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
에디터 : 안영환
8월 16일 (빼재 ~ 부항령)

보름만에 대간을 이어본다. 빼재까지의 가는 길이 착각 속에 조금 헤매이긴 했어도 새벽녘 일터로 향하는 농부덕에 쉽게 빼재에 당도할 수 있었다. 쌀쌀한 새벽 기운에 출발 전 인증 몇장 남기고 처음부터 계단 업힐이 상쾌하기까지 했다.



누군가 내 앞을 지나간 흔적이 있긴 한데 나도 그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한발 한발 내디디다 보니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날씨를 각오는 하고 왔지만 얼마나 더울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날씨임에는 분명했다.
계속되는 업힐에 가시덩쿨과 잡목이 다리에 상처를 더하고 삼봉산 오르기 전 합천가야산과 앞으로 가야할 덕유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고 삼봉산 가는 내내 잡목과 가시덩쿨과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삼봉산 정상에서 진행방향 쪽으로는 암릉구간이 있어서 위험을 도사린 난해한 구간이 꽤나 많았다. 삼봉산 정상에서 대덕산 내려오는 내내 6부능선까지는 자전거를 메고 가는 수 밖에 없었고 그후부터 소사고개 매점까지 배추밭옆으로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선물이다.
소사고개에 다다르자 휴식을 취하던 등산객들이 내 앞에 가셨던 분들이었다. 그 분들과 시원한 쮸쮸바를 먹으며 대간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 후 먼저 소사고개 출발.
초점산까지 600m 수직구간을 계속되는업힐을 하며 땀과의 전쟁도 한판 치르고 그런대로 산세가 좋은 초점산과 대덕산은 찾아오는 산꾼들이 제법되어 사람들에게 다져진 등로가 넓고 좋았다.
소사고개에서 초점산까지는 억새와 가시덩쿨 때문에 지친 나를 더욱 지치게 했고 초점산에서 대덕산 사이는 그늘이 전혀없는 땡볕에 억새로만 이루어진 산이다. 내리쬐는 땡볕에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 어깨를 짓누르는 자전거,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라이딩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이렇게 힘든 고행을 무엇을 찾기 위해 혹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여정을 선택했나 잠시 나의 뇌리를 스친다.

페달에 찍힌 무릎

4m 정도의 난해한 구간, 자전거를 로프에 묶어 먼저 내려 놓은 뒤 따라 갔다.


얼음폭포. 머리를 감으면 깨질 듯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대덕산 정상은 360도 파노라마가 일품이다. 어디하나 가린 곳 없이 동서남북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겨울 백팩킹하기에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덕산 7부 능선쯤 대간꾼들의 목을 적셔주는 얼음골 폭포가 일품이다.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 던지고 얼음골에 내 몸을 허락하니 하얀 살갗이 오톨도톨 일어나는 게 어느 누구의 손길보다 짜릿하고 행복하구나.
얼음골 샘터부터 덕산재까지 신나는 다운으로 두번의 가볍게 앞으로 고꾸라질 뻔도 했지만 풀어진 긴장을 제정비 하라는신호로 받아들이고, 덕산재에서의 간단한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전구간의 숙제로 남겨 두었던 부항령 구간으로 출발!!!!!!!!
덕산재에서 부항령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많았지만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600m를 넘나드는 고도차이는 등산으로도 힘든 일을 무거운 자전거와 함께 했다는 것이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의 보충을 위해 왕후의 밥과 찬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오늘 구간을 마무리한다~~~~~~^^*



8월 19일 (진고개 ~ 대관령)

다시 북진이다.
이번구간은 국립공원과 노인봉대피소에서 매봉까지의 비등로 구간으로 부담을 안고 가야되는 구간이다.
일기상 새벽에만 잠깐 온다던 비는 여지없이 내리고 진고개 출발 준비 완료 후 단독 무지원으로 맘 단단히 먹고 출격!!
작년겨울 비박지인 노인봉으로 올라가는 내내 계속해서 내리던 비가 계단 끝나는 지점에서 멈춘다.

새봉에서 바라본 강릉 시내

한피치 올려 놓으니 그나마 자전거를 타며 진행할 수 있는 노인봉 업힐이다. 예전 대간때는 정코스로 갔었는데 지금은 우회길이 나있어 대간꾼들 전부가 우회하는 듯했다.
멀리는 설악산까지 보여야 할 조망이 옅은 구름에 가려 아쉬운 조망으로 달래며 앞으로 진행할 마루금과 소금강쪽으로의 괜찮은 조망으로 대신 위로하며 혼자만의 셀카 놀이에 빠져보기도 했다.
이 구간은 몇몇 구간을 빼고 제법 탈 곳이 많은 구간이었다. 철조망을 몇번이나 넘었을까 목초지가 들어오고 풍력발전기도 무지기수 들어온다.




돌길을 자전거로 끌로 내려오는데 아뿔사 살모사란 놈이 똬리를 틀고 혀만 낼름낼름 꼬리에선 꼬리치는 소리가 도망도 안가고 빤히 눈싸움을 청한다. 그 바람에 선글라스도 떨어뜨리고 잽싸게 사진 찍고 돌려보낸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조망도 없이 답답했는데 목초지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면서 일출전망대부터는 시야며 조망이며 확실한 안구정화가된 구간이었다.
일출전망대 곤신봉 선자령에서 만난 분들이 내 몰골을 보며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를 수차례...
놀란 분들 서로가 인증을 날려 주시고 다운 내내 신났고 이번 구간은 짧고 수월했던 관계로 하산 후 오대산 월정사에 들려 전나무 숲길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었다.


최고의 독을 자랑한다는 살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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