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문화도시 #3, 아산시 자전거 10대 거점 도시는 누구를 위한 것?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안전행정부에서 2010~2012년 실시한 '자전거 10대 거점 도시' 육성사업이란, 전국 시, 군 중에서 자전거 활성 모범도시로 성장가능성 있는 도시 10곳을 선정해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자전거 인프라와 안전, 문화시설 구축 등 총체적인 자전거 이용 기반을 확립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국가예산과 지방예산을 합해 각 도시당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자 받아 자전거 거점도시로서의 모범을 보이기로 한 곳은 강릉시, 구미시, 군산시, 순천시, 안산시, 증평군, 진주시, 아산시, 창원시, 서귀포시며, 이들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그 동안 '자전거 문화도시'라 불릴 자격이 있는 도시를 조사하던 중에, 이전에는 자전거와 친숙하지 않은 도시였더라도, 자전거 10대 거점 도시에 선정됨에 따라 자전거 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 충남 아산시를 찾아가 봤다.

지난 2010년 자전거 10대 거점 도시로 선정돼 100억의 예산으로 자전거 인프라 확대에 나섰던 아산시.

보안식과 비보안식 '자전거 주차장' 2곳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자전거 주차장 또는 보관함, 자전거 대여 서비스는 '저탄소 녹색도시'를 실현하려는 도시들의 필수 산물인 것처럼 인식 되고 있다.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된 아산시도 예외일 수 없다.
아산시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2곳에 설치돼 있는데 천안아산역(ktx)과 온양온천역에 볼 수 있으며, 각각 보안방식, 非보안방식으로 24시간 운영된다. 천안아산역에 있는 기계식 주차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예산투자 대비 홍보 부족, 활용 부족으로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온양온천역 근처 시민공영자전거 대여소. 2층에는 비보안식 자전거 주차공간으로 24시간이 열려있다.

천안아산역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은 기계식이며, 24시간 보안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된다.

온양온천역의 자전거 대여 및 주차장.
왼쪽문은 자전거 대여소, 오른쪽문은 24시 열린 자전거 주차장.


누구를 위한 '공공자전거'?

공공자전거 대여 체제는 2가지이다.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반복 대여 및 반납이 가능한 '무인시스템 유바이크(U-bike)'(매회 3시간 대여, 회원 1개월-2,000원, 6개월-7,000원, 1년-1만원/비회원 1일 1,000원)와 '유인시스템 시민공용자전거'(무료, 1회 2시간)가 있다.
유바이크는 아산 신도시 11개소에 총 130대를 보유하며, 시민공용자전거는 온양온천역과 신정호수공원에 대여소를 두어 221대를 보유하고 있다. 시민공용자전거 2개 대여소 간에 자전거 대여·반납 호환이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U-bike는 아산 시민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산시 전체 면적인 약 542.3km² 가운데 불과 약 3.7 km²만 해당하는 아산 배방 신도시에만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거점 도시의 명목으로 갖춰야 할 인프라는 극히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시민공영자전거 무료 대여소.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유인으로 운영되며, 대여시간은 2시간, 신정호 대여소에서 반납후 재대여 가능하다.

신정호에 있는 시민공영 자전거 대여소.

아산 배방 신도시에만 있는 무인시스템 공공자전거 U-bike.
11개소에 130대의 자전거가 있으며, 매회 3시간 대여가능하다.
요금은 회원 : 1개월-2,000원, 6개월-7,000원, 1년-1만원 
          비회원 : 1일 1,000원


레저 중심의 '자전거도로'?

자전거 거점도시 육성 사업이 본격화 됐던 2010년 이래 4년 반이 지난 지금의 아산시 자전거도로는, 사업 이전 보다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주로 온양온천지구↔신정호, 송악저수지 간 거리와 2012~2015년까지 전국 시, 군을 연결하는 국가 자전거도로 구축 사업으로 자전거 간선도로가 건설 중인 곡교천 일대, 아산시청 주변과 아산 배방 신도시 등 일부에서 자전거도로를 만날 수 있다.

신정호 근처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
라이딩 코스로 잘 알려져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아산시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0.7km /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83.2km / 자전거 전용차로 10.6km.

보행로와 자전거 통행로, 자전거 횡단도의 색깔이 제 각각이다.

지대를 높이고 보도블럭이 깔린 자전거 전용도로는 폭이 좁고, 끊어지는 부분이 평평하지 않아 다소 불안감을 준다.

다른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차도의 자전거 노면표시가 아산시청 주변 좁은 진입로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연결된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온양온천지구 내 번화가가 형성돼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 차량 통행이 많은 곳곳에서는 자전거도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신정호 호수공원은 라이딩 코스로도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온양온천 지구인 시내 중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으로, 신정호를 지나 외암민속마을로 향하는 도로변에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가 정비돼 있다. 그러나 정작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 안에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돼 있어 도로변에서 멀찍이 호수를 바라봐야 한다. 관광적인 차원으로의 자전거 인프라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또 관광객들도 즐비하게 찾는 전통시장을 비롯해 라이딩 코스인 신정호에서도 자전거 거치대를 찾아보기 힘들어 세워놓기가 난감한 실정이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도로폭이 좁고, 도로가에는 노상 주차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내에 자전거도로를 내는 것은 어렵다. 또 거치대도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항변했다. 

신정호가 라이딩 코스이긴 하나, 호수 공원 안쪽으로 자전거 통행이 금지돼 도로변에서 멀찍이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타이완의 일월담은 호수를 끼고 자전거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자전거 인프라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아산 신정호와 비교했을 때 사뭇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자전거 시범학교 및 안전교육장 운영

아산시는 9개교를 대상으로 자전거 시범학교를 운영 중이다. 시범학교에는 자전거 교육 및 시설 개선을 지원하고, 이동식 자전거 무료 수리센타 및 자전거 관련용품 구입 보조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매년 3~6월에 진행되는 안전교육은 학생과정과 일반 시민과정, 토요과정으로 나누어 무료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실내 안전교육장에서 이론수업이, 실외코스 및 주행연습장에서 실기수업이 진행되며, 아산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이 참여 가능하다. 
또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 이후로 자전거보험 가입은 물론, 매해 아산시 자전거 대행진을 개최해 자전거 체험 및 공연, 수리 등이 이뤄지는 지역 자전거 축제도 펼쳐진다.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된 후, 매년 자전거 안전교육을 통해 이론과 주행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이 많은 청소년 층에 활발하게 운영된다면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아산시를 돌아보며... 100억의 가치란?

자전거 친화도시라 할 수 없었던 아산시가 자전거 거점 도시로 선정된 후, 백지상태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 넣었을지 크게 기대했던 탓일까? 100억원의 가치가 피부로 와 닿기에는 부족한 듯 보였다.
2012년부터 시작된 국가자전거도로 건설 사업이 별도의 2,452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자해 진행되는 부분이니, 이를 제외하고, 천안아산역에 위치한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과 온양온천역↔신정호, 송악저수지 간 자전거 코스, 교육 및 보험 서비스가 아산시 자전거 인프라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근 시, 도를 잇는 곡교천 일대의 국가자전거도로가 건설 중이며, 2015년 완공예정이다.


실사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인프라 개발이 문제

 2010년~2012년 사이 자전거 거점도시로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투자 받은 약 100억 원의 예산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슬아슬하게만 보이는 토막 난 시내 자전거도로, 여의도 면적에 반도 안되는 아산 신도시만의 무인시스템 공공자전거, 공공기관 외에 보기 어려운 자전거 거치대, 자전거 산책이 불가능한 신정호 호수공원의 조건 등이 100억 원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인프라인가?.
일부 시민들과 아산을 찾은 방문자들은 "아산시도 자전거문화도시라 말할 수 있다"는 아산시청 자전거팀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필자가 온양온천역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거치중인 아산시민 몇 분에게 아산시청까지 자전거도로 타고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대답에서 "여기는 그런 거 없어요."가 첫 마디였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찾은 기차역에서 두 서울시민을 만났다. "온천과 자전거여행을 함께 즐기려고 블러그를 검색해보고 왔다"며 "역에서 신정호 가는 데 일부 인도와 차도를 오가긴 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천을 찾아 다니고 전통시장과 시내를 구경하려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가 사고 만 날 뻔 했다"고 덧붙였다.

100원 한 닢 쓰듯 흔적 없이 사라진 100억 원의 가치, 시민들이 그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예산이 부족했던 건지, 투자된 예산을 물에 소금 녹이듯 관리한 지자체의 탓인지는 그 투명성을 밝혀야 명확해 질 것이다.
2015년 완공예정인 곡교천 일대의 국가자전거도로 건설 사업은, 백지에서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작품으로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자전거 문화도시 #2, 인천 송도국제도시
자전거 문화도시 #1, 창원시 공공자전거 누비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