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다로 알래스카~캐나다 횡단한 김성우, 이거 실화냐?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모험(Adventure)의 사전적 의미다.
흔한 말로, 사서하는 고생이다. 때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만 자아성찰, 자아발전, 혼란극복 등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 다양한 계기로 모험에 도전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좀 더 성숙해지고자 한 바램도 있다.
그 도전 종목으로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다. 최소한 편한 이동수단과 포근한 잠자리, 멋진 차림새는 포기하는 거다. 낯선 환경인 해외에서, 짐이 가득 채워진 튼튼한 자전거로 종단 또는 횡단을 하며 각 도시와 국경을 넘나드는 패턴으로 여행한다. 보통은 몇개월, 많게는 두 번 이상 해를 거듭하는 장기간의 여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결코 쉽지 않은 여행길을 더 쉽지 않게 다녀온 여행자가 있어 만나봤다.
지난해 알래스카~캐나다 횡단을 한 김성우(29세)씨는 남들과 비슷한 여행 계기, 비슷한 여행지와 여행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자전거는 보통의 자전거여행자들과 많이 달랐다.
여행용으로 적합한 투어링바이크나 다양한 환경에서 탈 수 있는 성향의 하이브리드와 같은 종목과 동떨어진, 단거리용으로 적합한 폴딩 시티바이크 스트라이다(Strida)가 성우씨의 동반자였던 거다. 일반적인 미니벨로 보다 더 작은 바퀴에, 랙도 장착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춘 자전거 선택부터가 모험의 시작이 된 그의 여행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삼각프레임으로 유명한 폴딩 미니벨로 스트라이다(Strida)로 다녀온 알래스카~캐나다 횡단의 주인공 김성우씨.
허무맹랑하고 무모해 보이는 여행, 그 도전을 그가 해냈다.


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캐드(CAD, 컴퓨터 지원설계) 관련 기술을 전공하고 해군을 전역을 한 후, 자연스럽게 선박 설계사로 근무했어요. 흘러가는 대로 선택한 직업이 뜻에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죠. 이미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아쉬움이 컸던 탓에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또 준비했습니다. 문제는 비자취득 이후였어요
과정이 쉽지 않았던 비자를 어렵게 취득하고나니,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한 갈등이 물밀듯이 밀려오더라고요.    
무언가 결정해야 할 20대 후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체 혼돈 속에 갇힌 듯 했습니다. 인생의 큰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침 캐나다 비자도 취득했으니 그곳을 기점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나서기로 한거죠. 남들처럼 평범하고 쉬운 여행은 싫었기에 자전거여행을 선택한 겁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체 혼돈 속에 갇힌 듯 했습니다. 인생의 큰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기존에 자전거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집이 목포예요. 목포에서 서울까지 국도를 타고 달려본 적 있어요.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한 적도 있고요. 그때 이용한 자전거는 자이언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기존까지 자전거여행은, 목포에서 서울까지 국도를 타고 달려본 적 있어요.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한 적도 있고요."


왜 스트라이다를 선택했나요?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밤에는 대리운전, 낮에는 음료 유통회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이동의 편리함을 위해 이용했던 것이 스트라이다(STRIDA)였죠. 특히 대리운전을 할 때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도 중요한 발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녀석이에요.
매일 밤낮으로 타던 자전거다 보니 여행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함께 동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트라이다는 대리운전을 할 때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도 중요한 발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녀석이에요"


짐을 적재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구조상 랙(rack)이나 트레일러를 장착하기 어렵지만 처음에는 큰 고민이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최대한으로 줄인 짐을 캐리어 가방에 넣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캐리어 손잡이를 후미에 달아서 다니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우선 자전거와 캐리어 가방만 챙겨 캐나다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막상 캐나다에 도착해서 캐리어 가방을 달아보니 작은 바퀴가 견뎌내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트레일러를 구입했습니다.
트레일러 역시 장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스트라이다 고정 자석 부분에 트레일러를 고정했는데, 단단하게 고정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트레일러의 접합 부분을 안장 하단에 있는 짐받이에 두고 자동차용 케이블 타이로 조여 연결했어요. 적재 무게가 약 40kg이었는데 꽤 잘 버텼습니다. 이따금씩 끊어지는 케이블타이를 교체해주는 게 다였죠. 나중에는 단단하고 두꺼운 나일론 끈을 감아서 고정했습니다.




여행 루트와 기간, 총 거리는 얼마였나요?

여행 기간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거리는 약 1만km입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필요한 짐을 구매하고 여행 시작점인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이동했어요. 그곳에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약 10일간 달려 캐나다 유콘주에 도착했습니다.
유콘주에서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도슨크릭을 거쳐, 록키 산맥~벤프~알버타로 이어진 하이웨이를 타고 달렸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이에요. 그때의 그 감동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다음 구간인 토론토~퀘백주를 지날 때는 화려한 도심을 누비기도 했어요. 저는 도심보다 한적한 지역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캐나다 동부 끝에 위치한 뉴펀들랜드 섬까지 이어진 도로를 달려 가장 끝자락인 세인트 존스에서 여정을 마무리했지요.  
평균시속 10km/h로 매일 60~80km을 달렸고, 약 7~8시간 걸렸습니다.

"여행 기간은 지난해 2017년 3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거리는 약 1만km입니다"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자전거여행은 눈과 추위를 견뎌야 하는 어려운 여정이다.

"록키 산맥~벤프~알버타로 이어진 하이웨이를 타고 달렸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이에요"



스트라이다로 주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평속이 매우 낮고 기어변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세인트존스에서 저와 동일한 장소에서 출발하고 동일한 코스를 거쳐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저보다 2개월 늦게 출발했다더군요. 보통의 자전거여행자의 모습이었죠. 그에 비해 저는 평속이 낮은데다 약 40kg를 실은 싱글기어 자전거로 5%의 업힐도 오를 수가 없어 매번 끌고 이동해야 했던 상황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러다 곧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더군요. 천천히 온 대신 더 많은 여유와 풍광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또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체인 벨트입니다. 벨트 홈 안으로 눈이 쌓이면서 유격이 생기더니 페달이 헛돌더군요. 또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지나면서 벨트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탓인지 알래스카를 지나고 얼마 후 끊어져버렸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묶였던 대부분의 이유가 됐어요.
벨트는 체인처럼 구하기 쉽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 주민이 인터넷으로 대신 구매해 주어 곧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장점도 있어요. 내구성과 휴대성이죠.
6개월을 여행하는 동안 자전거는 저보다 더 건강했습니다.
알래스카 지역은 최저 기온 -22℃를 우습게 넘나들고, 눈과 비, 바람, 우박으로 기후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환경이었어요. 도로상태와 지형 역시 결코 순탄하지 않았는데 펑크와 벨트 외에는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건 스트라이다를 선택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운힐 코스에서 브레이크 제동 성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후, 행여나 하는 마음에 브레이크 패드만 교체한 게 전부입니다.
휴대는 접기만 하면 되니까 항공 이동, 대중교통 이동이 매우 수월했어요. 분해할 일이 없고 자전거의 주요부품인 구동계 보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매우 편했죠.

"약 40kg를 실은 싱글기어 자전거로 5%의 업힐도 오를 수가 없어 매번 끌고 이동해야 했던 상황이 많은 탓이죠"

"벨트는 체인처럼 구하기 쉽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 주민이 인터넷으로 대신 구매해 주어 곧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었어요"



스트라이다로 인해 좋았던 추억을 꼽자면요?

캐나다 가족들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알래스카에서부터 여행을 하는 내내 주민들의 관심과 도움을 매우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는 투어링으로 말도 안되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먹을 것, 잘 곳을 제공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은 도움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된 페이스북에 저의 여행 모습을 실시간으로 올려 지나는 곳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어요.
"이런 모습의 동양인 여행자가 당신의 동네를 지나가면 먹을 것 좀 챙겨주세요"와 같은 메세지와 사진을 올리고, 이를 확인한 주민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제가 지나갈 것을 기다렸다가 친절하게 대응해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어요.
한 자전거샵 사장님은 제 스트라이다를 일반 자전거로 무료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었지만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도전을 완수하고 싶은 마음에 거절했습니다.

주민들의 이와 같은 무한한 관심이 저에게 가족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페달이 헛돌아 길 위에서 발이 묶이는 일이 있었는데 마침 지나는 행인이 지역 페이스북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현재 상태를 즉시 업로드 한 거에요.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한 주민이 내용을 확인하고 일부러 찾아와 도움을 주었어요. 그들은 여행을 하지 못한 2일 동안 잘 곳과 음식은 물론, 머무는 내내 깊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 가족처럼 정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인트존슨에서 여행을 마치자마자 그들을 찾아가 함께 지내기도 했어요. 그들이 알아봐준 일자리에서 돈도 벌고 여행도 했죠. 약 한 달간의 기간이었지만, 내 여행기간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의 가족들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여행 코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딘가요?

개인적으로 역사 유적지나 전시장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 지역 특유의 자연 경관과 문화, 사람들의 정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곳이 알래스카입니다. 모든 조건을 보면 여행하기 힘든 구간인데 평온한 도시의 풍경과 친절한 사람들,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록키산맥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났을 때 최고의 감동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평소에 감동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이라 더욱 놀랐습니다.
이것을 보려고 캐나다로 자전거여행을 왔구나 싶을 정도였죠. 지금까지 서럽고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보상 같았어요.
특히 딱딱한 에너지바로 끼니는 때우는 바람에 변비와 치질에 걸려 양말로 보호대를 만들어야 했던 일, 매일 아침 차갑게 얼어있는 신발 속에 발을 넣고 2시간을 데워야 했던 일, 눈위에서 텐트를 쳐야했던 일, 물이 얼어서 눈을 끓여서 요리했던 일 등 힘들었던 순간들이 거대한 폭포수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록키산맥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났을 때 최고의 감동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지금까지 서럽고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보상 같았어요"

"딱딱한 에너지바로 끼니는 때우는 바람에 변비와 치질에 걸려 양말로 보호대를 만들어야 했던 일, 매일 아침 차갑게 얼어있는 신발 속에 발을 넣고 2시간을 데워야 했던 일, 눈위에서 텐트를 쳐야했던 일, 물이 얼어서 눈을 끓여서 요리했던 일...."



여행으로 나를 찾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것 같나요?

직업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이지만,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쉬운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저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이를 해내는 것이 인생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직업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이지만,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캐나다 자전거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절대 저처럼 스트라이다로 여행을 준비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동과 정비에 대한 불편은 그때 뿐이지만, 여정은 생각보다 매우 길거든요. 자전거 종류마다 제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캐나다와 알래스카는 치안으로부터 안전이 매우 확보된 나라입니다. 울타리가 없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도 강도 대신 친절한 주민들이 반겨주는 곳으로 각인될 정도죠.
또 길을 찾기가 쉬워요. 대부분이 하이웨이, 즉 고속도로를 타게 돼 있는데,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길이 하나고, 캐나다 역시 길이 단조롭기 때문에 길을 헤매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단, 토론토 몬타리오주에서 퀘백주 구간은 자전거 통행이 불가합니다. 국도로 우회해야 하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고 마을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체력, 여유, 긍정적 마인드는 필수품으로 챙겨두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여행의 매 순간에 행운의 카드로 나타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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