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0~08/21
탄자니아의 동양인에 대한 무시
2012-06-27   이호선

어둠이 서서히 진흙 땅을 어루만지듯 덮기 시작할 즈음, 집이 대여섯 채에 불과한 마을에 당도해 보니 여인숙이 하나 있다. 그래도 명색이 호텔이라고 한다. 몇 개 안 되는 방은 이미 꽉 차, 나를 위한 방이 급조 된다.(1불80)

Welcome to Hotel California in Tanzania!

한 작은 마을에 유일하게 서 있는 이름없는 호텔.
몇 개 안 되는 호텔방은 이미 만원(滿員)으로 15분 만에 나의 방이 급조된다.(방값:3,000S: 1불80)나의 오른 쪽에 서 있는 흰 무슬림(Muslim)모자를 쓴 친구가 사장으로 영어를 아주 잘해 암흑 속에 광명 같은 존재다.
그가 무슬림 모자를 쓰고 있어 "너 무슬림이냐?!"라고 물으니, 그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는 크리스찬 이지만 이 모자가 너무 예뻐 항상 쓰고 다닌다."

샤워하고 빨래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이든 상관없어! 냉장고조차 없는 바(Bar)에서 서빙되고 있는 맥주나 음료수는 모두 뜨뜻미지근하다. 지붕에는 썩을 대로 썩은 위성방송접시가 설치되어있고 자가 발전된 전기로 겨우 T.V시청을 한다. 숲 속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T.V를 시청하기 위해 이 곳에 모인다.
바로 옆 집은 오직 T.V방으로 한 연속극이 방영 중인데 플라스틱 의자인 좌석이 이미 만석이다. 아마도 오늘은 유럽축구중계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지나 온 나라들 모두가 한결같이 일방적인 정부 홍보용 방송과 뮤직비디오 채널뿐이다. 결국 이들은 그들의 나라 밖의 리얼한 세상얘기를 전혀 모르며 오로지 위성 중계방송 되는 유럽축구에 탁자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고 악을 써대며 열광한다. 이들은 청바지에 유럽축구팀의 유니폼셔츠를 입고 유럽축구에 열광하며 콜라와 맥주를 마시고 모빌 폰을 두드리며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이들의 의식은 아직도 먼 옛길 속을 걷고 있다.


영화 "부쉬맨(Bushman)"에서 하늘에서 벼락치듯 날아 떨어진, 희한하기 짝이 없고 금시초문의 콜라 병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부쉬맨처럼 이들의 일상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다름없는 부쉬맨의 삶이나, 부쉬맨이 하이-테크(Hi-tech)인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숱한 시행착오를 비롯한 중간과정은 완전히 삭제된 채, 난데없이 인터넷과 모빌 폰이 이들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떨어졌다. 한 마디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이들이 지금 두 발을 딛고 있는 이들의 땅이 이들의 모두이고 세상이다.
이들의 세상무지, 그리고 나에게 심각한 동양무지가 전혀 근거 없고 터무니없는 동양인에 대한 우월감으로 발전한다. 이들이 사람취급을 하지 않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중국에 있는 소나 염소들이 이 사실을 전해 듣는다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모두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나와 같은 대륙횡단 바이커들은 여느 자동차나 버스여행자들과는 달리 지치고 배고프면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 막말로 악의 소굴이라도 쑤시고 들어가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한다. 저녁이 되어 한 마을에 당도하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이미 한 잔씩 걸친 상태이고 꿈에도 생각지 않은 한 중국 놈의 출현에 고구마나 감자가 먹기 좋게 잘 익었나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 젓가락으로 여기저기 찔러보듯 깐죽대는 놈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특히 대부분의 여인숙(Guest House)은 바(Bar)와 함께 있어 여인숙의 입구와 주변에는 온갖 부류의 젊은 친구들이 새까맣게 모여 맥주를 빨고 당구를 친다.
'치노'에는 어느 정도 귀에 굳은살이 붙어있다 해도, 이런 주변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비록 여러 명과 함께 있는 그들이지만 혼자인 나를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들이킨 알코올 량 오버로 미친 척을 하려는 그 누군가가 나타나느냐 아니냐가 포인트가 된다.
하이에나는 강한 놈이나 강해 보이는 놈은 절대 물려 하지 않는다. 결코 흥분하지 않고 빙그레 웃어가며 태연하고 당당하게 그들을 무시하고, 술 힘에 의지해 깐죽대는 친구들은 냉혹하게 무시하면 되지만 '치노'와 함께 버무려지는 그들의 낄낄거림은 씹을 필요도 없이 꿀꺽꿀꺽, 그리고 벌컥벌컥 삼키고 마셔버려야 한다.
세상무지와 No Common Sense의 중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는 나와 같은 대륙횡단 바이커 들에게 하루하루는 종종 나 자신과 세상을 상대로 한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곤 한다. 더구나 이 곳처럼 한 마디도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는 본능적인 느낌과 제스처로 순간순간과 치열한 대결을 해야 한다. 비록 전혀 생소하고 예측불허의 땅에 홀로 서 있지만 내가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그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무시되고 생략될 수 없는 나의 심각한 삶의 순간이기에 여태껏 믿고 행동하며 살아왔던 신념과 의지대로 이 새로운 상황에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것이다.

"8,848m의 정상에서 그들은 세상을 꿈꾸고 상상하지만,
대륙횡단자전거 여행자에게 이 지구는, 그리고 이 세계는
리얼한 현실이 되어 이들의 전신에 부딪히고 이들의 가슴에 안긴다."


도로를 달리다가 배가 고파 들어가는 식당마다 바로 내 앞에 마주 앉아 마치 동물원 원숭이의 재롱을 바라보듯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치노'를 연발하며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Ultra순수 족들의 속출로 나는 그야말로, 아연실색(啞然失色). 이것은 분명 순수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무지의 결정판으로 이들은 분명 중국인들을 최소한의 사람으로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나는 최소한 이들의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커녕 같은 인간대접도 하지 않고 있다. 내가 그 동안 수 많은 나라를 지났지만 이 정도의 무식함은 금시초문이다. 무지(無知)속에 피어나는 순수의 꽃은 결코 없고, 있다면 조화(造花)다. 역시 유지(有知)속에 피는 순수의 꽃이야 말로 진정한 것이다. 순수해야 할 이들의 두 눈동자에 왜 이런 음산하고 불길하기조차 한 구름이 끼어 있는 걸까?! 도대체 그 누가 이토록 처절한 동양멸시, 중국인 멸시의 신앙을 이들에게 전파시켰는가??!!

그저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탁탁 먼지 털 듯 털어 벌이고 페달을 밟고 밟는다. 깡마른 대지를 일축하듯 상당한 물이 담겨있는 저수지가 나의 눈앞에 펼쳐진다. 저수지뿐만 아니라 수력발전소까지 있다. 댐을 건너고 나니 작은 산등성이 너머에 전혀 가당치 않은 밝은 가로등의 행렬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어둠을 헤치고 단숨에 달려가 보니 아주 작은 마을인 임페라(Mpera)가 나를 밝힌다.
"원 세상에 이렇게 조그만 마을에 난데없이 찬란한 가로등이 웬 말이냐?!!!"
집집마다 형광등과 백열전구가 찬란하게 밤을 밝히고 있다. 동네사람에게 물어보니 바로 코 앞에 있는 댐과 수력발전소의 은혜를 흠뻑 받은 결과라고 한다.
"좌우간 줄을 잘 서야 하고,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니까!"

이링가(Iringa)시를 떠난 후, 처음으로 맞는 빛 맛에 흠뻑 취해 여인숙을 찾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50대의 주인여자를 비롯해 2,3,4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여자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는데, 한 '치노'의 등장에 모두들 'Song of Joy'를 열창하며 날뛰기 시작한다. 그들은 밥을 먹고 있는 나의 바로 앞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 먹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신기한 중국원숭이 감상에 여념이 없다. 인간에게 이 정도까지의 혐오스러움을 느껴보기는 태어나 처음이다.

"아니, 세상에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
"아, 인생살이가 정말 고달프다!"
나도 모르게 한 숨이 터져 나온다.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삼킨 밥알이 곤두서며 자꾸 나의 위를 치받지만 막무가내로 찍어 누르고 생존에의 의지를 불태우며 삼키고 또 삼킨다. 다른 나라들처럼 영어라도 통했으면………
힘겨운 제스처로 "나는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야!"라고 하자, 이들은 부르고 있던 'Song of Joy'를 한 옥타브 올려가며 부르기까지 한다.
"에잇!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그녀들이 던져 주는 대로 받아 꿀꺽 꿀꺽 삼키고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말 걸….. 섣불리 반항하다가 내가 완전 쪼다가 되는군."
식당을 나와 길 건너 편에 있는 가게에 들러 실로 오랜만에, 냉장고에 들어있는 차디찬 콜라를 마시며 잔뜩 뒤틀려 있는 위장과 창자를 진정시킨다.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유난히 많다.
"청~천 하늘엔 잔 별도 많구요~,
 우리네 인~생은 근심도 많다.
…………………………………………"
이것이 바로 단 1cm의 건너뛰기나 생략 없이 수 천, 수 만 Km의 도로와 거리를 훑고 지나가는 대륙횡단 바이커 들의 애환이자 운명이다.
이들의 이런 무지의 진흙탕바닥에서 종종 엉뚱한 것이 발에 채이며 나를 실소(失笑)케 하는데, 이들도 짐바브웨나 잠비아의 그들처럼 돈을 받을 때는 공손하다. 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범세계적인 Common sense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교육과 더욱 활발하고 정상적인 경제행위이다.

물은 피요, 생명이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심각한 물의 확보를 위해 모두 치열하다.

달려 갈 수록 대지는 더욱 메마르고, 여기저기 파 놓은 물 웅덩이로 향하는 사람들과 수 많은 가축 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가축들을 위해 파놓은 큰 물 웅덩이에는 주변지역에서 몰려 온 수 많은 가축 떼들로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연신 '브라보'를 부르짖으며 물속으로 텀벙텀벙 뛰어들고, 물배를 잔뜩 채운 놈들은 서로 치고 받으며 장난질을 하고 명색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난리를 친다. 진흙과 모래 땅을 무작위로 파낸 웅덩이로 지하수가 차 오르는데 물은 엄청 탁하다. 주민들은 결코 크지 않은 구멍을 파고 살금살금 떠 낸 물을 길어 와 식수로 사용한다.
하루하루 물과의 전쟁을 치르며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어쨌거나 물은 있고 그저 삶이 불편할 뿐이다. 그들의 조상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살아왔던 삶과 조금도 변함없는, 현재 그들의 삶을 그들은 불평 불만도 없이 항상 큰 소리와 큰 제스처로 노래하고 춤추고 울부짖으며 계속하고 있다.

비포장도로가 계속되면서 거의 걷다시피 하며 가고 있기에 하루 6,70여km가 고작이지만 배는 더 고프고 더 먹어야 하니……… 식당조차 보이지 않고, 겨우 나타나 봐야 변변한 먹거리가 없다. 그저 '차이'나 '짜파티', 그리고 밥 위에 얹어먹는 강낭콩 수프와 조그만 소고기 몇 점이 고작이다.
식당 만나기가 결코 쉽지 않아 식당이 눈에 들어오면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내 위 속에 무언가 채워놓고 지나간다.
또 다시 멈추어 선 한 식당의 배불뚝 사장님이 상당한 영어로 나를 반긴다. 자신을 자칭 닥터(Dr.)라고 칭하는 그, Dr. Rashid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동년배의 손님을 가리키며 또 닥터라고 칭해 나는 기겁을 하며 나의 온 몸을 잔뜩 움츠린다. 이렇게 기막히게 처절한 삶의 현장에 도대체 웬 닥터가 이리도 많은가??!

거창한 칭호를 좋아하는 탄자니아사람들.
마을에서 자그만 식당을 하고 있음에도 닥터(Doctor)라는 섬뜩한 칭호를 태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식당 사장님.
우리나라에서도 뻑하면 사장님 아닌가?!
헌데 이 냥반은 자칭, 닥터이다. 테이블에 앉아 콜라를 마시며 식사를 하고 있는 이는 건너마을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닥터이다.

닥터(Doctor)를 사용하고 있는 영어권나라에서 닥터란 보통 의사나 박사를 지칭한다.
평생 무관(無冠)의 '날 건달'로 살아 온 나는, 이렇게 섬뜩할 정도로 거창한 칭호 앞에서 언제나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라쉬드 박사님(Dr. Rashid)! 두 분 모두 닥터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두 분의 전공이 의학? 인문과학?,………"
나는 두 닥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심각하게 묻는다.
"무슨 소리?! 우리는 지금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구료. 나는 이 식당의 사장이고 저 분은 길 건너 저~기, 저쪽 마을에서 식당을 하고 있지. 그것뿐이야!"
영어권의 나라에서도 쉽게 사용하지 않는 거창한 칭호를 그가 대담무쌍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옛날에 급제하지 못한 선비에게 진사나 생원 등의 칭호를 붙여주었고 지금도 여전히 선생, 주사, 사장 등의 칭호를 붙이고 있는 것과 똑 같은 얘기가 되는데 이 분처럼 '자칭(自稱) 닥터'는 어처구니없고 탐욕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경향은 이 분만이 아니다. 도로에는 일정구간마다 Police Check Point(검문소)가 있어 종종 경찰들을 만나게 되는데 탄자니아 경찰만은 유독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자칭(自稱), Mr.-우리말로 '씨(氏)'에 해당하는 Mr.란 최소한 동격에, 손 위 사람에 대한 경칭으로 자신을 칭해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를 사용하며 구태의연하고 폐쇄적인 탄자니아의 의식을 보여준다.

탄자니아에 들어서자마자 영어불통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탄자니아 정부가 자주(自主)와 민족정신고취의 일환으로 정책적으로 그들의 언어인 '스와힐리'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두웠던 지난 날을 청산하고 싶은 심정은 알만하나 거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 아직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 이제 영어는 서구제국주의의 상징이 아닌, 지구촌의 상호이해와 상호소통을 위한 중요한 상식(Common Sense)인 것이다.
내가 호주횡단을 끝내고 Perth의 Backpackers Inn(투숙하고 있는 총 50여명의 젊은이들의 거의 모두가 유럽인)에서 16명의 룸메이트와 2주 동안 한 방에서 생활하며 지켜 본,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를 비롯해 다양한 유럽의 나라에서 일자리를 위해 몰려 온 젊은이들은 영어권 사람들의 두 뺨을 후려칠 정도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상호이해와 상호소통이 없는 '자주(自主)', '자존심(自尊心)'의 결말은 바로 '자멸(自滅)' 내지 '자진(自盡)'!

바오밥(Baobab)나무와 자전거 타고 가는 아줌마.

도로를 달리는 동안 이곳에서 전혀 당치도 않은 문자가 나의 두 눈에 채이며 잠시 나의 페달 질을 멈추게 한다. 도로의 측량에 관련된 숫자와 중국의 문자가 여기저기 페인트 칠 되어있다. 이링가(Iringa)에서 한 행인이 나에게 말했듯이 중국인이 이 도로의 포장공사를 맡아 예비 측량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이 지금 아프리카 전역에서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엘파마, 저 멀리 많은 집들이 보이는 곳이 바로 도도마(Dodoma)시(市)다. 이링가(Iringa)에서 만난 수 명의 행인들이 도도마 시(市)부터는 포장도로라고 단언했다. 이제 우리의 고행은 끝이야, 끝! 아, 녹두빈대떡에 시원한 동동주 한 사발이 그립구나!"

도도마 시

도도마 시(市)에 들어서자마자 부드럽기 짝이 없는 검은 비단길이 우리를 환영한다.
"아, 역시 문명(Civilization)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어쨌거나 좋은 것이야!" 고개를 들자마자 '좌 청룡(靑龍) 우 백호(白虎)'식으로 왼쪽에는 대형 모스크(이슬람 사원), 오른 쪽에는 대형 교회가 팽팽한 긴장감속에 도도하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이링가(Iringa)시부터 이 곳까지 오는 동안, 황폐하고 메마른 대지에서 내가 접했던 것은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이슬람 사원뿐이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갈수록 적지 않은 수의 교회들이 줄을 잇는다. 게스트하우스(5,000S=3불)에 들어서자마자 나 자신과 엘파마의 먼지떨이 작업을 개시한다. 목욕과 빨래, 그리고 칫솔로 엘파마의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흙먼지들을 제거하는 동안 상당시간이 흘렀다.
"엘파마, 고맙다! 결코 쉽지 않은 262km의 돌과 진흙먼지 길을 잘 견뎌내 주어 자랑스럽다. 역시 '명성(El Fama)'이란 저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야!"
지난 3일 반 동안의 노고는 물에 씻겨 흘러내려가는 흙먼지가 되어 순식간에 나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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