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자고 넘는다는 조침령
에디터 : 안영환
8월 20일 (진고개 ~ 구룡령)


진고개에 도착하니 아직 먼동이 트기 전이다. 준비 후 고도차가 500m를 넘는 업힐에서 자전거를 메고 시작한다.
급업힐로 힘이 배로 든다..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업힐은 급하지만 등산로 정비가 잘 돼있어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좋았다.
양쪽 어깨로 옮겨가며 급업힐을 얼마를 올랐는 지 출발 때의 추위와는 달리 땀으로 목욕하고 한시간쯤 올랐을 무렵 아침 햇살의 눈부심에 미간을 찌푸려도 보지만 기분 좋구나!!
동대산 올라보니 조망도 없는 헬기장에 덩그러니 표지석 하나가 전부다.
표지석 위에 진부 쪽과 소황병산 쪽을 보니 운무가 장관이라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출발!!!
이곳부터는 등산로 정비가 안 된 자연 등산로라 일부 노면만 빼고는 자전거를 탈만한 구간이 한군데도 없었다. 몇번을 넘어지고 고꾸라져서 쳐박혔는지 차돌배기까지 오는 내내 엎어지기를 수차례..
차돌배기를 지나 8km 안부서부터의 업힐도 장난이 아니다. 첫번째 동대산 업힐에서 많은 힘이 소진되어 두로봉 업힐은 힘에 부친다. 힘든 업힐을 하고나니 두로령 갈림길이 나오고 예전 대간 때 눈보라가 심해 10여m의 앞 길도 열어 주지 않아 이곳으로 비상 탈출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구나!!



두로령 갈림길에서 구룡령 쪽으로 50여m를 가면 헬기장이 가장자리에 두로봉 표지석이 있다.
인증샷 날려주고 구룡령 쪽으로 이동, 두로봉에서의 다운은 등산로가 아니었다..ㅠ
황당한 다운길에 이리저리 돌출된 잡목들의 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배낭을 메고도 빠져나가기 힘든 구간이 500여m나 족히 되는 듯 했고 이리저리 치이며 경사도가 있어 미끄러지기 일수고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눈앞이 캄캄했다.
이곳은 비등로인 관계로 자연그대로 훼손되지 않았다.
덩그러니 누워있는 고목들과 돌출된 바위, 고도마저 1000m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하루였다.
빽빽한 원시림에 하늘도 보이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생명을 다한 체 누워서 길을 가로막는다.
가도 가도 줄지 않는 거리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등로가 나를 지치게한다,
예전 대간 땐 이곳을 쉽게 통과한 기억인데 자전거라는 특성상 힘에 부친다.
일천미터의 구름 속에 헤매는 하루, 답답한조망, 응복산 정상에서 잠깐 비로봉과 상황봉을 보여준다.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목을 몇번이나 지나쳤을까. 드디어 약수산 정상 조망바위에 올라 여지껏 답답했던 마음을 보상이라도 해주 듯 양양 쪽과 한계령 쪽, 구룡령 도로의 조망을 맘껏 누려본다.
인증샷을 담고 이곳부터 구룡령까지 급다운.
다운도 자전거를 메고 가는 것이 편한 구간이었고, 이렇게 힘든 구간 22km를 10시간이 넘는 시간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8월 21일 (구룡령 ~ 조침령)

이슬도 거치지 않은 이른 새벽 구룡령에 오른다.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고 모든 준비 후 예전에는 동물 이동통로로 올라 능선에 다았는데 지금은 이동통로때문에 200m정도 밑에서부터 100여m가 급업힐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된비알의 계단으로 이내 숨소리가 퍽퍽해 오구 마루금에 붙자 구름은 이슬비로 변한다.



일천미터의 고지라고는 하나 아직도 움직이기만 하면 주체할 수 없는 땀이 흐른다.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는 전형적인 대간꾼들 만의 산으로 등산로 정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잡풀,,잡목,,생명을 다해 쓰러져있는 고목,, 튀어나온 돌탱이에 잦은 등고폭이 오늘의 힘든 여정을 예감해준다.
안개비 때문에 30여m 앞도 간음할 수가 없고 원시림적인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즐비한 이 구간은 음난한 기운까지 감도는 구간이다.
하늘도 보이지 않고 조망도 없고 걸리적거리는 잡나무와 잡풀, 쓰러진 고목들이 힘듦의 두배. 거기에 이슬비 먹은 등산화의 무게와 질척거림은 걷기까지 더디게하고~~
그래도 줄어들면서 간간히 나타나는 표지목이 보일때 만 위안을 삼는다.
가끔의 자전거를 탈 수 있긴 했어도 노면이 젖어있어 밀림의 연속이고 나무뿌리라도 있으면 슬립은 다반사였다. 갈전곡봉을 지나니 그나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간이 조금씩 늘었고 연가리골샘터에 들러 목마름에 목을 적신다.
연가리골 샘터에 삼막골이 있는 걸 보니 예심마니들이 이곳에서 산삼을 많이 캐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안개비 때문인지라 얼마나 왔는지 어디까지 왔는지는 가끔 보이는 표지석이 말해주었고 가슴까지 올라오는 산죽밭이 있는가 하면 단풍나무 군락지도 눈에 띄었다.
일천미터를 넘나드는 아무도 없는 산속을 혼자서 말없는 애마와 간다는 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구간...
예전 대간 때 6시간 만에 통과했던 곳인데... 그저 대간길을 잇기위한 라이딩이었다.
생명을다한 고목들이 앞길을 막고 덩쿨들이 여기저기 걸려 자전거의 흐름도 방해하기 일수다.
18km 넘어서는 왜그리 지루하던지 가도가도 거리가 줄지 않았다.


정강이는 얼마나 부딪치고 스쳤는지 낙엽만 다아도 머리카락이 쮸뼛할 만큼의 심한 통증이 엄습했고, 앞은 보이지도 않고 좁디좁은 등로를 질퍽거리는 등산화를 신고 8시간이 넘어서야 산세가 높아 새도 자고 넘는다는 조침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단한 셀카 놀이로 지루한 대간길의 한구간을 마무리한다. 자전거를 메고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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