특히 여자들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거든요.
지금까지 30~40대의 남자들에 의해 자전거 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이제는 자기만의 취향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20대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져야 될 것 같고 바이크매거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다루어 주셨으면 합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자전거에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면서 거의 모든 자전거 책을 읽어 봤는데,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느낌이었어요.
'어? 자전거는 재미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자전거를 보는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넣고 싶었는데, 편집 중에 여성으로 느끼는 자전거에 대한 심리적인 내용이 더 많이 들어간 에세이가 된 겁니다. 예쁜 자전거를 타고 싶은 여성들과 처음 자전거를 접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은 책이랄까요?^^
책을 쓰고 난 후에 자전거에 대한 느낌이 변했을텐데요.
책을 쓰고 나니까 자전거는 타는 행위 말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의 사진들을 보면서 멋지게 타는 사람들도 찾아보고,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도 볼 수 있고, 다이어트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고요.^^
자전거와 스타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스타일이란 것이 유행이란 것과는 반대의 개념인데, 유행에 따라 다른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타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자전거로 표현할 수 있고 내 생활에 필요한 만큼 멋지게 적용할 수 있는 자전거 였으면 합니다.
책 중에 장난스러운 표현이기는 한데, "졸라맨 복장과 조기축구회 복장은 쌍벽을 이루는 패션 비주얼 쇼크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복장도 나름대로의 스타일일 수는 있지만, 일반인 특히 저와 같은 20대 여성이 보았을 때 프로 선수들처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그만큼 자전거에 대한 거부감을 만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개인들이 서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다양화되어야 그만큼 자전거 문화도 발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전거는 나에게 OOO다.
그건 쉬운 질문인데, 책의 내용처럼 저에게 "스타일"이죠.
"이렇게 근사한 자전거로 왜 멋을 안 부려요?"라는 글로 시작하는 책에서 자전거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찾아볼 수 있었다. |
월요일 저녁, 예쁘게 차려 입은 아가씨와 카페에 앉아 자전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어색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전거와 스타일 그리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생각과 함께 다양한 자전거 문화가 발전하게 될 기대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