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멈출 수 없다. 자전거 여행을 계속 하자!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8월 8일(일)

현재위치 : 애들레이드(Adelaide)

오전에 토렌스 호수와 식물원을 둘러보고 벤치에 앉아서 한참동안 얘기만 했다. 막상 애들레이드에 오니 날씨가 좋았다.

정말 버스타구 가는거야?
조금 아쉽다.
비도 맞다보니까 적응이 되는것 같은데...
여기서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버스타고 여행하는 건 너무 한정적이지?
뭔가 자꾸 아쉬움만 드는데 고생을 각오하고 조금만 더 가보자!
힘든 구간 다 끝나고 여기부터는 타운도 많아서 쉽게 갈 수 있는데, 게다가 출국 날짜까지 40일정도 남았으니까 멜번(Melbourn)까지만 가고 그다음에 버스를 타자.

애들레이드 트램

우린 자전거 여행을 다시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큰 맘 먹고 텐트와 매트리스를 좋은 제품으로 다시 사기로 했다.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텐트의 추위와 습기, 좁아서 가방 하나도 텐트 안에 둘 수 없다는 것이었고 매트리스가 바닥의 한기를 제대로 막아주지 못해서 등이 시려 잠을 깨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편했다. 내 마음이 왜이렇게 변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 가련다. 백팩커에서 우아하게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한국말이 들렸다. 퍼쓰(Perth)이후 처음 들어보는 한국말이다. 우린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다.
한국인이 이렇게 반갑다니.

아까 인사했던 은선이와 한국인 아저씨, 그리고 우리 옆방에 묵는 한국인 커플, 이렇게 6명이 우리방에 모였다. 같은 한국인이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모두 가이드 투어에 참가해서 여행하는 중이어서 내일 떠나야 한다고 했고 은선이는 내일 모레 간다고 해서 은선과 나, 창민은 내일 트램을 타고 글레넬그(Glenelg)라는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타운에 놀러가기로 했다.

2004년 8월 9일(월)

현재위치 : 애들레이드(Adelaide)

오전에 아웃도어샵에 가서 몇가지를 필요한 것들을 사고 자전거샵에서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를 구했다. 이제야 뒷브레이크를 쓸 수 있겠구나. 호주에서는 시마노 디스크 브레이크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부품을 구하기가 힘이 들었었다.

약속한 시간에 은선이를 만나고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자전거가 아닌 대중교통을 타 봤다. 시내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글레넬그로 가는 트램이었는데 타운 자체보다는 트램이 더 유명했다. 워낙 오래된 트램이다보니 내부도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글레넬그 해변가 제티에서

글레넬그에 내려서 제티와 쇼핑몰을 둘러보고 해변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점심으로 준비해 온 빵과 치즈 사과를 먹고 있을때 아드리안과 매튜를 만났다. 트램을 타고 글레넬그에 오다가 우리를 봤다고 했다.
정말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걸까? 우리 모두 반가워했고 아드리안과 매튜가 가방을 뒤적거리며 보여줄게 있다고 했다. 아웃도어샵에서 구입한 100%방수양말이라며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비가 와도 문제없어..!!"라고.
우리 모두 오랫동안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다보니 모든 용품을 고르는 기준은 "방수"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일정을 바꿔서 멜번까지 더 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그래서 텐트를 큰 걸로 다시 샀다고 했더니, 가지고 있던 텐트와 새로 산 텐트를 2개 쳐서 하나는 주방으로 쓰라고 한다. 매튜와 아드리안도 은근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그들은 우리의 자전거 여행 일정이 늘어난 것에 축하를 해 줬고, 내일은 머레이브리지(Murray Bridge)로 간다고 했더니 아드리안과 매튜도 내일 그쪽으로 간다고 하며 내일 또 만나기를 기원했다. 매튜와 아드리안은 호주여행의 추억 중 한 가지가 될 것 같다.

글레넬그 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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