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물이 같아야 하는 전기자전거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최근 자전거 관련 전시회나 세계적인 브랜드 매장에 방문해 보면 다양한 디자인의 전기자전거가 심심찮게 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그 범위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체감될 정도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실제 이용자들이 아직 적은 편이다. 그에 대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애매모호한 도로교통관련 법적 규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자전거는 눈치 안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고 싶다.


도로교통법에 전기자전거 정의는 없다

사실, 도로교통법상에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정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원동기장치자전거에 속하기 때문에 면허(1, 2종 보통 운전면허)가 없이는 주행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자전거전용차로(자동차와 도로를 함께 쓰면서 안전표시나 노면표시로 자전거 통행구간을 표시한 도로)를 제외한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등에서는 주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와 같은 현실성없는 법안에 이미 여러차례 이의가 제의되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올해는 안전행정부를 통해 '전기자전거'에 관한 법안이 다시 공론화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전기자전거 중 일부(일정한 속도와 중량이 부합되거나 그 외 세부사항에 맞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포함시키자는 내용이다.
너무 빠르거나, 라이더의 미숙으로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원동기로 구분하고, 기존 자전거와 안전성면에서 비슷하다면 '자전거'로 구분하자는 것이겠다.


속도? 무게? 기능? 무엇이 문제인가?

필자는 앞서 국토종주 여행기에서 소개했다시피, 전기자전거를 타고 종주했다.
선택한 제품은 생활용 전기자전거로, 무게와 속도 면에서 일반자전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용도로에서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신세다.
게다가, 운전면허가 필요한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을 만큼 일반자전거와 주행 방식이 동일하다. 조종과 제동력 역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제어 가능한 일반적인 방식이기에 면허를 요구하는 이유를 더욱 찾을 길이 없다. 
단, 가속레버가 있는 제품은 사람의 힘이 아닌 100% 모터에 의해 속도를 내기 때문에 최고속도 및 조작방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안이 채택되길 기대한다.

같은 형태의 일반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로 출시되는 미니벨로.
최근, 세계 자전거 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기자전거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삼천리 전기자전거 팬텀과 함께 했던 국토종주는 성공적이었다.


전기자전거 속도 제한 25km/h

속도는 기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에 기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생활용 전기자전거는 현재 최고 속도 25km/h 이하의 저속 모터를 장착하기 때문에 무섭게 질주본능을 드러내는 로드바이크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기의 힘으로 페달링에 도움을 받는 '전기자전거'는 시속 25km/h를 넘는 순간부터 도움을 받지 않게 되고, 일반 자전거보다 무거운 무게 탓에 그 이상의 속도로 페달링을 이어가는 것은 훨씬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기자전거로 평속 20km/h를 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에도 지켜지고 있는 이와같은 기준 따위는 무시된 체 모든 전기자전거가 단순히 모터를 달았다는 이유 만으로 어설픈 오토바이로 대우 받거나 자전거전용차로에서만 주행해야 한다면, 모든 차로에 단절구간 하나 없이 자전거전용차로를 잇는 일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 거치대에 거치해도 전혀 어색할 리 없는 생활용 전기자전거

적절한 규정이 안전을 위해 필요할 것

전기자전거는 크게 두가지 방식-파스(PAS)와 쓰로틀-으로 나누어진다.
PAS의 경우는 라이더가 페달링을 하여 가속할 때 그 힘에 도움을 주어 더 쉽게 페달링을 하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며, 쓰로틀은 엑셀레이터를 이용하여 스쿠터처럼 쉽게 달리도록 한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하지만, 쓰로틀 방식은 스쿠터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국내에는 구매자들이 쓰로틀을 선호하여 전기자전거에 필수로 장착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조사측의 이야기다.

이 두가지 방식 모두 갑작스런 조작에 사용자가 당황하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삼천리자전거는 페달링을 하고 있을 때만 쓰로틀 방식이 작동하게 하는 등 안전성을 위한 장치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라이더가 페달링을 하거나, 시속 5km/h를 넘을 경우 전동 장치들이 작동하게 하는 등, 안전에 관한 규정이 명확해지면,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부를 때 부담이 적을 듯 하다.

생활에서 여행까지, 도전에 용기를 불어넣는 전기자전거

자전거 문화가 잘 발달된 몇몇 해외국가에서는 전기와 모터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주행하는 일이 꽤 익숙하다. 생활 자전거에서 여행 자전거로까지 활용하고, 무리해서 속력을 내기 보다 주변을 살피는 일에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또 오르막을 오를 때 가장 유익한 효과를 주고, 체력에 크게 부담주지 않아 편안한 주행을 돕기 때문에, 체력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도 횡단이나 종주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또한 스로틀 방식의 가속주행 기능이 있는 전기자전거는 주행 중 부상이나 극심한 통증 등 소소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으니 1석 2조의 이득이다.
이렇듯 다양하게 활용되는 일반적인 기준의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분류된다면, 자전거 이용자는 현재보다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해외의 전기자전거 시장은 레저스포츠 분양까지 확대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자전거 전시회에는 매년 다양한 전기자전거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산악 코스에서 점프를 해도 될 만큼 내구성이 좋아진 전기자전거.
세계적인 전기자전거 시장은 크게 발전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전기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기 산악자전거는 익스트림한 투어링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전기 산악자전거 eflow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발표회가 열리기도 했다.
삼성SDI는 이 투어링 도전에 배터리를 후원하며, 전기자전거 배터리 시장에 리더가 되고자 개발 및 마케팅을 이어갔다.

전기자전거, 단순한 편안함이 아닌 실용성 부각

전기자전거를 단순히 편하게 자전거 타려는 라이더의 요구라고 생각하면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 듯이 초보 라이더에게 국토종주의 꿈을 심어주기도 하고, 다리의 부상을 당해 회복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강한 토크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유산소 운동을 위주로 자전거를 타는 이용자에게는 일반 자전거보다 오히려 효율이 좋다.
이토록 일상적인 라이더의 편안함 외에도, 실용적인 면을 부각한다면 '전기자전거'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현실적인 정의 필요

언제까지 '전기자전거는 전기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식의 억지스러운 핑계만 늘어놓을 것인가?
다양한 문화가 다각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존의 법적 규정에 끼워 맞추며 도태되기 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이점과 특징 등을 먼저 파악하고 새로운 기준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자전거 활성화를 촉진하는 마당에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적 정의가 아직도 없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자전거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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