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1, 빵집이 유명한 타운 위라바라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8월 3일(화)

현재위치 : 위라바라(Wirrabara)
이동거리 : 38.18km
누적거리 : 2,961km
평균속도 : 12.2km/h
최고속도 : 41km/h
숙박장소 : 위라바라 호텔


플린더스 산맥을 올랐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지도를 보다가 이곳까지 와서 호주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플린더스 산맥(Flinders Range)를 멀리서 지나가며 보는 것이 아쉽다고 얘기했다. 창민도 같은 생각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포트피리에(Port Pirie)를 포기하고, 플린더스 산맥을 가로질러 위라바라(Wirrabara)의 유명한 올드베이커리에서 파이를 먹고 로라(Laura)에 가서 잠을 자기로 하고 출발했다. (어제 다시 짠 여행일정 또 무시..)

출발하고 조금 지난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기압 전선이 빠져 나갔다고 좋아했더니 비는 계속 내린다. 비를 맞으면서도 플린더스 산맥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다. 이제껏 봤던 호주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고 자욱하게 낀 안개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플린더스를 넘으며 나무 사이에서 잠시 비바람을 피했다.

신발 속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장갑과 바지도 젖어서 몸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배는 고픈데 비피할 곳도 없도.. 땅은 질퍽거리기 시작했다.
이 길이 지름길이라서 이쪽으로 왔는데 괜히 비포장길로 가자고 했나 보다.
얼마 동안을 가다가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허물어진 빈 농가를 하나 찾았다. 문도 창문도 없었지만 비라도 피할 수 있는 게 감사했다. 둘다 춥고 배고파서 지쳤는데 창민은 나를 위해 쟈켓을 덮어주며 뜨거운 커피와 비스켓을 준비해줬다.
이럴때 느낀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자전거 중심잡기가 힘이 들고 몸은 점점 더 떨려왔다. 오늘의 목적지였던 로라(Laura)를 포기하고 위라바라(Wirrabara)에서 쉬기로 하고 여행자 안내소로 갔다. 이곳에는 캐러밴파크가 있지만 캐빈이나 온사이트밴이 없어서 캠핑을 하거나 호텔을 이용해야 한단다.
여행자 안내소에 근무하시는 할머니 두 분은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나를 보시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가장 저렴한 호텔을 알아봐 주셨다. 호주사람들의 적극적인 친절함에 몸이 따뜻해 지는것 같다.

위라바라 호텔

위라바라 호텔은 더블룸에 45달러라고 하는데 아침식사가 포함이라고 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어서 분위기가 괜찮았지만 난방이 되지 않고 온풍기조차 없어서 추웠다. 호주 건물들은 왜이리 추운건지 모르겠다.
난방도 안하고... "으~ 한국의 찜질방이 그립다."

올드베이커리

위라바라의 올드베이커리(Old Bakery)는 얼마나 유명한 빵집이길래 플린더스 산맥에 관련된 브로셔마다 올드베이커리가 나온건지 궁금해하며, 호텔에서 짐을 풀고 올드베이커리에 갔다. 지나가던 차들도 올드베이커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서서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서 많이 살수는 없었고 파이만 2종류로 한 개씩 샀는데 제법 맛이 있었다.

호텔라운지에 일기예보를 보러 갔다. 앞으로 3일간은 애들레이드 주변과 해안가 쪽으로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캐빈이나 온사이트밴에서 묵고 있다면 비가 그칠 때까지 몇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호텔에서는 요리를 할 수 없으니 다 사먹어야 하고, 부담이 너무 큰데 정말 막막하다.

위라바라의 타운맵

여행 안내 브로셔 모은 것들을 뒤져서 30km 떨어진 곳에 온사이트밴이 있는 캐러밴 파크를 찾았다. 어차피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타운이기에 내일은 비가 오더라도 30km만 이동을 하고 온사이트밴에서 묵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결론을 짓고 가격을 알아보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33달러라고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온풍기가 있다고 했다. 내일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우리가 묵는 방의 옆방은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투숙객에게 무료지만 아침만 먹어야 하는데, 난 몰래 들어가서 식빵 2조각을 훔쳐먹고, 10분후 다시 가서 쥬스 한 잔 훔쳐마시고, 한 시간 후에 가서 쿠키랑 시리얼을 훔쳐먹었다.(자전거로 여행을 오래 하면 이렇게 배가 고파지나 보다.)
하지만 역시 훔쳐먹는 게 더 맛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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