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착, 조촐한 크리스마스 콘서트
에디터 : 안효일


드디어 중국과 베트남 국경을 넘어 베트남 쪽 국경 도시인 라오카이(Lao Cai)에 도착했다.
중국과 몽고 국경을 넘나들 때 고생을해서인지 이번에도 육로 국경을 넘을 때 또 중국 쪽에서 무슨 꼬투리나 잡지 않을까, 있지도 않는 통과세를 요구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양측 다 아무 문제 없이 30분 만에 초고속으로 국경을 통과해 베트남에 발을 딛었다.
뭐,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꼬투리 잡기 딱 좋은 자전거란 놈과 함께 국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Immigration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심보 고약한 직원이라도 한 사람 걸려서 자전거가 통과 안 된다느니 돈을 내야 한다느니 하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우린 이미 중국과 몽고의 국경 얼렌하오터에서 그런 일을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국경 통과할 때 살짝 긴장되는 게 사실이다.^^;

Immigration에서 나오자 마자 환전상들이 '곤니찌와'를 외치며 달려든다.
얘들아.. 우리 한국인이다. 그리고 우리 중국 돈 다 쓰고 1元(한화 170원 정도..) 남았는데.. 이거라도 환전해 줄래?ㅋㅋ
바로 눈 앞에 ATM이 버젓이 놓여 있으니 우리에게 환전상들은 그저 잡상인들처럼 보일 뿐..
베트남은 화폐 단위로 Dong을 쓰는데 화폐 단위가 워낙 커서 한화 1,000원에 16,000Dong, 달러 1USD에 18,000Dong 정도 한다. ATM에서 4백만Dong(한화 26만원 정도..)을 인출해서 지갑 속에 넣으니 왠지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배도 고프고 해서 바로 옆 노상 식당에서 베트남 쌀 국수 한 그릇씩 시켰다. 한 그릇의 가격은 2만동(한화 1200원 정도..).. 한국에서 쌀 국수 전문점 가면 만원 가까이 하는 그 쌀 국수가 여기서는 보통 15,000Dong에서 20,000Dong정도 하니 왠지 이득 보는 기분..^^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이라고 하니 베트남 쌀 국수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쌀의 95% 이상은 베트남 남서부의 비옥한 땅, 메콩(Mekong) 삼각주에서 생산된다.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진 베트남 땅은 3/4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산지는 다들 우리가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할 북서부 산간 지방과 라오스와 접경한 서부에 몰려 있기 때문에 주요 도시는 대부분 동부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다.

우리는 베트남 북서부 지역의 최대 휴양지인 사파(SAPA)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그 산지가 잔뜩 몰려있다는 북서부 산간 지역을 지나쳐 베트남과 라오스의 국경 도시인 디엔비엔 푸(Dien Bien Phu)를 통해 라오스(Laos)로 넘어가야 한다. ㅜㅜ
그리고 무비자 기간인 15일 동안만 라오스(Laos)를 잠시 찍은 후 다시 베트남 쪽 나메오(Nameo) 국경으로 들어와 하노이(Hanoi)에서 비자를 연장한 후 45일간의 베트남 종단 후 캄보디아로 들어갈 생각이다.

아무튼 우선은 이 곳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사파(SAPA)까지 가는 길이나 걱정해야 한다.
고작 40km 가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곳 라오카이(Lao Cai)의 고도가 80m이고 우리가 가야 할 사파(SAPA)의 고도가 1800m이니 우린 지금 당장 1700m를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ㅡㅡ;
거기다가 그 1700m의 고도 차가 30km의 거리에 있으니.. 이건 자전거 끌고 한라산(고도 1950m..)을 등반해야 하는 상황~~!! ㅜㅜ
이제부터 우리는 라이딩(Riding)이 아니라 클라이밍(Climbing)을 해야만 한다.

그래도 어쩌랴.. 길이 그 곳에 있다면 달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을.. 아무튼 배도 채웠고 하니 오늘의 목적지 사파(SAPA)로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 출발한다.

출발해서 10km 정도는 라오카이(Lao Cai) 도심의 평탄한 길들이 펼쳐진다.
국경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확연히 달라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역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이런 새로운 환경, 낯선 곳에 들어설 때 refresh되는 기분에 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달리기를 4-50여분.. 드디어 사파(SAPA)로 가는 이정표와 함께 산길이 등장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앞으로 30km~~!!


첫 출발이 나쁘지 않다. 중국 윈난의 엄청난 고도의 산길에서 어느 정도 트레이닝을 해 놓아서 그런지 한 타임 동안 쉬지 않고 엉금엉금 페달을 밟아 8km 정도에 600m를 올라왔다.
이제 남은 거리 20km 정도, 남은 고도는 1100m 남짓..

사파(SAPA)까지 가는 산 길의 특이한 점은 엄청난 안개..
축축 늘어진 아열대 식물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안개가 자욱해 햇빛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날씨도 꽤 쌀쌀한 편이다. 긴 소매 옷을 걸치고 있어도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하지만 역시나 자전거 페달을 밟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금새 이마와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두 번째 타임에는 두 시간 동안 12km를 왔다. 현재 고도는 1100m..
3시간 동안 거리 20km, 고도 1000m를 올라왔다. 힘들어 죽겠다.ㅜㅜ
12km 오는 동안 반은 끌고 올라왔다. 윈난의 산길을 달릴 때 최고 고도는 2600m였지만 최고 낮은 고도는 1600m였다. 아무리 올라가 봤자 7-800m 사이였고, 나름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이 골고루 퍼져 있어서 하루 7-80km를 달릴 수 있었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등장하는 오르막과 하루에 1000m 이상을 올라가는 라이딩은 처음이니 어찌 보면 힘든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간 밤에 쿵쾅 거리는 버스 안에서 잠도 잘 못 자고, 6일 연달아 라이딩을 해서 쌓인 피로감과 아침에 빼먹은 스트레칭의 영향도 있는 듯..
아무튼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올라가는 길에 마주치는 베트남 사람들이 순박한 웃음과 호의적인 인사로 우리를 반긴다. 특히나 아이들이 있는 곳을 지날 때는 어김없이 '할로~!!'하는 인사 소리가 들린다.
사파(SAPA)까지 올라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지만 순간 순간 마주치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힘을 낼 수가 있었다. ^^
자전거 타고, 끌고를 반복하며 조금씩 전진하니 슬슬 햇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꽤나 따사로운 햇살이지만 이 두터운 안개를 걷어내지는 못하니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계단식 논,밭 사이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햇살이 나름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올라가는 동안 계속 마주치게 되는 베트남 북서부의 소수 민족들..
베트남에는 중국만큼이나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 중 많은 부족들이 이곳 북서부 지역에 몰려있다. 우리가 넘어온 중국 위난(雲南)과 맞닿아 있어서인지 전통 복장과 짐을 메고 가는 방식들이 꽤나 흡사해 낯설지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의 명칭이 그들 부족 명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타이족(Tailand), 라오족(Raos), 비엣족(Vietnam)등.. 캄보디아(Cambodia)는 명칭이 바뀌었지만 그들 민족은 캄보디아의 옛 이름인 크메르에서 따온 크메르족이다.

아무튼..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도 1500m 지점에 도달하니 'Welcome to SAPA'가 보인다.
아~ 고맙다. 환영해줘서..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나 보구나..
SAPA야.. 우리 30km 오는데 5시간 가까이 걸렸단다. 아, 눈물 나와..ㅜㅜ


도시 입구로 들어서는 길에 먼저 도착한 상은이 형이 누군가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알고 보니 사파(SAPA)의 수 많은 숙소 중 한 곳의 직원이었던 것.. 그가 보여준 호텔 팜플렛을 보니 우리가 그 동안 묵었던 그 어떤 숙소들 보다 방이 좋고, 전망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하루 6달러의 숙박비.. 중국 돈으로 환산하면 40元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남은 동영상, 사진 작업도 하고 하려면 적어도 4일 이상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우선 중요한 건 전망이나 방의 시설이 아니라 가격이다.
좋아.. 한 번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을 찾아보면 될 일.. 우리는 그의 오토바이를 따라 사파의 중심 거리로 이동했다.

역시나 베트남 북서부 지역 최고의 휴양지답게 화려한 호텔들과 숙소들이 즐비하다.
그를 따라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는 가격에 비한다면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나 전망 좋은 테라스와 넓고 분위기 좋은 옥외 공간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혹시나 더 괜찮은 숙소가 있을까 해서 6-7군데 돌아다녀 봤지만 대부분 시설과 전망이 좋은 만큼 가격도 15-20달러 이상이었다.^^;
결국은 처음 그곳으로 숙소 낙점~~!! 우리가 어제 알아본 환율로 1달러가 18,000Dong이니까 6달러는 110,000Dong 정도다. 우리가 이 곳에서 4일을 머물 예정이니 가격은 440,000Dong(한화 28,000원 정도..)이란 얘기..

우리의 숙소 피노키오 호텔

하지만 우리가 누구란 말인가.. 가난한 여행자 아니던가..
이봐.. 젊은 양반~~!! 우리가 여기서 4일을 머물건디 440,000Dong의 40,000이란 숫자가 쪼까 거슬리네, 그려.. 그냥 딱 잘라 40만Dong에 후딱 쇼부 보는 것이 어뜨켔는가~~!! 하고 제안하니..

잠시 생각하다가 멋쩍은 듯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는 젊은 직원..
하하~~ 젊은 친구가 시원 시원해서 좋구먼~~!! ^^
그렇게 서로 기분 좋~게 협상 타결~~!!!!
자, 이제 들어가 보자고~~!!
우리의 숙소 피노키오 호텔..


전망이 가장 좋은 5층에 방을 잡았다.
고로 그 말은 5층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는 이야기로 바꿔 말 할 수 있겠다.^^;
3일 후가 크리스마스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나게 해준 로비의 크리스마스 트리..
오른쪽 옆에는 무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 3대가 놓여 있다.

힘겹게 페니어랑 그 밖의 짐 들고 5층까지 발에 땀띠 나게 왕복.. 5시간 넘게 1700m를 올라오면서 혹사당한 내 두 다리와 허벅지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시위한다.^^; 얘들아.. 이게 마지막 노동이다. 조금만 참아라~~!!
멋진 조망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마지막 자전거 들고 5층까지 올라가는 일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얘들아.. 하루 종일 고생들 많았다.
이제 니들도 좀 푹 쉬어라~~!!^^




테라스 앞으로 보이는 안개 잔뜩 낀 산..
안개와 구름의 빠른 움직임과 시간대에 따른 햇살의 양에 따라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다양한 풍경들을 선사해 준다.
특히나 산 넘어로 구름이 넘실대며 산 뒤로 사라져가는 햇살을 가리고 있을 때가 나름 멋진 순간 중 하나다.
그리고 저 안개와 구름들이 한데 엉켜 산을 넘으면 이렇게 사파(SAPA) 전체를 뒤덮는다.
산과 구름과 안개의 도시, 사파..
당분간 우리들의 아지트.. 천장 쪽에 보면 공주 레이스도 달려 있다.
남자 둘이 자는 방에 민망하게시리..


근처 대부분의 카페와 숙소들에서 Wi-fi(무선인터넷)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 안에서도 여러 곳의 Wi-fi 신호가 잡히지만 신호가 불안정해서인지 성공률은 반반이다. 인터넷은 1층 로비에서 하거나 카페에서 하면 되니 별 문제는 없다.

4일 동안 작업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세팅 완료~~!!
근처 저렴해 보이는 식당 한 곳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비로운 안개 속에서 눈 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며 우리를 유혹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꼬치구이 가게 아주머니들~~!!^^
그 어떤 중생들이 이 향기롭고 매혹적인 유혹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오늘은 일주일간 힘겹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첫 날이었으니 우리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할 필요가 있다. ㅎㅎ
여기저기서 우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가격을 불러대는 아주머니들..
1만동(한화 650원 정도..)을 부르고, 그냥 지나치려 하니 5천동을 부르신다. ^^;

다른 곳들도 다들 비슷한 양상.. 처음에는 다들 무조건 2-3배 정도 가격 불러 놓고 시작들 한다. 다음날 우리가 과일을 살 때도 가격을 물어볼 때 1kg에 2만동을 부르더니 우리가 가게에서 1m씩 멀어질 때마다 1만5천동.. 1만동.. 8천동.. 5천동.. 이라고 부르짖는 아주머니의 간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더라는..
이거 참.. 씁~쓸~~~하구만.. ^^;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1개에 5,000 Dong짜리 꼬치를 파는 곳.. ^^
중국 꼬치와 가격 대비로 본다면 훨씬 더 푸짐하다. 화로 옆에는 고구마, 옥수수, 밤, 달걀 등이 놓여있다. 저 대나무 안에 들어 있는 것 다름 아닌 밥.. 밥을 화로에 올린 뒤 소금과 땅콩 가루가 섞인 종자에 찍어 먹는다.
아무튼 우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꼬치 위주로 시켜봤다.

찬란한 후광을 등에 업고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함을 지닌 우아한 발걸음으로 그가 지나가자 인파 속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한 번이라도 그의 눈길을 끌기 위해 소리치며 아우성쳤다.
그들을 측은히 여긴 그가 그들 중 한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 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가축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후하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리자 갑작스레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주변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독한 안개로 휩싸이니 그 놀라운 기적 속에서 여인이 안개 속을 헤치고 그의 바로 앞에까지 이르러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50,000 Dong (한화 3,200원 정도..)~~!!' ㅋㅋ

아무튼 이 곳은 우리가 머무는 기간 동안 나름 단골 가게로 점 찍어두고 자주 꼬치를 사먹은 곳이다.
꼬치와 맥주를 구입해서 흐뭇한 기분으로 우리의 스위트 홈으로 컴백..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오늘 하루의 피로도 풀고, 오랜 시간 동안 내 파트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 파트너와의 여행이 즐거운 건 이렇게 수다가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사파에서의 첫 날이 지나간다.



** 꼬치구이 아주머니들과 함께 한 조졸한 크리스마스 콘서트



** 더 많은 이야기는 리얼로드무비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리얼로드무비 블로그 : http://realroadmovie.tistory.com/ 
- 안상은 블로그 : http://rrmbyinwho.tistory.com/
- 안효일 블로그 : http://rrmbytransplan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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