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 출사 라이딩] 봄향기 품은 천년고도 경주
2017-04-04   정혜인 기자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고 사진이 남긴 건 여행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은 인생 샷 한번 남겨보겠다는 다짐으로 카메라를 든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 피사체가 내가 아니어도 된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감성의 기록, 눈을 뗄 수 없는 장소, 기억하고 싶은 순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지금의 그림을 눈으로만 저장하기엔 메모리의 한계가 있고 자각하지 못한 이면의 메세지가 있다. 그럼에도 자전거여행을 할 땐 카메라 메모리 보다 내 메모리에 의지하게 된다. 멀거나 외져 앵글 욕심은 커녕, 눈에 조차 담을 수 없을 때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래서 준비했다.
자전거로 떠나는 호기로운 출사 여행,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나와 함께 시내버스도 타 줄 접이식 미니벨로가 있으니까. 자동차로만 출사여행을 즐겼다면 자전거여행 만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미니벨로로 떠나는 출사 라이딩, 첫번째 도시로 따스한 봄을 품은 경주를 찾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경주, 따스한 기운으로 움트다

경주는 중고등학교 시절로 회상하게 하는 대표 수학여행지다.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지만 딱히 기억나는 게 많지 않다. 책가방 벗고 야외로 나온 호기심꾼에게는 그저 따분한 책 없는 역사수업시간이었을 테니 말이다.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 조차 거의 안하고 살았지만, 기회가 되어 다시 방문했을 때 그간 저장돼 있던 경주에 대한 모든 기억과 이미지들은 전부 포멧되어 새로 저장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역사도시라는 지루한 표현 안에 감춰진 웅장하고 진귀한 내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굳이 지도를 펼치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휘황찬란한 역사의 위용이 발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 만나고, 아득한 봄의 향기로 채워진 익숙한 새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경주는 역사의 산물로서가 아니라, 긴 시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해온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천년고도의 품위를 더욱 높인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나뭇잎과 꽃잎들이 따스한 기운으로 도시를 움트게 하고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그곳의 이야기를 다시금 들려주는 듯하다.






도리마을에서 보문관광단지까지

필자가 다닌 코스는, 신경주역~도리마을~경주역 인근의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안압지) 등~산림환경연구원~서출지~불국사~보문관광단지~경주역을 주요 코스로 두고 일대를 여행했다.

필자가 다닌 코스다.
핑크색으로 표시된 곳은 동부사적지로, 경주역~환경산림연구원 사이 구간이다.

도리마을은 은행나무숲이 마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될 만큼 마을 곳곳에 키 큰 은행나무숲이 여러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매년 11월이 되면 황금빛 성을 이뤄 결혼식을 앞둔 신랑신부의 웨딩촬영, 삼각대와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 든 개별 출사여행자들, 대형버스가 태운 관광객들이 몰려 마을입구부터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아직은 헐벗은 나무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무뚝뚝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동일한 은행나무숲이지만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곳이 환경산림연구원이다.
마을이 아닌 연구원 일대를 감싸고 있는 나무숲들이라 인위적일 것이란 예상을 하게 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것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이유일 것이다. 은행나무 뿐 아니라 벚꽃이 수놓은 산책로도 있다.  

첨성대와 동굴과 월지(안압지), 대릉원 등이 밀집되어 있는 주요 관광단지와 같은 대표 유적지가 몰려있는 동부사적지는 항상 관광객의 인파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 사진을 찍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평일 오후나 주말이더라도 이른 시간이면 원하는 사진을 얻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동굴과 월지는 야간 촬영이 매력적인 곳이다. 화려한 조명이 건물과 연못에 비춰져 낮에 볼 수 없는 신비로움을 발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보다 전망을 찍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석굴암의 위치가 워낙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도심을 한 눈에 내려다보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시내버스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니벨로 자전거는 더 힘들다.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고 경사가 매우 높다. 갓길 마저 없어 수준급의 레이서들에게도 만만치 않는 길이다.
물비늘에 비친 태양을 찍고 싶다면, 문무대왕릉에서 일출을, 보문관광단지 내 보문호에서 일몰을 찍기에 좋다.   

경주 출사 라이딩은 각 코스간 거리가 멀거나, 자전거 주행이 어려운 코스 등이 있어 버스와 연계해 여행할 것을 권한다. 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1박 2일 정도의 일정이라면, 필자의 경험상 거리가 5km 이하인 곳은 자전거를, 그 이상인 곳은 시내버스를 타는 게 좋다. 시내버스가 대부분의 목적지를 운행하고, 접이식 미니벨로라면 탑승을 못할 이유는 없다. 

도리마을 - 은행나무숲이 빼곡한 도리마을은 봄 보다 가을에 가면 최고의 운치를 볼 수 있다.


마을의 절반 이상이 은행나무 숲이다.


도리마을은 신경주역과 경주역, 건천역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게 좋다.


동부사적지 - 경주역에서 환경산림연구원까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유적 중심지다.

대릉원(천마총)



대릉원은 무료 관람과 유료 관람이 있다. 유료 관람지로 입장하면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있다.




경주교촌마을 - 경주 최씨 고택과 경주교동법주가 있는 곳


사실 전통한옥집이 늘어선 것보다 이를 개조해 카페나 식당으로 운영하는 집이 더 많아 보여 옛스러운 느낌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첨성대

첨성대도 야간에 방문하면 좋은 곳 중 하나다.



경상북도 환경산림연구원

산림연구원 답게 빼곡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이곳도 도리마을처럼 봄보다 가을이 아름답다.



서출지 - 통일전 한 켠에 자리잡은 연못이다. 오래된 사당과 연꽃잎이 어우러지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불국사 정문에서 석굴암까지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한 업힐이다.

풍경과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만, 꽤나 어려운 길이다.
미니벨로로 가려면 도전하는 마음으로 가야 할 것이다.



보문관광단지 - 보문호수를 중심으로 문화관광지와 휴양지 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내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의 외곽을 표현한 경주 타워가 있다.
엑스포 내에서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레이져쇼로 더욱 화려해지는 모습이나 멀리서 바라본 모습은 전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보문관광단지에 보문호까지 자전거 산책로가 나 있다.

보문호수 산책로





기차와 버스타고 출사 나들이

경주는 기차 또는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다.
우선 기차로 이동할 경우, 서울역에서는 KTX를 타고 신경주역(경부선)까지 갈 수 있다. 광명, 대전, 동대구, 울산, 부산 등을 거치며 서울역에서는 약 2시간 소요된다. KTX 외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무궁화나 새마을호와 같은 일반열차를 타려면 청량리역에서 경주역(중앙선)으로 가는 기차를 탑승할 수 있다. 양평, 원주, 단양, 영주, 안동, 서경주, 불국사, 태화강, 신해운대, 부전역 등을 거쳐 약 6시간 정도의 소요시간이 예상된다.

경주에는 경주역과 신경주역 외 불국사역(동해남부선)과 건천역(중앙선)도 있다. 건천역은 경주, 서경주, 동대구, 포항, 영천역을 거친다. 운행 간격이 매우 넓고 도시간 이동 범위가 짧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경주역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 대구(동대구), 부산, 광주, 당진에서도 운행한다.

KTX만 운행되는 신경주역 - 광명, 대전, 동대구, 울산, 부산 등을 거치며 서울역에서는 약 2시간 소요된다.

경주역 -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며 무궁화호, 새마을호를 탈 수 있다.
양평, 원주, 단양, 영주, 안동, 서경주, 불국사, 태화강, 신해운대, 부전역 등을 거쳐 약 6시간 소요된다.


자전거와 함께 버스로 시내돌기

필자가 다닌 코스를 기준으로 시내버스 번호와 루트를 간략히 정리해봤다.

신경주역~도리마을 : 도리마을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50번 등 신경주역에 정차하는 대부분의 시내버스를 타고 약 2개 정거장 떨어져 있는 광명삼거리로 이동 후, 경주역에서 출발한 303번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문제는 도리마을에 진입하는 버스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경주역 출발 기준 08:05, 11:25, 14:05, 17:05이다. 광명삼거리까지 약 20분 정도 소요되니 도착예상 시간에 맞춰 광명 삼거리에 나가 있으면 된다. 이 버스는 건천역도 거친다.

도리마을~경주역 : 신경주역~도리마을과 동일한 버스인 303번을 탑승하면 된다.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경주역~산림환경연구원 : 시내 중심지이기도 한 경주역에서 산림환경연구원까지 곧장 갈 경우 약 4.5km다. 동부사적지로 형성된 그 일대에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안압지), 반월성 등이 있으므로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자전거로 이동하길 권한다. 이는 주요 관광 단지이므로 유명 식당과 쇼핑센터가 많고 관광객과 차량 이동이 많다. 안전 주행에 각별히 주의하자.

산림환경연구원~서출지
: 2km가 안 되는 거리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타고 자전거로 이동하자. 통일전이라는 큰 간판과 함께 넓은 주자창이 나타나면 그곳이다.

서출지~불국사~석굴암
: 불국사까지 약 10km 버스로 이동, 11번 버스를 탑승하면 되고 약 30분 소요된다. 운행 시간이 많은 편이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12번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자전거로 이동할 경우, 불국사에 도착하기 약 1.5km 전부터 업힐이 시작되어 석굴암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참고하자.

불국사~보문관광단지 : 약 9km의 거리다. 운행 버스는 11번, 10번, 700번이 있다. 보문관광단지 일대에는 대형 리조트와 호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보문호 등이 있다.
돌아갈 때는 보문호~경주역 또는 보문호~신경주역, 보문호~고속버스터미널을 선택해서 이동할 수 있겠다. 경주역 도착 기준으로 약 10km이다. 버스로 이동(11번, 10번, 700번 등)이 가능하고 운행 버스도 다양하지만 보문호 일부 구간부터 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나 있으므로 이동에 참고하자.

시간이 여유치 않다면, 5km 이하는 자전거로, 그 이상은 시내버스 탈 것을 권한다.


출사 라이딩도 식후촬, 찰보리빵

출사 라이딩도 여행이니 맛 집이 빠지면 서운하다. '먹기위해 달리는 자전거'인 먹자로드 보다 좀 더 가볍지만 유명한 곳을 찾아봤다. 주로 경주역 인근에 식당들이 밀집해 있지만 메뉴가 특별할 게 없다.
전형적인 관광지 메뉴들, 그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메뉴가 있다. 바로 한국의 팬케이크라 불리는 찰보리빵이다. 찰보리와 밀가루, 우유 등을 넣어 반죽하고, 두 장의 빵 사이에 단팥이 들어있어 달달하다. 이는 황남빵과 함께 경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다.
원조라는 표기, 맛에 대한 전문성을 어필한 다양한 문구와 화려한 가게 인테리어로 찰보리빵을 홍보하는 많은 가게들 중에서 찰보리빵을 처음으로 발명했다는 단석가라는 이름의 원조집을 찾아 맛봤다.

거두절미하고 발명한 집으로서 타 가게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국내산 유기농 달걀과 국내산 찰보리만을 고집한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먹어봤을 때 촉촉함과 단맛의 깊이가 인위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가게 제품은 살짝 퍽퍽하기까지 한데 그곳에 비하면 식감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빵을 즐기지 않지만 찰보리빵을 좋아하는 필자로서의 개인적인 입맛이지만 찰진 느낌보다 탱글탱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빵의 효소가 그대로 살아있는 막 구워낸 빵의 부드러운 감촉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단 맛의 진한 정도는 낮고 코 끝으로 번지는 찰보리만의 향의 깊이가 높아 필자의 입맛엔 잘 맞았다.

경주의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 찰보리빵, 이를 처음 발명한 집을 찾아가 맛봤다.

한국의 팬케이크라 불리는 찰보리빵은 찰보리와 계란, 우유 등으로 빵을 반죽하고 빵 사이에 단팥이 들어간다.


벚꽃이 품은 천년고도를 보고싶다면, 3월 31일~4월 9일

경주 벚꽃 축제가 3월 31일~4월 9일까지 동부사적지와 보문관광단지 일대에서 펼쳐진다. 
필자가 경주를 방문했던 지난 3월 30일에는 분홍 꽃잎이 꽃봉오리 사이에서 소심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던 시기였다. 4월 초경에는 핑크색 솜사탕이 내려앉은 듯 활짝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릉원 돌담길과 첨성대 주변, 보문관광단지와 보문호, 경주세계엑스포 주변을 따스하게 품고 카메라 세례를 기다린다. 한국의 소담스럽고 단아한 매력과 우아한 색의 향연을 담고 싶다면 이번주가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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