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으로 한 묶음이 된 삼총사
에디터 : 최용석

1월 26일 부란푸르(Burhanpur)-아잔타(Ajanta) : 114km

오늘과 내일은 정환이가 대장이다. 중간 결산 때 제안한 '일일 대장'을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주행 일정과 내일 관광일정을 대장으로서 모두 소화해 내는 것이 정환이의 미션이다. 정환이는 지난해 여름에 중국 자전거 여행 경험이 있다. 또한 인도 자전거 여행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준비한, 내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다. 우리 팀에서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하는 행동은 가끔 나보다도 형 같을 때가 많다. 대원들이 모두 지쳐 있을 때 조차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든든한 놈이다.

수줍게 웃고 있는 막내 정환이

이번 일일 대장도 많은 준비를 한 듯. 기존에 내가 잡아 왔던 주행의 틀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평소 50분 주행에 10분 휴식을 해오던 것에서 20km주행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바꿨다. 보통 50분 주행하면 15km정도를 달리는데, 조금 더 달리고 빨리 도착해서 숙소에서 쉬는 시간을 늘리자는 생각이다. 결국 오늘 20km-20km-27km-21km-26km 이렇게 다섯 타임 만에 목적지에 도착. 평소보다 속도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쉬는 시간마다 우리의 위치를 대원들에게 확인 시켜 줌으로써 오늘의 일정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 줬다. 마지막으로 방 정하기를 게임으로 결정함으로써 즐거움 유도까지.
기존에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려 한 정환이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잔타에서 숙소를 잡고, 밥을 먹는 동안 인도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호텔 주인의 동생인 바블루와 호텔의 잡일을 담당하는 순일, 주방에서 짜빠띠를 만드는 요리사('짜빠띠왈라'라고 부르곤 했다), 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계시던 할아버지('아그왈라'라고 부름)까지 모두 친구가 되었다.
'왈라'란 '~하는 사람'이란 의미, 그래서 흔히 말하는 '릭샤 왈라'란 '릭샤를 운전하는 운전사'란 얘기다. '아그'는 '불'을 의미한다.

'짜빠띠왈라'와 혜진이. 미션! 짜빠띠를 구워라.

'아그왈라'와 함께

저녁을 먹고 호텔 마당에서 한 할아버지와 함께 불을 쬐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모두 일을 마치고 나왔다. 그때부터 대화가 시작되었고, 깊은 얘기는 못 나눴지만 서로에게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바블루는 형과 함께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23살의 젊은 친구다. 깔깔거리면서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 혜진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둘이서 깔깔거리면서 잘도 논다. 순일은 17살의 어린 친구다. 어린 나이에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집안형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순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때묻지 않은 것 같다.

금세 친구가 되었다. 나마스떼!!

우리의 이름을 물어보는데, "최"자가 숫자 "6"의 힌디 발음[체흐]과 비슷하다며 나에게 "six"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환이는 "설"자가 숫자 "100"의 발음[쏘우]과 비슷하다며 "hundred", 성민이는 "민"자가 숫자 "3"의 발음[띤]과 비슷하다며 "three"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재미있다며 웃음을 멈추질 않는다.
사실 내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억지로 갖다 붙인 것 인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우리는 다 같이 한참을 웃었다. 이 시간부터 우리 셋은 "쓰리 헌드레드 씩쓰(306)!"라며 한 묶음으로 불렸다.

아그왈라, 짜빠띠왈라, 3, 100, 모두 모였네! 6은 사진 찍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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