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부활
에디터 : 바이크매거진

지난 8월 초순 파리 소르본대에서 프랑스 위인들이 묻혀 있는 판테온으로 가는 길.

같은 모양으로 생긴 자전거가 죽 늘어선 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리시의 유명한 무인 자전거 시스템 '벨리브'다. 일명 셔틀 자전거.

벨리브는 1년여 만에 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잡았다. 특히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파리 시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하는 벨리브는 프랑스어로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다. 벨리브는 완전한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무인 주차 시스템과 비슷하게 생긴 단말기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인증번호가 담긴 이용권이 나오고, 이 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 자전거의 잠금장치가 풀려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곳까지 타고 가서 시스템에 주차시키면 된다.

파리시 관계자는 "1400여 개 시스템이 갖춰져 웬만한 곳은 모두 자전거로 갈 수 있다"며 "파리 외에 리옹 등 다른 대도시에도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에서 보유 중인 자전거는 총 2만여 대. 지금까지 400만명 이상이 사용했다. 파리시민 중 10%에 가까운 20만명이 정기회원이다.

벨리브 활성화 이면에는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도심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마련돼 있고, 도로폭이 좁아 전용도로를 낼 수 없는 곳에서는 차도를 이용하도록 해뒀다.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3000대에 가까운 자전거가 도난당했으며 비슷한 수의 자전거가 파손됐다는 게 비공식 집계다.

하지만 시측은 도입 초기인 만큼 미비한 점을 보완하면 곧 안정될 것으로 낙관한다. 파리는 최근 벨리브 성공에 힘입어 전기차 대여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일본 삿포로역 앞에는 '에키차리'라 불리는 곳이 있다. 에키는 '역'이라는 의미이고 '차리'는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를 말한다. 말 그대로 삿포로시가 역 앞에서 직장인의 통근 등을 위해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인데 출퇴근 시간이면 이용자로 북적인다.
 
삿포로역 에키차리에는 자전거 350대가 준비돼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50대나 늘린 것이다.

그런데도 에키차리 이용 정원은 지난해보다 1개월 이른 6월 중순에 이미 찼다.

고유가와 고물가로 고민하는 시민들이 교통비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자건거 이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 대형 유통체인인 코메리의 경우 올해 4~7월 중순 자전거 판매대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었다.

특히 대형 자전거 판매는 40% 이상 늘어났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직장인들이 자전거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후지제록스ㆍ리코테크노시스템 등 일부 일본 기업은 고유가에 대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소형차, 오토바이 등을 전동자전거로 바꾸고 있다.

고유가ㆍ고물가가 경제를 강타하면서 '자동차만의 천국'이었던 미국에서도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 시내 중심가 레이철 카슨 주정부 청사 입구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가 눈길을 끈다. 건물 밖 자전거 보관대는 흔하지만, 이렇게 건물 안에 공간까지 할애하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머린 거트먼 펜실베이니아주 환경보호부 국장은 "최근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수준으로 오르자 평균 휴가 거리가 줄어들었고 사람들 마음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파리의 '벨리브'를 본떠 공공자전거 대여제를 도입한 것. 연회비 40달러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 시간은 1회 3시간이지만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자전거뿐 아니다. 대중교통과 담을 쌓았던 미국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남동부 펜실베이니아교통국(SEPTA)에 따르면 버스 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6% 늘었고, 기차는 12% 늘어났다. 수요가 늘면서 SEPTA는 11월까지 1000만달러를 투입해 버스ㆍ기차 운행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카풀'도 확산 일로다. 댄 그리피스 펜실베이니아주 경제사회개발부 차관직무대행은 "사무실이 있는 해리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셔먼스데일에 살고 있는데, 유가가 갤런당 2달러를 넘어서면서 카풀을 시작했다"며 "요즘 출퇴근 시간대엔 여러 명이 함께 탄 차가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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