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1~04/09
마지막 구간, 진부령을 넘다.
2014-04-17   안영환
10월 10일 (미시령 ~ 진부령)

시작은 초라했지만 마무리는 벗들과 함께 외롭지 않구나!

드디어 마지막 구간이구나.
힘들고 어렵게 29차에 걸쳐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나에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왔었다.
포기할까하는 생각부터 이 짓을 왜하나 하는 생각에 후회도 때론 눈물도 흘려가며,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이곳 미시령에 대식구들과 함께
미시령 진입에 성공한다.
최소한의 랜턴 불빛에만 의존하고 가장 낮은 목소리로 선등자를 따라 치고 오르는데, 출발 전 구름 많은 인제 지역과는 달리 미시령부터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해 줄 것 같은 기대감마저 들게 해준다.
한참을 오르다 잊었던 트랭글도 켜고 열린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는 일행들과 오르고 또오른다.

상봉 가기 전 헬기장에서





마무리 하는 날 멋진 일출까지 볼 수 있어 행복한다.

한참을 오르니 약수터가 나오고 동쪽 하늘은 이미 붉어지기 시작한다.
상봉정상 쯤 다다르니 인제 쪽에는 운무가 계곡을 만들어 넘실대고 있고 동해 쪽에는 불바다를 이루고 있어 보기 드문 현상에 동행인들의 환호성치는 소리가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대청,귀떼기청,중청,주걱봉,안산,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낯설지 않구나.
동행인들의 만족에 오히려 내가 더 흡족하고 비록 나의 마지막 대간길에 축하해 주기 위해 동행한 길이지만 날씨가 좋아 동행인들에게 이런 광경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구나!
여유로운 산행과 할말을 잊게 해 준 날씨 속에 각자의 휴대폰으로 인증하고 전송하기 바쁘고 일단 아침식사 후 신선봉으로 출발, 가는 내내 너덜과 급경사로 인한 시간지연과 오버페이스로 몸이 버겁구나.


오르막길에 일행들을 앞세우고 홀로 가다보니 신선봉과 우회도로 갈림길이다.
혼자 신선봉으로 가는 내내 지나온 대간길이 내 머릿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신선봉을 오르는 혼자 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해본다.
상봉도 그랬고 신선봉 조망도 잊을 수가 없다. 함께 한 일행들마저 좋아하니 내 기분은 더욱 좋았고 함께 한 일행은 많았지만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서 13년 전 대간부터 이번 자전거와 백두대간을 하는 생각들로 가득찼다.
이곳 신선봉의 너덜지대도 황철봉 못지 않게 난이도가 심했다.
혼자 신선봉에서 사진을 찍으며 더 이상 갈 수 없는 대간길을 머릿 속에 그으며 뜻 깊은 인증도 담아본다.
신선봉의 조망은 동서남북 가려지지 않아 확트인 조망처로 북으로는 금강산 동으로는 태양이 바다에 반사되고 남으로는 설악의 절경인 울산바위, 황철봉, 대청, 중청, 안산~~~~ 설악의 모든 비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물 흐르 듯 인제 하늘을 운무가 흐르고 이곳이야말로 신선들이 노닐던 신선봉이 아닌가 싶다.
신선대에서 혼자 만의 추억을 담은 채 일행들 있는 곳으로 이동하니 그곳 조망 또한 천하일경이구나!


신선봉에서 대간갈림길까진 너덜로 이어지는 위험 구간이라 대간령까지 가는 동안의 난이도가 심했고 중간 잡목지대에선 자전거와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대간령에서 인증 후 또다시 시작되는 업힐.
오늘은 왜 이리 힘에 부친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일행들을 앞 세우고 살방살방 오르고 쉬기를 번갈아하며 병풍바위에 다다른다.
병풍바위에서 일행들과 인증 후 주봉인 마산봉으로~~~


마산봉에 다다르니 남한 대간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가 시큰해지는 것이 흐르는 눈물을 일행들에게 들킬까 마산봉 표지석을 번쩍 들어올려 인증 후 알프스 스키장으로 다운한다.
알프스 콘도에 도착해 예전 대간을 마치고 큰절을 올렸던 바위가 눈에 들어오는데 지금은 나무들로 우거져 음산함이 감돈다.
콘크리트 바닥에 큰대자로 누워 잠깐의 휴식과 지나온 시간을 회상해본다.
정말 남은 구간 4km.....
마무리 구간은 도로로 이어져 자전거를 탈 수 있고 만감이 교차 되어야 할 이 싯점에서 차분함만 감돈다.




도로에 접어들어 백두대간 종주기념비공원이 눈에 들어와 잠시 들러보니 각자 큰 뜻을 품고 완주하신 분들이 기념비를 세워둔 것이다.
이제 몇발짝이면 나의 일행들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종착지 진부령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일행들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그간 힘들 때마다 속으로 삼키며 울었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힘들었던 역경과 위험했던 순간들, 아무도 하지 못한 자전거와 백두대간이라는 나만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행복한순간이다.
말할 수 없이 힘은 들었어도 그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부심을 갖게 하고 내가 대간하면서 도움주신 분들이나 신세졌던 분들 한분한분께 가슴 속 깊이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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